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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미쳤기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미쳤단 소리 들어"

한국 예능 출연한 '로커' 전병철목사 인터뷰
목사·교수·로커로 활동하며
세상으로 나가서 복음 전해

장발머리에 귀고리를 한 목사. 여느 목사와 첫인상은 분명 다르다. 최근 LA한인교계 출신의 전병철 목사(45)가 한국 유명 예능프로그램(SBSㆍ판타스틱듀오)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는 방송에서 가수 전인권씨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러 유명세를 탔다. 전 목사는 호칭이 많다. 목회자이면서 한국으로 파송된 선교사다. 그는 현재 아세아연합신학대학 교수(기독교 교육)로 활동하면서, 거리에서는 다른 목회자들과 '목사밴드'를 구성해 록커(rocker) 활동한다. 지난해에는 책(록커 목사 교수의 세상을 흔들어라)도 냈다. 그는 과거 동양선교교회, LA또감사교회 등에서 부목사로 활동했다. 최근 가족이 있는 LA를 방문한 전 목사를 만났다. 그는 스스로 '록커 목사'라고 했다. 답변에도 시원함이 묻어났다.

장열 기자

교회서 누가 짜고 밝은지 경쟁?
교인은 세상에서 빛과 소금 돼야
오늘날 기독교 상황 나쁘지만
본질로 돌아갈 좋은 기회이기도


-머리는 왜 길렀나.



"그냥 시간이 없어서 안 자른 것도 있고…사실 기독교 정신이 '록 스피릿(rock spirit)' 아닌가. 록이나 힙합이나 모두 길거리에서 시작됐다. 세속 교육이 순응을 가르친다면, 기독교는 저항을 가르친다. 그건 반항 같은 '개김'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다. 예수도 그랬다. 그도 로커 아니었나. (웃음)"

-예수가 로커? 재미있는 비유다.

"예수님은 소위 '디스(disㆍ상대방을 비판한다는 힙합 용어)'의 명수였다. 바리새인과 당시 힘을 가진 종교지도자들을 디스하지 않았나. 그건 인신공격이 아니었다. 세속의 가치, 잘못된 시대정신, 율법주의 등을 복음의 가치로 다 뒤집으신 거다. 그게 판을 엎은 행위인가.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 개신교인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아닌가."

-왜 록음악을 좋아하나.

(전 목사는 풀러신학교 재학 당시 JDS밴드(전도사의 줄임말)에서 기타와 싱어를 맡았다. 미주복음성가경연대회(1997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목사로 구성된 인디밴드팀과 한국 홍대 거리에서 공연도 한다.)

"록밴드는 'U2'를 매우 좋아한다. 나는 콘셉트를 '록'으로 잡았다. 학교에서 그 정신과 기독교 교육을 연결시켜 학생을 가르친다. 현대교회는 지금 로커가 부족하다. 모두 듣기 좋은 발라드만 하고 있다."

-교계엔 왜 로커가 없나.

"로커는 현장에서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는 자꾸 듣기 좋은 말만 하며 세상이 아닌 교회만 흔든다. 요즘은 교회가 잘나가려면 교인을 계속 돌려야 한다. 그 이익은 모두 목사에게 돌아간다. 그런 거에 속지마라. 하나님의 임재는 예배당에 갇혀있지 않다. 예수는 우리보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라 했다. 그런데 왜 교회 안에서 누가 밝은지, 누가 짠지를 경쟁하나."

-신앙은 무엇인가.

"인간의 열심이 하나님 나라를 망친다. 성경이 말하는 신앙은 오직 하나님의 열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감동시키려고 하니까 문제가 된다. 신앙은 '교회놀이'가 아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실제적인 방식과 가치다. 그래서 교회는 다른 것을 그만두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만 전해야 한다."

(전 목사는 목사의 아들이다. 기독교가 싫어 오랜 시간 교회를 떠나있었다. 대일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자퇴를 시도한 적도 있다. 이후 콜로라도대학에서 심리학과 중국학을 전공했고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과 가족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바이올라대학에서 다문화성인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 조지폭스신학대학에서는 미래교회리더십전공으로 목회학 박사 과정의 논문 지도교수로도 일했다.)

-답변이 시원시원하고 특이하다.

"그래서 '안티'도 많다. 특이하다는 건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예수가 전한 복음은 세상의 가치 안에서 절대로 인기를 얻을 수 없다. 복음에 대한 반응은 딱 두 가지다. 회개하든지, 돌을 던지든지…예수가 전한 걸 그대로 전했는데 예수가 받았던 대우와 다른 것을 기대한다면 그건 일종의 정신병이다. 초대교회 당시 '그리스도인'이라 칭함 받는 건 절대 유쾌한 별명이 아니었다. 예수를 믿어 세례를 받는다는 건 목숨을 내놓는 행위였다. 그래서 그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부른 거다."

-복음이 무엇인가.

"쉽게 말해 하나님의 미치심에 우리가 반응하는거다. 생각해보라. 하나님이 제정신이었다면 죄인인 우리는 절대로 구원받지 못한다. 우리를 살리겠다고 독생자 예수를 십자가에서 죽이고, 99마리 양을 버리고 1마리 양을 찾으러 가는 게 제정신인가. 복음에 미치려면 제대로 미쳐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안 미쳐서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교회의 우선순위가 세상과 똑같아졌다. 교회가 세상과 다를 게 없으니 그들이 우리를 욕한다."

-기독교 안티가 많은데.

"안티? 실제 세상에는 생각만큼 안티 기독교인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우리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안티의 대부분은 교회 내부에서 각종 문제를 두고 고민하던 이들이다. 작금의 문제는 안티가 자꾸 기득권의 밥그릇을 건드리니까 논란이 되는거다. 한국 기독교는 교인을 고객으로 만들어버렸다. 고객은 본인이 교회에서 얻어가는 것만 얻어갈 수 있으면 잠잠하다. 교회를 고르는 조건을 보라.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일 하심에 동참하려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철저한 소비주의다."

-교회가 살아나려면.

"종교개혁의 뿌리 정신인 '아드 폰테스(Ad Fontes)'. 즉, 본질로 돌아가야 미래가 있다. '나음'이 아닌 '다름'을 위해 사는 게 그리스도인 아닌가. 신학교 역할도 중요하다. 오늘날 신학교는 '길러냄'의 기능만 있지 '걸러냄'의 역할은 없다."

-한국는 그런 흐름이 있나.

"한국에서 기독교는 상황이 매우 안좋다. 그말은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기회다. 지금은 기독교가 다시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시기다. 현장에서는 교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도 계속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어깨동무사역'이라는 것을 통해 의식 있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을 서로 이어주는 네트워크 사역도 한다. 홍대에서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청년부흥회도 하고,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북콘서트 같은 것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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