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발목 잡은 ‘수양딸’ 애버딘 PC…최순실과 닮은꼴?
애버딘, 침실까지 드나든 막후 실세
빌도 애버딘 통해야 힐러리와 통화
애버딘 전 남편 섹스팅 수사서 돌출
함께 쓴 PC서 국가기밀 유출 의혹
트럼프 "워터게이트 후 최대 스캔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미국 메이저리그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 미국 대선(11월 8일)을 열흘 가량 남겨둔 막판에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막판 대형사건)’가 터졌다. 핵폭탄급이다.
폭탄은 예상치 못한 ‘내부’에서 터졌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7월 불기소 방침을 밝혔던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FBI는 클린턴의 ‘문고리 권력’ ‘수양딸’로 불리는 최측근 후마 애버딘(40)이 업무 현안을 논의한 PC e메일 중 예전 조사에서 점검하지 못한 혐의점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서 시작된 박근혜 정부 스캔들과 최측근 애버딘의 PC에서 불거진 클린턴의 위기 상황은 흡사하다.
단서는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버 전 하원의원의 ‘섹스팅(음란한 내용의 영상 및 메시지)’ 수사에서 나왔다. e메일 수사가 종결된 지 한 달 뒤인 8월 말 뉴욕포스트는 위너가 미성년자를 비롯한 복수의 여성과 섹스팅을 벌였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애버딘은 즉각 이혼을 발표했다. 문제는 FBI가 압수한 위너의 개인 노트북에서 애버딘의 업무 e메일을 무더기로 발견한 것이다. 당시 애버딘 부부는 이 노트북을 함께 쓰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2009년 1월~2013년 2월) 국무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애버딘의 업무 관련 e메일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그 동안 숨겼거나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았던 국가 기밀유출 e메일이 확인된 것이란 게 미 언론의 추측이다.
코미 국장이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이를 발표한 점도 의문이다. 법무무 고위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대선 투표 60일 이내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공개하지 않는 법무부와 FBI의 오랜 관행을 깨고 독자적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CNN은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샐리 예이츠 법무차관은 ‘재수사 방침을 의회에 보고하겠다’는 코미 국장의 방침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코미 국장은 이를 무시하고 관련 서한을 전격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코미 국장의 강직한 성격에 의한 ‘사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FBI 발표에 충격을 받은 클린턴 캠프는 29일 ‘FBI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클린턴은 이날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FBI의 조치는 전례도 없고 너무나 괴이하다”며 “FBI는 모든 정보를 즉각 완전하고 완벽하게 유권자에게 공개하라”고 몰아세웠다.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법무부의 오랜 관행”이라며 “(재수사 결정은)클린턴과 유권자들에게 불공평한 일”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측근들은 코미 국장이 과거 공화당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의 정파성을 의심하고 있다.
e메일 스캔들의 재수사 결정을 내린 코미 FBI 국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공화당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탕평 인사’ 차원에서 발탁한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그를 FBI 국장에 지명하며 “정치에 물들지 않고 소신껏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한껏 고무됐다. 그는 29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 (닉슨 대통령이 도청사건 연루로 하야했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최대의 스캔들이다. FBI가 이 시점에 재수사 결정을 공개한 건 끔찍한 범죄행위가 있다는 얘기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전날 뉴햄프셔 맨체스트 유세 도중 FBI의 재수사 소식을 듣고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뉴스”라며 “클린턴의 부패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정도다. 그녀가 범죄 계략을 갖고 백악관에 들어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공격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건 어차피 FBI가 대선 당일까지는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것 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관건은 여론의 동향이다. WP가 FBI의 e메일 재수사 발표 직전인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2%포인트(47%대 45%)까지 좁혀졌다. 4일 전인 23일 발표됐던 조사의 격차가 12%포인트였던 점으로 미뤄볼 때 공화당 보수 표가 급속히 결집하는 양상이다. 클린턴의 낙승을 예상한 미 언론도 29일 “FBI 건이 민심에 대폭 반영되면 정말 승부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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