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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뱅 '양지바른 들판'의 힐링 한나절

올드미션ㆍ덴마크 전통 이국적
와인산지로, 쇼핑거리로 인기

잠시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가 물러가니 햇살이 포근하다. '양지바른 들판' 솔뱅(Solvang)에도 가을이 분위기가 물씬하다. 들판의 목초지도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목장지대와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작지만 매력적인 덴마크 정착촌 솔뱅으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언제나처럼 특별히 작정한 것도 없는 거리 산책이 시작됐다. 그러다 주차장 담장에 난 작은 문을 통해 들어온 곳이 이곳이다.

1804년 성 아그네스의 이름을 따서 세워진 산타 이네스 미션 식당과 상점가 그리고 주차장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고즈넉함이 일순 낯설게 느껴진다.

담장을 따라 '가짜 후추나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페퍼트리가 세속과의 인연을 끊으려는 듯 미션을 감싸며 줄지어 서 있다. 그 안으로 다시 튼실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올리브 나무가 한 번 더 소음을 차단하고 있다.



일단의 한인관광객들이 우리가 먹는 그 후추라고 믿었는지 떨어진 열매를 줍고 있다. 초본과의 그 후추와는 열매의 생김새만 비슷했지 특별히 '가짜'라고 이름 붙을 만치 전혀 다른 품종이다. 이 나무는 페루 안데스가 원산지로 아이들에겐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이곳 또한 본당 건물 앞에 익숙한 '엘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 종이 프란시스코 성인의 지팡이에 매달려 있다. '왕의 고속도로'로 일컬어지는 엘 카미노 레알은 캘리포니아에 남아 있는 최대의 유산이다.

이 녹슨 종들은 1683년부터 1834년까지 당시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일대를 다스렸던 스페인의 종교적 전초기지로 세웠던 미션(Mission)과 요새(Presidios) 원주민 부락들(Pueblos)을 연결하였던 '왕의 고속도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이 종 대신에 겨자씨를 뿌려 길을 표시했다. 이 종들은 1902년 LA 여성클럽이 1마일마다 종을 달기로 해서 샌디에이고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450개를 설치한 것이다.

이 미션은 캘리포니아가 스페인 정착지이던 당시 '알타 캘리포니아'의 첫번째 교육기관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지금은 주말이면 여전히 미사가 열리는 성당이자 박물관이기도 하다.

미사가 열리는 본당은 관광객들이 들어차 발길을 돌려 당시 포도원으로 쓰였을 정원 일대를 둘러 보고 다시 마을로 나왔다.

한여름 인도를 가득 메웠던 인파도 줄어드니 시내를 어슬렁거리기에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없다. 네덜란드 왕가의 계보를 나무 판자에 새겨 놓은 빵집 어릴 적 TV 만화영화 '프란다스의 개'에 나왔던 아로아가 신었을 법한 나막신을 진열해 놓은 기념품 가게들을 지나 미션과 알리샐 거리가 만나는 사거리에 섰다. 길 건너 조그만 덴마크 광장에는 인어공주의 동상이 지나는 이들을 초점없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1911년 덴마크계 미국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조성된 이 곳은 LA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특이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관광명소다. 솔뱅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어 9000에이커에 달하는 미국 내에서 덴마크 전통을 가장 잘 살린 관광지로 꼽힌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표방한 '루트 246'같은 레스토랑들이 200여 개의 베이커리 수제 초콜릿 사게 선물가게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어 미 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의 스몰 타운에 항상 그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이곳은 또한 2004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와인애호가와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두 친구는 와인 여행을 떠나는데 그들이 들렀던 레스토랑과 와이너리가 이 일대에 있다. 그 중 솔뱅 다운타운 한가운데 있는 곳이 '솔뱅 레스토랑'이다.

이 영화가 와인 산업에 미친 영향도 커서 영화 개봉 직후부터 카르버네 소비뇽의 판매량이 줄고 주인공이 즐겨마시던 피노누아의 매출이 대폭 증가한 것.

가을 햇살 가득한 들판에서 보낸 한나절은 그야말로 '힐링(치유)'에 다름 아니었다.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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