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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랜 코리안밸리엔 아직도 한숨만…"

LA타임스, 블루컷 산불피해 한인 조명
화재 두 달 지났지만 복구 엄두도 못내

꿈과 희망을 갖고 산간지역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평안히 살던 한인들이 졸지에 벌어진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재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3일 1면에 크게 보도했다.

신문은 '잿더미 속에서(Amid the Ashe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리안 밸리'로 불리던 고산 사막지역의 농장 커뮤니티가 지난 8월 중순 발생했던 '블루컷 산불'로 인해 전부 잿더미로 변했다고 전하면서 이들 한인 농장주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웨스트 카혼밸리에 자리잡게 된 사연, 화마가 남긴 잿더미 속에서 하루하루를 절망과 슬픔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실상을 인터뷰 등을 통해 보도했다.

'블루컷 산불'은 지난 8월 16일 오전 LA 북동쪽 필랜 인근 카혼패스(Cajon Pass) 지역에서 발생해 약 일주일 동안 3만6724 에이커에 달하는 면적과 105채의 주택, 216채의 구조물을 태웠다. 이 당시 화재가 휩쓸고 간 웨스트 카혼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70가구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피해 한인들은 약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신적·물질적으로 극한 어려움 속에 생활하고 있다.

사라 최(70) 부부는 수십 년 전 한국을 떠나 미국 여러 주를 돌아다니며 '안식처(heavenly place)'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남가주 고지대 사막에 자리잡은 '코리안 밸리'로 불리는 동네를 발견했다. 하지만 산불은 그들의 안식처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사라 최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다 결국 지옥불로 끝났다"며 흐느꼈다. 이들 부부는 현재 삶은 감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현금은 수중에 단 1달러도 없다.

한인이 이 지역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배기찬씨가 정착하면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배씨는 라이트우드에서 7마일 떨어졌고 138번 하이웨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농장을 구입, 염소·돼지·꿩 등을 기르며 이를 재료로 한 무허가 식당 '구름이 머무는 곳(The Place Where the Clouds Rest)'을 운영했다. 이 식당은 입소문을 통해 남가주 한인 이민자들의 행선지로 자리잡았다. UC리버사이드 미주한인 연구소 부설 김영옥 센터의 에드워드 장 소장은 "많은 한인은 자신이 출생한 곳과 닮은 산으로 둘러쌓인 농촌 분위기의 이곳에서 일종의 피난처를 발견한 느낌이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한인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자(46)씨는 블루컷 산불이 발생하기 5개월 전에 목사인 남편과 사별한 뒤 화재로 남편이 개척한 각종 중독자 및 정신 질환자의 영적 치료를 위한 임시 거처로 사용하던 건물이 폐허로 변했다. 박씨는 "보험이 없다"고 밝히면서 저축한 돈 2만 달러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활센터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구(74)씨는 이번 산불로 1000그루 대추나무 중 550그루가 불에 탔다. 그러나 나머지 나무도 우물물을 퍼올릴 펌프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가 없기 때문에 지난 수주 동안 물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올해 수확량이 작년의 약 2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절망에서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산불 피해 잔해를 모두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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