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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버킷리스트] 억겁의 나이테, 그랜드캐년 위로 날다

대협곡 파노라마에 탄성 절로
노스림엔 버팔로, 단풍 물들어

어느 순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미니어처같이 멀어진다. 고도를 높이느라 애처롭게 떨어대던 비행기도 순항고도에 이르렀는지 잠잠하다. 19인승이라지만 대협곡에 비하면 티끌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도 수십년간 무사고로 손님을 맞이한 캐나다(De Havilland Canada DHC-6-300 Twin Otter/VistaLiner) 명문가의 후손이다. 그제서야 '카이밥 고원(Kaibab Plateau)'의 드넓은 지평선이 눈에 들어온다.

카이밥은 애리조나와 네바다 유타 등지에 살았던 원주민 '파이유트(Paiute)' 부족 말로 '내려앉은 산'이란 뜻으로 그랜드캐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았던 때 나는 무릎을 쳤다. 지금이야 과학자들이 1700만 년 전에 이 일대가 바다로부터 융기된 이후 500~600만 년 전에 형성된 콜로라도 강이 침식을 거듭하고 비바람에 풍화돼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기원의 모양새를 설명하지만 그들의 감각적인 언어가 한수 위가 아닌가. 그들 말대로 좁고 깊이 파인 협곡은 산이 거꾸로 들어 앉았거나 꺼져 들어간 꼴이다.

평탄한 고원지대를 지나자 아래로 갑자기 장쾌한 대협곡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기내에 짧은 탄성이 이어진다. 오전 내내 소나기를 뿌리던 구름이 멀리 물러나며 틈새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더욱더 선명해진 그랜드캐년이 억겁의 세월 동안 지녀온 지구의 속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붉고 흰 지층들이 번갈아 쌓아올린 나이테다.

붉은 사암들을 깍아내 나르느라 '붉은 강'이란 이름을 얻은 콜로라도 강은 오전에 내린 소낙비로 인해 탁류로 변했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콜로라도 주 등 무려 5개 주를 지나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 반도의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이 강은 그 길이가 1447마일에 이른다. 그랜드캐년 구간만해도 277마일이다.

콜로라도 강을 건넌 비행기는 이제 노스림으로 다가간다. 원시림 곳곳이 벌써 샛노란 애스펀(은사시 나무) 단풍으로 물들었다. 넓은 초지 한켠에는 야생 버팔로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협곡은 매순간 모습을 달리한다. 천길단애의 칼날처럼 뭉툭하게 튀어나온 성곽의 보루처럼 그랜드캐년의 진면목이 속속 드러난다. '뭐니뭐니해도 그랜드캐년'이라지만 육상에선 절대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다. 워낙 큰 스케일에 압도됐지만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서쪽으로 가던 항로에 거대한 비구름이 막아선다. 거대한 샤워꼭지가 비를 뿌리는 형상이다. 놀랍고도 신기한 광경이다. 그 속을 통과할듯 다가서던 비행기는 살짝 왼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숨쉴 틈 없이 장관을 선사하던 50여 분간의 비행이 끝났다. 기내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BBC가 선정한 세계 100대 자연경관 중 1위라고 정확하게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비행기에서 보는 그랜드캐년이야말로 진정한 1위가 아닐까.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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