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에는 없고 남에만 있는 음식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사회학
많은 6·25세대들은 꿀꿀이죽을 먹어 본 적이 있고 지금도 꿀꿀이죽에 얽힌 애환들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원래 꿀꿀이죽은 돼지가 먹는 음식 찌꺼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누가 이름을 그렇게 붙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6·25 직후 미군 부대에서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다시 끓여 만든 것이 꿀꿀이죽이다.
꿀꿀이죽의 내용물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햄, 소시지, 감자튀김, 스팸,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수프와 빵 등이 뒤범벅돼 있다. 어떤 경우는 그 속에서 담배꽁초와 씹던 껌이 나오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고 경제가 좋아지면서 꿀꿀이죽은 1970년도부터 부대찌개로 둔갑했다.
부대찌개의 원조는 의정부, 동두천, 평택 등 미군 부대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다. 처음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 가운데 소시지, 햄 등 고기류만 따로 골라 김치를 섞어 끓여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후에 라면 사리 또는 가래떡을 넣으면서 한국 사람들의 가장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부대찌개를 팔고 있는 음식점마다 '원조 부대찌개'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어느 음식점이 원조인지 아무도 모를 뿐 아니라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부대찌개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를 가지고 요리한다는 의미에서 부대찌개일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부대찌개가 국제화된 인기 한류 음식이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8월 한 달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20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부대찌개가 23.46%로 1등을 차지했다. 다음은 치킨 21.31%, 불고기 19.32%, 삼계탕 8.90% 그리고 돌솥비빔밥 8.80%의 순이다. 이들이 부대찌개를 좋아하는 이유로 햄, 소시지에 김치와 라면 사리가 곁들여 우려낸 매콤한 국물맛이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대찌개는 미국에도 상륙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중학생 때 6·25를 겪은 나는 꿀꿀이죽과 그런 대로 인연이 있다. 1·4 후퇴로 피란을 간 우리 가족은 용인시 풍덕이라는 마을에서 중공군을 만나 더는 남쪽으로 갈 수가 없었다. 며칠 후 나는 북진하는 미군 부대에 '하우스 보이'가 되어 가족과 헤어지게 됐다.
우리 부대 주위에는 많은 피란민들이 버린 음식물을 얻으려고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하우스 보이를 그만두고 내가 살던 서울 흑석동에 도착했다. 당시 중앙대학, 낙양 중학 등 학교 교정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그 중간 지점에 미군 부대에서 나온 물품들을 사고파는 '양키시장'이 텐트를 치고 문을 열었다. 양키시장에는 꿀꿀이죽 노점 식당도 있었다. 지금도 그때 맛보았던 꿀꿀이죽의 향수를 잊지 못한다.
부대찌개가 한국 식당에 정확하게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알 길이 없다. 1960년 후반에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한국식당에서 부대찌개 메뉴를 볼 수 없었다.
그후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에서 11년간 가르치는 동안 학생 또는 동료 교수들과 가끔 부대찌개 식당을 들르곤 했다.
우리가 들르는 식당의 부대찌개에는 소시지, 햄도 들어가지만 여러 종류의 핫도그에 기호에 따라 라면 또는 당면을 듬뿍 집어넣어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미국 집으로 돌아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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