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청년 희망' 이민개혁 행정명령 수포로
대법원, 재심 요청 기각
대선서 힐러리 집권 시
새로운 법안 실낱 기대
전국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서류미비자에 대한 추방유예를 골자로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3일 연방대법원에 의해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회기 첫날인 이날 대법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9명의 대법관이 모두 충원됐을 때 다시 심의해달라"며 대법원에 제출한 행정명령 재상고심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재심 요청 기각'이라는 최종 결정문만 발표한 채 어떠한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행정명령은 지난 6월 대법원이 찬반 동수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하급법원의 결정에 따라 시행 무산된 상태를 최종 판결로 유지하게 됐다.
지난 2014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발동한 서류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확대와 부모책임 추방유예(DAPA)를 골자로 하는 2차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지난 2년간 답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발동 약 한달 후 텍사스 등 26개 주정부들은 "행정명령 시행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넘어섰다"며 연방법원 텍사스주 남부지법에 시행 중지 요청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승소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순회항소법원도 1심 판결 지지 결정을 내렸다.
시행이 유보된 상태에서 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6월 대법원은 표결에서 찬반 각각 4대4로 양분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하급법원의 결정이 유지됐고 행정명령 시행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지난 7월 오바마 행정부의 재심 요청으로 불씨가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심의를 진행한 결과 결국 기각 결정을 내린 것.
이번 사태는 어느정도 예상된 바였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허용하는 건 지극히 드문 사례일 뿐 아니라, 재심 요청을 수용한다고 하더라고 총 9명의 대법관석 가운데 현재 공석으로 남겨진 1명이 충원되기까지는 다음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차기 행정부를 기대하고 제기한 재심 요청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 약 500만 서류미비자들의 운명은 오는 11월 대선 판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대법관 후보 인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원의 다수당을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관건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날 대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대통령 당선 시 추방위기에 놓인 서류미비자들을 구제할 다방면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대법원이 우리를 행정령명으로부터 구제시켰다"며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한편 행정명령 시행을 촉구해 온 민족학교의 제니 선 이민자권익 디렉터는 "우선 이번 결정에 당황스럽다. 9명의 대법관이 채워질 때까지 유보되었어야 할 결정인데 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고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선 디렉터는 서류미비 청년과 학부모들이 이번 결정으로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기각된 행정명령은 사실상 제한이 많았다. 더 포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11월 대선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행정명령보다 훨씬 더 내용이 보완된 이민개혁 법안을 내놓고 통과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조은 기자 lee.jo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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