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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통근열차 탈선, 플랫폼 향해 질주한 열차…테러 공포에 떤 승객들

통근객 증언·한인사회 반응

29일 오전 뉴저지주 호보큰역에서 발생한 사고 목격자는 "열차는 승강장을 뚫고 들어와서 매표 구역까지 돌진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충격적인 상황과 대형 참사 소식을 접한 한인들의 반응을 정리했다.

역을 뚫고 나갈 기세로 달렸던 열차

"열차는 역을 뚫고 나갈 기세로 달렸다." 사고 당시 열차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의 증언이다. 급하게 열차를 빠져 나온 승객 낸시 비도는 사고 직후 "역에 가까워 오는데 열차는 멈출 기세를 안 보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속 달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 첫 칸의 맨 뒤쪽에 탑승해 있던 승객 브하게쉬 사흐도 "열차가 역에 들어서는 순간 '쿵' 하는 폭발음을 내며 멈췄고, 열차 첫 칸의 맨 앞쪽에서는 열차 지붕이 무너지면서 파편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며 "내 주변에도 파편들이 떨어졌고 주변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는 승객들과 파편 속에 갇힌 승객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밝혔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열차 승객들은 파편에 갇힌 다른 승객들을 구조하려 안간힘을 썼다. 사흐는 "열차 앞 칸에서 콘크리트 파편 아래 갇힌 한 여성이 있었다"며 "7~8명의 승객들은 그 여성을 구조하기 위해 파편을 들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역 안에서 있던 통근자들도 혼돈에 휩싸였다. 캐이틀린 맥카베는 "역에 들어오자 트랙이 물에 차있었고 터미널 지붕은 붕괴돼 있었다"며 역 내부 상황을 전했다.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붕괴된 터미널 지붕으로부터 물이 흘러 들러오고 있었고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은 창문을 통해 탈출하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열차 밖으로 나온 부상자들로 승강장은 수두룩했다.

한인 피해 상황 파악 안간힘

평소 호보큰역으로 향하는 뉴저지트랜짓 패스캑밸리 노선을 이용했던 한인들이 많았던 만큼 한인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한 한인 여성은 사고 약 1시간 후 미시USA에 게재한 글에서 "남편이 매일 이 열차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열차 이용 대신 차량으로 출근했다"며 "다행히 사고를 면해 안심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인은 "남편이 호보큰역을 지나는 패스 열차를 탔는데 그 역에서 사고가 났다"며 "남편이 오늘은 늦게 나가 사고 역에는 없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손과 심장이 떨려 혼났다"고 토로했다.

최근 맨해튼 첼시와 뉴저지 곳곳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열차 충돌로 인한 굉음과 사이렌이 크게 울리자 이를 테러로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한인들도 있었다.

윤여태 저지시티 시의원과 박은림 뉴저지한인회장, 뉴욕총영사관 영사들도 사고 현장 및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들을 직접 방문하며 한인 피해 상황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호보큰역 외에도 부상자 70여 명이 입원한 저지시티 메디컬센터, 23명이 입원한 호보큰 메디컬센터 등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일일이 확인했다. 박 회장은 "한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은 대형 참사가 발생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시 대형 열차 사고

호보큰역은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주요 환승 지점이다. 호보큰역까지 뉴저지트랜짓 기차를 타고 온 뒤 이 역에서 패스 트레인 등으로 환승해 맨해튼으로 향하는 통근자들이 많다. 패스캑밸리 노선의 경우 호보큰이 종착역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경우 상당히 많은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차에서 내리려 기다리던 도중 문 앞에서 사고를 당했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호보큰역에서 열차 충돌 사고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인 지난 2011년에는 패스 트레인이 호보큰역에 진입하던 도중 멈추지 못하고 벽에 충돌해 30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으나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열차 운행 속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열차를 감속 시키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조정 시스템이 있지만 도입이 연기됐기 때문. 연방의회는 당초 충돌이나 선로 이탈, 과속 등을 자동 방지하는 기능을 하는 새 시스템을 뉴저지트랜짓 열차에 2015년까지 설치할 것을 명령했지만 설치 이행 기간을 2018년까지 연장한 바 있다.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측은 "이 자동 조정 시스템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행 차질, 오후부터 일부 정상화

이날 사고 직후 호보큰역을 오가는 뉴저지트랜짓 열차와 패스 트레인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패스 트레인의 경우 사고 후 6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쯤 운행이 재개됐다. 뉴저지트랜짓 열차의 경우 버겐.패스캑밸리.포트재비스 노선 등이 단축 운행됐다. 트랜짓 측은 호보큰과 시코커스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열차를 타지 못하는 통근자들을 위해 트랜짓 버스를 증편했다.

사고가 발생한 호보큰역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계속 통제 중이며 언제 정상화될지 예상하기 힘든 상태다. NTSB 측은 사고 조사를 위해 약 7~10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사고 혼란을 틈타 불법 택시 운행 등이 기승을 부려 승객 및 주민들의 눈쌀을 찌부리게 했다. 윤여태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일부 우버 택시는 운임을 평소 보다 5배나 높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비상 상황을 겪는 주민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그릇된 상술이 판을 쳐 아쉽다"고 말했다.


서한서·이조은·최시화·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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