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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법륜의 눈으로 본 북한 수해지원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바로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에게 강연 참석자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법륜의 즉설은 이랬다. "옳다, 그르다는 어떤 기준의 문제다. 그런데 그 기준이라는 것이 문화나 환경에 따라 다르다. 기준이 다르다보니 가치관도 달라진다. 가치관은 주관인데 이를 객관화해선 안 된다. 어떤 가치관도 절대적일 수 없다. 객관화 할 수 없는 것을 객관화하려는 데서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사회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법륜은 '생태계'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자연 생태계는 가치관이 없다. 따라서 선악이 없다. 선악은 인간사회에만 존재하는 정신현상이다. 생태계를 벗어나지만 생태계를 조화롭게 하는 행위는 선이고,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악으로 본다."

자식이 부모를 돌보지 않는다고 악은 아니다. 생태계 순리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돌보면 선이 된다. 생태계에서 암수, 흑백을 차별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라고, 흑인이라고 차별하는 인간의 행위는 비생태계적인 악에 속한다는 것이 법륜의 가르침이다.

법륜의 이야기는 북한의 대홍수로 이어졌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에 걸쳐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은 북한 당국의 발표대로 '해방 후 처음 있는 대재앙'을 가져왔다. 138명이 죽고 400여 명이 실종됐다. 1만7000채의 가옥이 완전 수몰됐고, 14만여 명이 길거리로 내몰려 있다. 한국정부는 54개 대북지원단체 연합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북한 수재지원을 위해 낸 방북신청을 거부했다. 핵실험을 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한 참석자가 법륜에게 "북한 핵실험 때문에 북한 이재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스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법륜은 줄곧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앞장서 왔다).

"전쟁을 하더라도 민간인을 학살해서는 안 되고, 적군이라도 부상자는 치료해주고 포로는 죽이지 않고 송환하거나 교환하는 것이 유엔의 정신이다. 미국도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대북제재에도 예외다. 유엔은 국제사회에 대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설사 남북이 군사 충돌 중이라도 인도적 지원은 해야하는 것이 유엔헌장의 정신이다."

이런 입장이기에 법륜이 이끄는 정토회는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을 금지함에 따라 중국을 통한 우회 지원과 해외모금 등을 병행하며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과 주민의 고통을 분리시켜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북지원단의 방북 신청을 불허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북한이기에 한국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법륜의 선악 개념으로 볼 때 생태계적이다. 선도 악도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어려움에 처한 동족을 돕는 것은 선한 행동에 속한다. 그런 이유로 법륜은 북한 수재민돕기는 권장되어야 할 '선행'이라고 강조한다.

헌법의 대통령 직무조항에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평화적 통일'은 악이 아니라 선이 쌓여야 가능한 얘기다. 남과 북 중에서 선을 베풀 수 있는 여유는 어디가 많을까. 북한 이재민 돕기를 금지시킨 박 대통령은 과연 헌법적 직무 규정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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