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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받은 상처 땅에 묻고 '희망'을 수확한다…롱아일랜드 캘버튼 '이씨농장' 이종홍 대표

[창간특집] 100세 시대, 인생 2모작을 산다-뉴욕
30대에 이민와 잡화업, 목수 일 등 닥치는대로
일하며 '아메리칸드림' 꿈꿨지만 돌아온 건 사기

"땅으로 돌아가자" 결심하고 45세에 '귀농'
시행착오 거쳐 배 농장 일구고 재배 작물 확장
4년 전 허리케인 위기 맞았지만 다시 일어서
현재 출하량 줄었지만 연 매출 20만불로 안정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뉴욕시에서 롱아일랜드익스프레스웨이(I-495)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30분 가량 떨어진 롱아일랜드 동쪽 끝 리버헤드 인근 캘버튼에 자리한 '이씨농장(Lee Farm)'. '우리배농장'으로도 알려진 이 곳의 이종홍(65) 대표는 "땅은 사람과 달리 절대 배신을 하지 않는다. 공을 들인 만큼 반드시 거둔다"고 말했다.

이씨농장은 5.2에이커의 작은 규모지만 7개의 비닐하우스에 오이.호박.고추.부추.무.쪽파.깻잎 등 각종 채소가 잔뜩 심어져 있다. 농장 한켠에는 이씨가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콩으로 담근 2~3년 숙성된 된장이 항아리에 담겨있다. 이 항아리들도 이 대표가 여주에서 직수입한 것들이다.



이 대표가 먹음직스럽게 익은 오이 하나를 기자에게 건넸다. 솔직히 시중에서 파는 오이보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해 탐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한 입 씹어보니 씹히는 맛이 알차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시중 오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좋은 채소는 일단 농지에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채소가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자리를 잘 잡아 놓아야 올바르게 채소가 나올 수 있지요."

이 대표의 농사 철학이다. 이 대표는 20년 전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45세의 나이에 귀농을 결심했다. 그 계기가 궁금했다. 1987년도에 미국에 있던 누나로부터 형제이민 초청을 받아 뉴욕에 왔다는 그는 "뉴욕에 오긴 왔지만 말이 안 통하다 보니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잡화가게 종업원, 목수일부터 닥치는 대로 굳은 일을 했지만 별로 돌아오는게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브루클린에서 같이 이민 온 동생하고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국계 잡화가게를 인수하면서 드디어 미국에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사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알고보니 잡화가게가 그 중국계 주인 것이 아닌 다른 사람 것이었던 거죠.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 후에도 동생이 노상강도로 큰 부상을 입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이 대표는 당시 봉제공장에서 근무했던 아내와 본격적으로 귀농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인간에 대해 회의를 느꼈어요, 농사는 정직합니다. 사람들처럼 사기를 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죠."

결국 부부는 지금의 농장과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레노빌에 땅을 빌려 농사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농사에 대한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던 이 대표는 1996년 '배'농사로 농장일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배나무 묘목을 들여와 심었지만 기후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당시 겪었던 시행착오는 밤을 새워 이야기하더라도 다 못 할 정도"라며 껄껄 웃었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DC 등에서 조생종에서 중생종, 만생종에 이르기까지 10여 종에 이르는 배 종자를 들여와 수차례 접목을 거듭했고 마침내 우리배 농장만의 최상의 배 품종을 만들어냈다. 한인들에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특별히 한인 마트에 납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과 뉴저지는 물론 커네티컷 등지에서 이 대표의 배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배 농장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자 이 대표는 '내 농장'에 대한 미련이 생겼다. 남의 땅에서 짓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내 땅에서 농장을 일구고 싶었다.

이 대표는 배 농사를 지어 모은 돈으로 캘버튼에 있는 현재 농장 부지를 구입했고 경작 품목도 배에서 다른 채소까지 확대했다. 레노빌 농장에서 노하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처음은 만만치 않았다.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것부터 저수지 물을 끌어오는 것까지 모두 이 대표 혼자 해야 했기에 농장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 대표는 "고생끝에 나의 농장에서 처음으로 농장물을 수확할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농사일을 시작했기에 더욱더 최선을 다했다. 농약을 사용하면 벌레 피해를 입지 않은 깨끗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지만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직하게 농사를 하기 위해 농약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위기란 언제든 찾아오는 법.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더니 2012년 10월 뉴욕 일원을 덥친 허리케인 '샌디'로 그 해 수확할 농작물을 싸그리 잃었다. 롱아일랜드 해안가 근처에 있었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 대표는 "그 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며 농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며 "샌디가 지나간 후 피해를 다시 복구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렸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참담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현재 이씨농장은 소위 잘 나가던 때보다 농작물의 양도 현저히 줄고, 종류도 축소됐다. 그래도 현재 뉴욕 일원 네 개의 한인 마트에 농작물을 납품하면서 연간 15만~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예전보다 출하량은 줄었지만 이 대표의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정직'입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편법을 쓰기 보다는 그저 정직하게 소비자의 밥상에 최상의 농작물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이 인생의 최고 목표 아닐까요. 제 인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이씨농장은 동쪽 방향 495번 고속도로를 타고 출구 72로 나간후 왼쪽으로 붙어 25번 도로 웨스트를 타고 0.5마일 정도 가다 첫 번째 신호등에서 우회전을 해 매너로드(Manor Road)로 따라 가다 길이 막히면 좌회전을 해 미들로드(Middle Road)로 들어서 0.25마일 정도 가면 왼쪽에 있다. 문의: 631-786-8138, 주소: 1592 Middle Road, Calverton, NY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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