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한진사태가 주는 경제적 교훈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따라서 기간산업은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태생적 혜택을 갖는다. 경쟁력이 없어도 정책금융의 지원으로 보호되기도 하고, 시장보호나 세금혜택 그리고 금융지원이 주어진다.
한국의 경우 불모지에서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기간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통해 한국경제가 오늘날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온 공적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사태는 바로 기간산업이라는 특이한 구조가 이미 시대에 맞지 않고 더 나아가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이미 시장규모가 커졌고 글로벌화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정부의 개입이 없는 순수 시장경제의 기업이었다면 시장상황의 악화와 이로 인한 기업경쟁력의 상실이 훨씬 더 빨리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문제가 확인이 된 이후 해결방안도 기업의 조기 파산절차나 기업의 매각 등으로 고객과 하청업계와 원청업계에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과 시장에서의 정리절차로 사회적 비용을 줄였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오랜 기간 시장에게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주다가 갑자기 정부에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큰 혼란을 초래한 점이다. 기업의 문제는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은 언듯 그럴듯 해 보이지만, 그동안 정부가 직간접으로 개입해 마치 준정부기업처럼 해주다 갑자기 얼굴을 돌려버리면서 한진 스스로나 시장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없게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왕 지금까지 준국가기업처럼 해왔다면 해결절차 역시 준국가기업답게 정부도 주요 참여자가 되었어야 좀 더 원만히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시장주의를 가장 강조하는 미국도 금융위기 때 정부가 사기업에 투자까지 하면서 혼란을 최소화하기도 했는데, 이번 한진의 처리과정은 정부의 급격한 돌변이 오히려 혼란을 더 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파생적 문제는 막상 정부가 손을 끊으면서 조장하는 기업주의 도덕적 책임론이다. 한진은 주식회사고, 주식회사는 기업주의 책임은 투자한 금액에 한정된다는 유한책임의 원칙이 있다. 정서적으로 분명 화가 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내용을 정서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부 스스로 사회의 원칙을 깨는 행위다.
그렇게 개인의 책임이 중요했으면 금융쪽에서 대주주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보증을 받았어야 했고, 그렇게 못했다면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시장경제의 근간이 지켜진다. 한진사태는 어정쩡한 정부개입은 이미 성숙해진 한국경제와 글로벌화한 세계경제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사례다.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성숙함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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