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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일까, 영화 속 일까…샌프란시스코로 간다

더 록ㆍ소살리토ㆍ007시리즈 등
영화와 명곡의 산실로 자리잡아

조금 전 정거장을 떠난 케이블카(트램)가 악명 높은 파웰 스트리트의 가파른 언덕을 향하고 있다. 여름의 맹위가 아직도 기세등등한데 이 언덕의 골바람은 언제나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기억하건데 어느 계절에나 그랬다.오죽하면 문호 마크 트웨인이 "내가 경험한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라고 과장을 보탰을까.

그런데 잠시 멍하게 앞을 응시하던 순간 앞서 가던 케이블카가 선로를 이탈해 자동차들을 연이어 폭발시키며 언덕을 굴러 내려온다. 눈을 한 번 깜박이니 이번엔 건너편 트램에서 영화 속 주인공 제시 멧칼피와 슈리야가 행복감에 겨운 얼굴로 다가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시내 어딜 가도 영화 속 세상이 오버랩된다. 스콧 매킨지의 감미로운 선율을 따라 머리에 꽃이라도 꽂아볼까. 안개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영화 속 세상을 쫓아가본다.

◇ 피셔먼즈 워프

서둘러 피어43 1/2에 이르렀다. 금문교와 알카트라즈를 돌아오는 베이 크루즈가 막 떠나려는 참이다. 승선하면서 받은 리시버의 채널을 한국어로 맞추니 앙증맞은 아가씨의 설명이 편안하다. 내해(만)으로 들어왔던 바닷물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느라 금문교 아래는 진도의 울돌목처럼 거센 물살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금문교와 알카트라즈까지 돌아오는데 1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대부분 떠났지만 여전히 물개 떼로 유명한 피어 39 해양박물관 초콜릿으로 유명한 기라델리 광장 2차대전 당시 활약했던 잠수함 'USS 팜파니토' 클램차우더와 던지네스 크랩 등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하다.



영화 속 세상에선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역을 맡았던 마지막 작품 '어 뷰 투 어 킬'(1985)에서 그가 CIA 요원 척 리를 이곳에서 만난다.

◇ 알카트라즈 섬

거센 물살과 상어떼로 고립된 22에이커의 바위섬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1.25마일)임에도 절해고도가 무색하다. 피셔먼즈 워프에서 바라다 보이는 알카트라즈 섬은 샌프란시스코 만의 나들목 한가운데 솟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등대로 군사 기지로 군대와 연방 감옥으로 지금은 국립 사적지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스패니시로 펠리칸을 뜻하는 이 섬은 배를 타고 직접 올라가볼 수 있지만 성수기인 여름과 가을엔 90일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니 그림의 떡.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는 베이 크루즈만으로도 충분하다.

숀 코너리와 니콜라스 케이지 에드 해리스 등이 열연한 블록버스터 '더 록'은 이 섬과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그대로 담아냈다.

◇ 금문교

비로소 금문교를 내 발로 건너본다. 그동안 자동차로 지났던 터라 걷는 이들이 부러웠었다. 바닷내음 묻어나는 해풍이 상큼하다. 1937년 완공 당시 세계 최장의 현수교였다. 기둥간 거리(0.8마일)의 기록이 깨진 지금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현수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다리 한가운데에 이르니 서스펜션 브릿지답게 아슬아슬한 서스펜스가 즐겁다.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50분이 걸린다. 오래도록 기억될 하루다.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 '진화의 시작'과 '반격의 서막'에선 철창을 탈출한 유인원들이 금문교를 건너 숲으로 도망가는 등 인간과 유인원의 경계를 보여주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

금문교 남쪽 초입에 자리잡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건물 가까이 가기 전엔 내심 시큰둥했다. 그러나 웬 걸. 복제품(?)치곤 너무도 웅장하고 화려하다.

'예술의 전당'쯤으로 불릴 이 건물은 1915년 이곳에서 열린 파나마-퍼시픽 국제박람회의 전시장으로 지어졌다가 부속건물들이 해체되는 수모 속에서도 살아남을만치 시민들의 사랑이 깊었다. 1965년 원래와 똑같이 지금의 건물을 새로 지었다.

영화 '더 록' 에선 탈출한 숀 코너리가 딸을 이곳에서 만난다.

◇ 소살리토

금문교 북쪽 해안가에 자리잡은 휴양마을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선 긴 줄이 늘어서고 해안가 방파제 도로엔 느긋한 관광객들이 늦여름 햇살을 즐기고 있다. 바빴던 샌프란시스코의 여정에 쉼표를 찍어주는 곳이다.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영화의 단골 촬영장이 되고 있다.

영화 '소살리토'에선 장만옥과 여명이 이곳에서 운명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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