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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줄기세포로 만든 쇠고기, 코로 맛보는 커피·초콜릿

글로벌 IT 부호들 ‘뉴푸드’ 개발에 관심

“내가 맛본 치킨 타코에 들어 있는 고기는 확실히 닭고기 향이 났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진짜 닭고기의 맛과 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닭고기는 식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훌륭한 고기 대체품,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미래식품의 맛이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써서 화제가 된 내용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거대 자본이 가짜 식품에 주목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물론 트위터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IT업계 거물이 ‘임파서블 푸즈’ ‘비욘드 미트’ ‘햄튼크릭’ 같은 가짜 식품을 만드는 벤처회사에 잇따라 투자했다. 한국 기업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도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식물로 만든 고기·달걀 식감 좋아
가짜 닭고기로 만든 치킨 타코, 가짜 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 달걀이 안 들어간 마요네즈와 쿠키…. 기존 식품을 새로운 원료로 만드는 가짜 식품 종류가 늘고 있다. 지금도 콩으로 만든 콩고기처럼 채식주의자를 위한 고기 대용품은 존재해 왔다. 하지만 한눈에 봐도 고기가 아니란 걸 알아챌 수 있을뿐더러 맛이나 식감이 많이 달랐다. 이질감이 심해 아는 사람만 찾는 식품이었다. 그러나 벤처회사들은 진짜 못지않은 맛과 향, 영양을 가짜에 담아냈다.

 가짜 식품은 어떻게 진짜와 비슷한 맛을 낼까. 이들 회사는 고기를 분자 단위 수준으로 쪼개 맛과 향·식감·색깔·풍미를 분석했다. 임파서블 푸즈의 경우 ‘헴’이란 물질에서 해답을 찾았다.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붉은 색소 분자인데, 고기 특유의 맛을 살리는 게 특징이다.



 제조회사는 식물 뿌리에서 추출한 헴을 복제해 가짜 고기의 주원료로 삼았다. 여기에 밀·감자 단백질로 식감을 만들고, 코코넛 오일로 고기의 지방을 재현해냈다. 임파서블 푸즈 창업자인 패트릭 브라운은 “글로벌 푸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놓기 위해 과학자·엔지니어·셰프·농부가 모였다. 미션은 간단하다. 사람과 지구에 유익한 아주 맛있는 가짜 고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푸드’에 대한 탐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른 소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근육 섬유를 만들고, 이를 층층이 압착해 실제 쇠고기처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햄튼크릭 회사는 무려 1500여 종의 식물 테스트를 거쳐 완두콩·수수기름·단백질로 달걀과 똑같은 맛과 향기를 지닌 달걀 파우더를 개발했다. 가짜 달걀을 넣어 만든 마요네즈나 쿠키 반죽은 미국의 주요 마트에서 일반 제품과 함께 판매되고 있다.

미래 친환경 먹거리 찾으려 투자
세계적인 IT 부호들이 뉴푸드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가짜 식품을 미래 먹거리로 봤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에 필요한 육류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선 생산을 70%가량 늘려야 한다.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소·양·돼지·닭을 키울 때 발생하는 환경 훼손과 사회적 비용 역시 막대하다. 좀 더 환경친화적이고 영양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뉴푸드 개발에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는 “바이오 기술과 결합한 가짜 식품 개발에 어마어마한 벤처캐피털이 투입되고 있다”며 “이들은 환경 파괴, 자원 고갈 같은 지구적 문제를 고려해 가짜 식품의 잠재 가치에 투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T·바이오·화학·공학 기술 융합
식품의 원료뿐 아니라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물질은 고체·액체·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고체는 저온에서 회전·진동 같은 원자운동이 제한적이다. 원자들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배열돼 있어서다. 반대로 온도가 올라가면 구조는 점점 느슨해지는데, 이것이 액체 상태다. 이때 온도가 더욱 상승해 분자들이 서로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면 기체가 돼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떠다닌다. 뉴푸드 개발은 고체·액체·기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시작됐다.

 하버드대 의료공학 전공인 데이비드 에드워즈 교수 연구팀은 커피·초콜릿을 담배처럼 흡입해 즐기는 상품을 개발했다. 흡입기로 의약품이나 백신을 흡수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었다. 기침을 유발하지 않을 만한 입자 크기와 양, 용기를 고려해 만들었다. 사용자는 흡입하는 기체를 통해 민트·라즈베리· 망고· 일반 초콜릿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분자미식학 권위자인 미야기대 식산업학부 이시카와 신이치 교수는 저서 식탁 위의 과학 분자요리를 통해 “커피는 마시는 것, 초콜릿은 먹는 것이란 개념을 바꾼 충격적인 제품”이라며 “미래의 요리는 기체·액체·고체를 넘어 서로 다른 상태의 조합으로 더욱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훈 교수 역시 “푸드테크는 그 범주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음식·식재료·조리과정에 IT·바이오·화학 및 공학 기술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확대돼 주요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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