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오클라호마 지진과 인간세
안유회 논설위원
자연재해하면 토네이도가 떠오르는 오클라호마에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안은 중대했다. 동시에 주정부의 첫 조치 중 하나가 3200개에 달하는 지하 폐수정(Disposal Well) 가운데 37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린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행정부가 지진과 폐수정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한 첫번째 사례로 꼽아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폐수정은 셰일개스와 연관이 깊다. 셰일개스는 물과 화학물질을 섞은 액체를 지하에서 고압 분사해 퇴적층에 쌓인 성분을 뽑아올린 것이다. 이 때 애초한 분사한 액체와 함께 퇴적층에 갇혀있던 원시 유독물질도 함께 나온다.
폐수 정화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 폐수를 다시 고압으로 지하에 주입해 버리기 때문에 폐수를 버리는 지하 우물이라는 의미에서 폐수정이라고 부른다.
현재 전국적으로 폐수정은 4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계 유가를 낮출 정도로 엄청난 양의 셰일개스를 개발한 만큼 폐수정도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셰일개스 채취 과정의 충격보다 폐수정이 지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폐수가 지하의 압력을 바꾸면서 오클라호마의 경우 수백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단층을 깨워 지진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펜실베이니아주가 지하에 버린 폐수가 인근 오하이오주에서 108건의 지진을 유발했다거나 2005년 가주 베이커스필드 지진이 폐수정과 관련됐다고 주장은 인위적 지진의 심각한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폐수정은 오클라호마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주의 경우 오클라호마보다 지하에 버린 폐수가 더 많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한 집계에 따르면 2012년에만 가주에서 30억 배럴의 폐수가 나왔다. 같은 해 가주 원유 생산량의 16배에 달한다. 원유 1배럴 생산에 12~15배럴의 원시 지하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진과 무관했던 오클라호마의 경우 지난 몇 년 사이 전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의 하나가 됐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15년 오클라호마에서는 6000건에 육박하는 지진이 발생했고 이 중 900건은 규모 3.0 이상이었다.
오클라호마대학은 지난해 4월 2008년 이전 1년에 평균 1.5건이던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건수가 현재 하루 평균 2.5건으로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매달 5억 갤런의 폐수가 지하로 주사돼 매달 11건의 지진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클라호마 지진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이 유발한 것이라는 USGS의 의견은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인간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 구분 시도와 연결될 수 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은 2000년 충적세에 이어 인간세가 시작됐다고 주장했고 최근 이에 동의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인간세의 특징은 인간의 자연파괴로 지구의 환경체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질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인간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간세의 특징은 크게 1940년대부터 시작된 핵실험과 산업화로 인한 환경 파괴와 가축류의 폭발적 증가가 특징으로 꼽힌다. 지층에 엄청나게 퇴적된 방사능 등은 생물종 멸종 속도를 100배나 빠르게 하는 한편 지금까지와 다른 기후를 만들어 지구의 환경체계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가축류의 폭발은 인간의 탐욕이다.특히 닭고기 소비의 폭증으로 닭뼈는 인간세의 대표적 화석이 될전망이다. 석유에 대한 탐욕이 멈추지 않으면 인위적 지진도 인간세의 지질 변화 요인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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