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격 떨어뜨리는 대한민국 수재들
김윤상 / 변호사
비슷한 나이에 나는 아직 유치원도 안들어 간 아들이 있는데 육아에서 자유로울 그가 부러웠다. 그런데 정작 그의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지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육아가 계속되는 것 같아 위안을 삼아본다.
하여간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으로 이미 20대 초반에 인생로토(?)에 담청이 돼 지금까지 왔으니 그 길이 탄탄대로였던 듯하다. 거기다가 부를 어떻게 축적했나 진짜 궁금한 장인으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고 또 까다로운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도 한몸에 받고 있으니 난 사람은 난 사람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병우씨의 자리가 공직자들의 비리를 점검하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하도록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그가 앉아있는 자리는 결국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한 점의 흠이 없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아직 결론은 안 나왔지만 '굴뚝 연기'가 많이 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여러 사람들의 인사를 좌지우지해 왔다.
흔하진 않겠지만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한 점의 흠이 없는 사람을 찾으려면 찾는다. 대통령과 가깝거나 여당 성향이 아니라서 그렇지 찾아보면 대쪽같은 선비형 공직자도 아주 없지 않다. 우리민족이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윗자리에 앉아 반만년 외침받고 일제에게 나라가 넘어가고 해방돼서 나라가 반토막이 난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항상 상층부를 차지했다.
선조 때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는 고관대작들이 다 과거급제한 수재들이다. 일제에게 나라를 팔아넘긴 인물들도 다 내로라하는 수재들이다. 일제나 군사독재 때 거기에 빌붙어 축재하고 출세한 사람들 대부분 수재들이다. 우병우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부와 권력의 상층부를 이루는 사람의 상당수는 공부잘하는 수재들이다.
어떤 목사가 얘기한 대로 수재는 단순히 공부를 잘한다는 거다. 그 사람들의 뇌가 공부에 잘맞게 발달돼 있는 걸로 천성적으로 운동 잘하는 사람, 음악 잘하는 사람과 다른 게 없다. 다만 우리사회가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가고 출세하고 부자와 결혼하고 권력을 잡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수재가 다른 것을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 안 되게 선호될 뿐이다.
훌륭한 인간과 수재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수재는 어려서부터 공부만 잘해 주변에서 칭찬받고 자라나, 사회적 적응도 약하고 공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들의 뇌가 잘못되면 사회에 오히려 독이 돼버린다.
여름방학도 끝났다. 부모들이 자식들의 공부보다 인성교육에 더 신경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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