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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황홀경'…레이크 타호로 간다

북미 최대ㆍ최고 알파인 호수
순환도로 절경에 탄성이 절로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폰데로사 소나무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내려 꽂힌다. 한껏 솔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달리던 길이 능선 위로 올라선다. 왼쪽 소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에메랄드 베이'의 '패닛 아일랜드'도 나란히 달린다. 오른쪽 아래론 캐스케이드 호수가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여기쯤이었을까. 영화 '시티 오브 에인절'의 여주인공 '매기'(멕 라이언)가 두 팔 벌려 하늘을 우러르며 행복감을 만끽하던 곳이. 아, 하지만 그녀는 환속한 천사 '세스'(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할 찬거리를 마련해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다 갑자기 도로로 나온 벌목 트레일러 밑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지. 잠시, 찬란한 슬픔의 순간을 떠올린다. 카스테레오엔 이곳에서 들으리라 마음 먹고 준비한 새라 맥라클렌의 영화 음악 CD가 들어있다. 허스키해서 더 애잔한 주제곡'에인절'이 흘러 나온다.

이달 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이자 북미 최대의 고산지대 호수로 손꼽히는 레이크 타호엘 다녀왔다. 가주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 기슭과 네바다주 경계 지역에 인접한 해발 6225피트 높이의 레이크 타호는 길이 22마일, 폭 12마일에 달하는 자연호수로 최고 수심이 무려 1645피트에 달하는 북미에서 세번째로 깊은 호수다.

레이크 타호 여정은 호안을 따라 이어진 71마일의 순환도로부터 시작된다. 주위가 잘 정리된 하이웨이가 호수를 일주하고 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펼쳐진 백사장 주변은 야생의 화초가 어우러져 피어 있는 깊은 산림지대로 캠프장·모텔 등 휴양지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호수 남서쪽 '인스퍼레이션 포인트' 전망대에서 수정처럼 투명한 에메랄드 베이를 바라보며 한숨 돌린 뒤 사우스 레이크 타호 타운으로 향한다.



잘록한 에메랄드 베이의 병목 구간 너머로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어느 쪽으로든 한 바퀴 돌아야 구석구석 진면목을 볼 수 있겠지만 71마일을 돌자면 하루로도 모자랄 터. 그래서 에메랄드 베이 다음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비주(Bijou) 비치로 간다. 하얀 백사장과 호수 가운데로 뻗어 있는 피어가 근사한 곳이다. 과연 그랬다. 드넓은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에 백사장은 여름을 즐기는 물놀이객들로 천국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호수로 떨어지는 일몰의 황홀경으로 연중 사진가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여름에는 페달보트,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카약 등 다양한 수상 레저와 함께 하이킹이나 낚시ㆍ산악 자전거·암벽 등반·승마·골프 등 가능하다.

겨울에는 초보자 코스에서 전문가 코스까지 다양한 코스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15개 스키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1960년 동계 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승마와 통나무집으로 유명한 '캠프 리처드슨', 케이블카를 타고 9000피트까지 올라가 호수와 주변의 풍광을 내려다보는 '헤븐리 피크 전망대', 옛날 흑백 TV 시절의 드라마 '보난자'의 촬영장이었던 '폰데로사 랜치'등이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다.

느긋하게 호숫가를 맴돌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일은 돌아가는 길에 들를 곳이 많다. '악마의 기둥'으로 불리는 데블스 포스트파일도 가보고, 시에라의 차가운 계곡에선 송어낚시도 해볼 참이다.

다음날, '악마의 기둥'을 보러 맘모스레이크에 이르렀다

육각형 원주 형태로 땅에서 솟아오른 현무암 기둥들이 주위의 경관을 압도한다. 용암이 솟아 오르며 기둥형태로 다시 쪼개져 이탈한다고 과학은 '주상절리'란 이름을 붙였지만, 어느 석수보다도 정교하고 웅장하다. 그야말로 '악마의 손길'을 빌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겨울 스키 전용 관광지로 알려진 '맘모스 레이크' 뒷편 산기슭에는 지구 생성의 신비를 보여주는 데블스 포스트파일 준국립공원(Devils Postpile National Monument)이다.

드넓은 맘모스 레이크 스키장은 스키 비수기인데도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눈에 감이 온다. 겨울 스키어들을 태워 날랐을 리프트는 정상 전망대로 관람객들을 실어나르고 군데군데 설치된 인공암벽, 짚 라인 등에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맘모스 동상을 지나 매표소에서 셔틀버스 티켓을 샀다. 16세 이상은 7달러. 장애인 플래이트가 있는 차량이거나 공원 안 캠프장을 이용하는 등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데블스 포스트파일은 인요 국유림에 자리하고 있는데, 북쪽으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남쪽으로는 킹스ㆍ세코이아 국립공원이 맞닿아 있다. 겨울이면 설국으로 변하는 까닭에 매년 6월 중순쯤 문을 열고 그해 10월 초순이면 문을 닫는다.

종점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었을까. 야트막한 고개마루를 돌아서니 갑자기 왼쪽에 '악마의 기둥'이 그 기괴한 몸체를 드러낸다. 수십만년 동안 하나 둘씩 떨어져 나온 정교한 다각형의 기둥들이 발치까지 나둥그러져 있다. 평균 직경 2ft.에 길이 60ft.에 이르는 기둥들이 거대한 성곽을 이루고 하늘로 솟아 있다. 그야말로 악마가 손대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정교한 '조각품'이 있을수 있을까 싶다.

왼쪽으로 꼭대기에 이르는 트레일이 있어 길을 잡는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데블스 포스트파일 정상에 올랐다. 삐죽빼죽할 줄 알았던 정상은 검은 대리석을 깔아 놓은듯 매끈하다. 바닥이 마치 다각형 타일을 깔아 놓은 것처럼 빈틈도 없이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한다. 아래서 올려다 보던 가장자리로 나아가니, 아찔한 낭떠러지다. 먼 발치로 샌호아킨 강이 시퍼렇게 흘러간다.

어떻게 가볼까

LA에서 레이크 타호까지는 편도 약 450마일에 7시간 정도 걸린다. I-5를 타고 새크라멘토로 가서 하룻밤을 묵고, US-50번을 타고 레이크 타호로 갔다가, 395번을 타고 내려오면서 맘모스 레이크를 들렀다 올 수도 있고,

395번을 타고 왕복을 해도 된다.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면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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