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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영란법과 의식 개혁

장동만 / 저널리스트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나라, 국가 청렴도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세계에서 37위(Ti 조사)를 기록한 나라, 그 나라가 역사상 획기적인 부패 방지법을 마련했다. 일컬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법은 적용 대상자가 공직자와 언론사 종사자, 사립학교 교직원 등 300만 명에 이르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동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서는 그 법(안)의 구체적인 세세한 내용은 접어두고, 문제의 근원을 포괄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한다.

이 법은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다. 첫째 '부정 청탁', 둘째 '금픔 수수'.

먼저 '부정 청탁'을 생각해 보자. 뭣이 부정 청탁인가? 부정이고 '나발'이고 있을 수 없다. 그저 청탁일 뿐이다. "좋은 자리 있을 때 한번 봐 달라." 가까운 사이면 능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문제는 그 청탁을 받은 사람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자기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 편법 혹은 탈법.불법으로 청탁인에게 유리하게 처리한다면 여기서 비로소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그러니까 '부정 청탁'이란 없고, '부정 처리'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 청탁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정(情)에 약한 심성의 사람으로선 참 어려운 문제다. 더욱이 그것이 직장 상사의 명령조의 부탁일 때는 자기 보신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긴요한 것이 그 사람의 '의식(意識)' 수준이다. 민주시민 의식, 준법 의식, 공사(公私)를 가리는 공공의식이 철저하지 않는 한, 그 '부정 청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 다음 '금품 수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나로선 그것이 향응이건, 접대이건, 뇌물이건 그렇게 쓸 돈이 있는 사람(들)은 맘껏 자유로이 쓰도록 하라. 2015년도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가 무려 10조 여 원(국세청 집계), 그러고도 장사가 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라. 식사 한 끼 3만 원 이하만 먹어라, 선물은 10만 원 이하로 하라, 이렇게 할 것이 아니라 돈이 많아 그 이상 호의호식, 호화 선물을 할 수 있으면 그대로 내버려 두라. 그래야 돈이 돌고 고용 기회도 생성되고, 연관 산업도 굴러갈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렇게 쓸 수 있는 돈의 출처다. 정직하게 번 돈, 세금 다 낸 돈, 깨끗한 돈이냐 아니냐가 문제다. "능력껏 벌어 맘대로 쓰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쓰는 것을 제한 또는 억압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쓸 수 있는 돈의 원천을 철저히 추적, 검은 돈과 깨끗한 돈을 밝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줄 안다. 아마도 현 한국 공직자들의 봉급, 중소 상인들과 일반 근로자들의 봉급 수준으론 그러한 사치나 호화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도 핵심 문제는 그런 향응이나 접대, 뇌물을 받은 사람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처신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역시 그 사람의 윤리.도덕 의식, 민주.공공 의식이 철저하다면 마지못해 받아는 먹되, 그 후에 "입 싹 씻으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 제공자들도 이런 향응이나 접대, 뇌물이 이제는 더 이상 별 효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모처럼 어렵사리, 많은 난관 끝에 마련된 '부정 청탁 및 금품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한국이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대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데, 법에 앞서 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개혁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2004년 시행했다가 2008년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를 비롯해, 조선 시대에도 대동법이나 균역법, 호포론(論), 서원 철폐 같은 좋은 사회개혁법이 등장했었지만 별 효과를 못 거둔 것이 모두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이 의식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다. 이 이론이 진리라면, 이번 김영란법 같은 문서상의 법적 제약이,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려는 생각을 계속 움추러들게 함으로써 종국에는 "아, 그러면 안 되지"라고 점차적으로 의식이 개혁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이 법의 의미와 효과를 십분 거두는 것이 될 것이다.

끝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있어 법이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구체적인 실례를 어느 신문에서 인용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참여정부 시절 '접대비 실명제'처럼 ①영수증 쪼개기 ②페이백 ③명함 끼우기 같은 편법들이 다시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①카드 몇 개로 나눠 결제하거나 일부는 당일, 나머지는 하루 전날이나 다음날 결제하는 게 영수증 쪼개기, ②일단 각자 계산을 한 뒤 돈을 돌려주는 게 페이백, ③참석자 수를 부풀려 1인당 평균 금액을 낮추는 게 명함 끼우기다. 접대비 실명제는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 상대방과 목적을 밝히도록 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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