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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상 수치 고의 왜곡…주주·채권단에 큰 피해

미국 엔론, 한국 대우그룹 사례가 대표적
타 기업이나 국가 신용도에도 영향 미쳐
자산 과대계상, 내부 허위거래 등 수법 사용

Q. 최근 한국 대우조선해양 사태 보도에서 '분식회계'라는 말이 나오는데 무슨 뜻인가요.
A.
분식회계(粉飾會計) 또는 분식결산(粉飾決算)이란 공개된 기업의 경영진과 관계 타기업 및 관련자들이 비정상적인 자금 운용, 매출액 과대 계상, 지출액 축소 계상, 자산 가치 허위 계상, 부채 축소 계상 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조작하는 불법 행위입니다. 한자로는 가루 분(粉), 꾸밀 식(飾)을 써서 분식이라고 쓰며 영어로는 'make-up accounting' 'window-dressing' 'accounting fraud' 등으로 표현합니다. 기업이 실제보다 좋은 실적이 보이도록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시키는 회계로 주주와 채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켜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분식회계의 이유=기업가치와 경영자에 대한 평가는 기업이 얼마나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좋은 경영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대부분 경영자는 가능하면 자산과 이익을 좋게 보이고 싶어 합니다. 또 세금을 회피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매출을 줄이거나 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순이익을 줄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고, 차입조건을 개선해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거나 주가를 조작해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점=분식회계로 인해 왜곡된 재무제표가 공표된다면 그 피해는 매우 클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엉터리 재무제표를 믿고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한다면 비싼 값에 주식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볼 것이고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것입니다. 또 국가 전체적으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외국 투자자들도 이런 기업에 투자해 손해를 본다면 기업과 국가 전체를 신뢰하지 못하므로 신용도가 떨어지고 다른 기업들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대표사례=미국의 대표적인 회계부정 사례는 2001년 불거졌던 에너지.물류 서비스 기업 엔론(Enron) 사태입니다. 엔론은 한때 90달러대였던 주가가 회계 조작 사실이 밝혀진 후 불과 수 센트로 99% 이상 하락해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혔고, 노후대책으로 자사주만을 보유하고 있던 많은 엔론 사원들은 회사 부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엔론 스캔들은 자회사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분식회계를 행한 것이 특징인데, 자회사와 반복적인 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부풀린 것입니다. 이는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반복적으로 물건을 사고 팔아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미 빚아 많아 은행에서 더 이상 차입하기 어려운 아버지가 아들 명의로 돈을 빌린 것과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분식회계가 급증했는데, 특히 대우그룹의 41조원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재무제표를 믿고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과 투자자, 일반 국민들이 엄청난 손해를 본 일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사업 분야와 별도 분야에서 10년간 최소 5조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소 5조4000억원대의 분식회계, 그리고 분식회계에 기초한 45조원 대의 사기대출로 금융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조작된 회계장부를 근거로 금융기관에서 10조원의 대출을 받고 35조원의 대출보증을 서는 등 45조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과대.과소 계상=분식회계 방법 중 가장 흔한 수법이 이른바 '부풀리기'인 과대 계상입니다. 가공의 매출, 수익, 재고자산을 만들어 숫자를 부풀리는 것입니다. 회계적으로는 자산의 과대 계상, 부채의 누락 또는 과소 계상이라고 표현합니다. 분식회계 수법 역시 여러 가지여서 아직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의 가치를 장부에 과대 계상하는 수법, 팔지도 않은 물품의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을 부풀리는 방법 등이 주로 이용됩니다. 이 수법을 쓰면 수익항목인 매출과 자산항목인 매출채권이 실제보다 부풀려집니다. 또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고의로 적게 쌓아 자산과 이익을 부풀리거나 비용으로 떨어내야 할 부분을 자산으로 기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지출을 자산항목인 개발비로 변칙 회계 처리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수법입니다. 이밖에 일부 부채항목을 누락시켜 빚이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가치가 없어진 자산을 장부에서 없애지 않고 옛 가격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방법도 흔히 이용됩니다.

◆회계 처리 시기 조정=매출액을 조기에 인식하거나 당기 비용을 미래로 옮기는 등 기간 손익을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회계기준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주를 받은 날이 아니라 상품을 인도하는 순간 장부에 적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건설.조선업처럼 수주 시의 계약금액을 공사나 건조 진행 기준에 따라 매출로 잡는 업종이 있습니다. 이는 회계기준에서 허용하고 있는 원칙인데, 장기간 상품을 만들고 완성품을 마지막에 납품할 경우 앞 기간에는 큰 비용만 인식돼 손실이 발생하고 마지막 연도에는 엄청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따라서 수주산업 회계에서는 진행률에 따른 공사원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면 매출을 조기에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 분식회계의 여지도 늘어납니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조선업체나 건설사의 분식회계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허위 내부거래=거래는 항상 상대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회계부정도 여러 개의 기업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계열사, 협력사와 짜고 복잡한 순환거래를 통해 분식을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실제 물건의 인도 없이 여러 개의 회사 사이에 매출전표와 청구서 등 서류만 작성해 이익이 난 것처럼 꾸미는 것입니다. 대신 이들의 이익을 상쇄할 손실을 떠안을 회사가 필요한데 대표적 사례인 엔론의 경우 300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손실을 떠넘겼습니다. 일종의 신용카드 돌려 막기와 같은 방식입니다.

이 외에도 특수관계자거래, 우발부채, 금융상품 이용 등 세부적으로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회계부정 기법들이 있습니다. 또 몇 가지 방법이 결합되어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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