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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영등포 시장과 한인타운

오월동주로 유명한 월나라에 서시(西施)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타고난 미모가 어찌도 그리 곱고 우아하던지 심지어 강가에서 빨래하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맑은 강물에 비쳤을 때 주변을 유영하던 물고기가 물에 비친 서시의 모습에 도취, 그만 헤엄치는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하다가 점점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한다. 훗날 사람들은 서시의 자태가 너무도 아름다워 그것을 감상하던 물고기를 강 밑으로 가라앉게 했다는 뜻으로 ‘침어(沈魚)의 미모’라 부른다.

그런데 그 아리따운 불세출의 미인이 오늘날로 말하면 심장병이나 가슴앓이 병이라도 앓고 있었던 건지 가끔 가슴이 아플 때면 가슴을 움키듯 살포시 두 손을 포개고는 통증을 참아내듯 콧잔등이와 미간에 살짝 고운 주름을 만들며 낮달같이 찡그리는 눈매가 너무 곱고 매력적이어서 동네의 또래는 물론 이웃 마을의 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따라 하게 되는 춘사(椿事)아닌 춘사가 되었다.

요즘 말로 문화 현상인 셈인데, 어쨌든 역시 미인은 예나 지금이나 무엇을 해도 이쁜 모양이다. 오늘날까지도 효빈(效嚬) 즉, 찡그리는 것을 본받아 따라 한다는 뜻을 남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형편을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 내 웃음거리가 되거나 남의 비난을 받아 미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빈축(嚬蹙)을 산다는 말의 원형적 유래다.

크랜베리 소스 들큼한 터키를 먹고 추수감사절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것이 추석을 대신한다면 못내 섭섭해 할 동포들이 많다. 떡방아 간의 추억은 없다 하더라도 한국마켓에서 송편이라도 사오거나 배라도 한 상자 들여나야 속이 편한 이들은 어떤 면에서 동시대 속에 두 문화권에서 산다고 봐야 한다.



생활의 현장은 이곳 미국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기른 그리움과 익숙한 한국 문화를 찾다 보니 동포신문을 구독하고,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한국 문화를 속속들이 알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문화의 알맹이보다 한류로 적당히 포장한 근거 없는 허례나 턱없는 허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난데없는 입성 치레와 세계생산량의 팔 할 이상이 한국과 일본에서 소비된다는 어느 회사 제품의 핸드백, 또각거리며 걷는 나란한 행진, 나이 든 축에 속하는 여인네의 보라색 머리염색까지 생경스러움을 넘어 눈뜨고 바라보기에도 폭력스러웠던 적은 혹 없었는지.

워낙 잘사는 친정집(한국) 일이라 지극히 조심스럽고 다소 민망하더라도 천편일률적인 유행의 따라쟁이 짓을 가소롭게 생각도 해보고 좀 더 가혹하게 말하자면 유행의 집단 히스테리 쏠림 현상이나 부박한 ‘바보들의 행진’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정집의 이런 바보들의 행진에 대해 동포들의 작은 역할은 어쩌면 더욱 냉담해지고 문화적 주체성을 가지는 일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포사회 특유의 문화도 창출되고 걸러져 언젠가는 하나 된 고향 땅이 동포문화를 은근히 부러워 본받는 날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가깝게는 애난데일이나 엘리컷시티의 한인타운이 영락없는 영등포 시장통과 구별할 수 없다면 그것도 문화적 재앙일 수도 있겠다 싶다. 단순한 취향의 충돌이라서가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2500년 전 효빈(效嚬)과 빈축의 그 우새스러운 모습을 닮아서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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