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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분골쇄신 새기고…리우 막차 탄 함상명

한국복싱, 행운의 올림픽 티켓
6일 올림픽 선발전 탈락 뒤 낙담
외국선수 출전 포기로 극적 합류
복싱 32년 연속 참가 기록 이어져

"꿈 같은 기회, 시간 모자라지만
몸 부서져도 최선 다해 싸울 것"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 꿈만 같네요."

19일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복싱 국가대표 함상명(21·용인대)에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전갈이었다. 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이 되살아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 고 했다.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함상명은 지난 6일 베네수엘라 바르가스에서 열린 2016 APB(AIBA 프로 복싱)·WSB(월드시리즈복싱) 올림픽 선발전 밴텀급(56㎏) 8강에서 탈락했다. 실망감을 가득 안고 귀국한 그는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18일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다음날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AIBA가 대한복싱협회에 메일을 통해 '함상명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최희국 대한복싱협회 사무국장은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딴 선수 중 한 명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APB 랭킹(3위)이 가장 높은 함상명에게 티켓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복싱은 3월 올림픽 아시아 예선과 6월 세계 예선에서 한 장의 올림픽 쿼터도 따지 못했다. 신종훈(27·인천시청)과 함상명이 마지막 기회인 APB·WSB 선발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동서냉전으로 불참한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빠짐없이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국 복싱의 전통이 끊길 위기였다.

그러나 함상명이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하면서 간신히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순전히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함상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과감히 APB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APB는 AIBA가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프로복싱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대회다. 함상명은 한국 선수 최초로 이 대회에 참가해 3연승을 거뒀다. 덕분에 리우 올림픽에 갈 수 있는 기회까지 잡았다.

함상명은 시흥 군서중학교 때 처음으로 복싱 글러브를 꼈다. 재미삼아 복싱부 문을 두드렸다가 권투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함상명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황성범 코치님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상명은 타고난 복서다. 그는 "치고받는 게 너무 재밌었다. 링 위에 서면 피가 끓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17세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된 함상명은 19세에 태극마크를 달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함상명의 왼쪽 가슴에는 자신의 좌우명인 분골쇄신(粉骨碎身·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한다는 뜻)이라는 문신이 새겨져있다. 함상명은 "시간이 모자라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분골쇄신이란 말처럼 내 몸이 부서져도 모든 걸 던진다는 각오로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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