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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우이동 친정 나들이

김준혜 / 뉴스타 부동산

얼마 전 한국방문 때 있었던 일이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방문할 친척 집도, 만날 친구도 대충 소화해낸 상태라 느긋한 마음으로 걷다 지쳐 돈암동에서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기차가 수유리 쪽으로 가자 이제는 지상철이 되어 석양을 받은 우이동 북한산의 수려한 자태를 볼 수 있었다 30년 세월 저쪽의 추억이 아직도 거기에 산악처럼 버티고 있었다.
 
무슨 호기였는지 나는 그 다음 날 날이 밝자 우이동 계곡을 찾았다. 일부러 삼선교에서 출발, 아리랑 고개를 넘어 빨래 빨던 정릉을 거쳐 도선사로 가는 유년의 추억을 따라 그 길을 되짚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우이동 도선사를 향해 가는데 아무래도 인수봉에 다다르면 허기가 질 것 같아 사하촌 밑에서 김밥 등을 말아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김밥 한 줄을 받아든 내 손안에는 검은색 플라스틱 백이 들려있었다.
 
건강검진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이런저런 상념과 더불어 새롭게 돋아나는 추억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섞어 걷는 길은 지나간 세월에 비해 그런대로 변하지 않아 더욱 흥취가 났다.

근데 고약한 것은 그 다음에 있었다. 오르는 산굽이마다 한줄기 부는 바람의 신선함도 잠깐, 정상 구비 등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등산객들과의 어정쩡한 조우는 참으로 곤혹이었다.



처음에는 눈치가 없어 몰랐으나 어색한 대로 싫지 않은 눈인사라도 할 요량으로 그들을 보려면 남녀노소를 할 것 없이 한결같이 곁을 안 준다고나 할까. 새침한 것이 여간 아니었다. 하여튼 내리보는 표정이 깔보거나 업신여기는 실로 나로서는 경험치 못한 그지없는 그 도도와 경멸의 표정들, 여기 말로 ‘dirty look’을 주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필자도 살았다면 미국에서 30년을 살았는데 소박한 “안녕하세요”는 커녕 마주치는 눈인사도 일시에 외면당하는 무안함이었다.
 
그런데 백운대던가 인수봉 정상에서든가 제법 널찍한 바위에서 서로 무리 지어 밥을 먹는데 필자도 가지고 간 김밥을 펼쳐 놓고 입에 넣는 순간 그것도 깨달음처럼 일시에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그렇게 냉담으로 나를 대했는지를….
 
문제는 바로 복장이었다! 그러니까 고국의 친정 사람들은 등산해도 한껏 차려입고 야외활동에 걸맞은 온갖 색깔, 그것도 형형색색의 네온 색을 이용한 전문 등산복이었다. 기세로 보면 당장 히말라야라도 오를 복장과 등산용 지팡이 등 트레일 전용으로 고안된 날렵한 신과 너무 과장된 등산용 양말 등을 일제히 갖춘 것에 비해 나는 편한 복장으로 산책처럼 나온 것이 겨우 코스트코 청바지에, 달랑 상표 없는 티셔츠에, 손에는 김밥이 든 검은 봉지. 그나마 가파른 산행을 하느라 흔들고 다니다 보니 거의 봉다리 수준이 되어버린 형국이었다.
 
딱 그들의 눈에는 내 행색이 이건 여자 김삿갓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정말 영 아니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들로 봐서는 자기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감히 나의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 것이 무슨 중대한 모욕을 당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았다.
 
그걸 빤히 앞뒤로 따갑게 느끼면서 지점에 따라서는 같이 오르는 인수봉 철계단 등에서 자기들끼리는 서로 높이며 김 회장, 이 회장, 오 여사를 찾아가며 북돋는데 어느 시절 무슨 회장인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에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한국 특유의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문화는 체류 기간은 물론, 나중에 서울을 떠나는 공항에서까지 꾸준히 보게 되는 진풍경에 기가 죽었다.

시집간 가난한 딸네 집 찾아가느니 차라리 가을 들녘을 서성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 호령하듯 떵떵거리는 친정집 식구에게 시집의 궁색을 보여주는 것 역시 까닭 없이 주눅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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