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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하고 잘 어울려…공놀이로 아이가 달라졌어요

인성교육에 좋은 공놀이

'요즘 아이들, 한창 뛰어 놀 때인데 …' 부모들은 한번쯤 되뇐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조기교육에 열을 올린다. 경쟁에 대한 압박감에 아이들의 정서발달은 뒷전으로 내몰린다. 시기를 놓친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배려심 없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뇌과학·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의외의 곳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바로 '공놀이'다. 공놀이가 이성적 판단과 공감능력, 자기통제력을 키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을 위해 공놀이에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다.

류장훈 기자

공놀이처럼 흔하고 쉬운 놀이가 있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즐겨온 놀이다. 하지만 공놀이의 가치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단순히 운동능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인이 될 때까지 인격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감능력 좌우하는 전두엽



공놀이와 정신건강 사이엔 뇌 전두엽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먼저 전두엽의 기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두엽은 대뇌에서 앞쪽에 있는 부분을 말한다. 얼굴 쪽에서 보면 이마 안쪽에 위치해 이마엽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뇌는 담당 영역에 따라 크게 세 개의 단계로 나뉜다. 생존의 뇌, 감정의 뇌, 그리고 이성의 뇌다. 체온·심장박동·호흡·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낮은 단계인 생존의 뇌, 본능과 감정을 담당하는 것이 중간 단계인 감정의 뇌다. 가장 고차원에 해당하는 이성의 뇌를 담당하는 것이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뇌에서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전두엽이 관여하는 영역은 또 있다. 일을 계획하고 의사를 결정하며 정신을 집중하도록 만든다. 동기를 부여하고 감정의 뇌가 가진 폭력성과 충동성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덕성의 뇌'로 불린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결정짓는 것도 전두엽이다. 사람의 공감능력은 감정적 공감능력, 인지적 공감능력으로 나뉜다. 감정적 공감능력은 쉽게 말해 이심전심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부모의 웃는 표정을 보고 따라 웃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선천적이고 반사적이다. 중요한 것은 인지적 공감능력이다. 어떤 상황의 전후 맥락에 따라 타인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적 공감과 달리 후천적 경험과 전두엽의 발달이 좌우한다.

전두엽과 범죄 사이엔 연관성 커

전두엽 발달 정도는 범죄와도 관련이 있다. '국제신경법학(International Neurolaw)' 학술지에 실린 '신경과학과 법(Neuroscience and Law·2011)' 연구에선 그 심각성을 경고한다. 연구에 따르면, 40세의 한 남성은 뇌종양으로 인해 전두엽이 손상됐고, 소아성애 성향이 생겨 몇 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뇌종양 제거 후 소아성애 성향은 사라졌다.

연구진은 "전두엽 이상이 폭력, 강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정상인에게 잠재적으로 깔려 있는 성향이 제어되지 않고 그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전두엽이 미성숙한 상태도 마찬가지다. 미 뉴욕 대법원은 청소년기에 미성숙한 전두엽 발달로 인한 범죄 가능성을 인정했다. 18세 이전 범죄에 대해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2005년에 내린 바 있다.

적어도 전두엽이 가장 빨리 발달하는 2~6세에는 전두엽 발달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공놀이

공놀이가 과연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유아기에는 특히 감정 조절 교육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공놀이를 통해 스스로 자연스럽게 이를 터득하게 된다. 또래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전두엽이 발달한다.

공격성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뛰고 던지고 뺏는 행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공격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공놀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놀이라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남의 눈치를 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전두엽이 자극된다.

공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승부에서 지는 것을 수긍하거나 남이 수용할 만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기조절 능력을 터득하게 된다. 자기 맘대로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것이 바로 전두엽의 기능이다.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는 사회성이 떨어져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이 주의·집중력도 높여

공놀이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몇몇 연구 결과에선 공놀이가 아이 집중력과 충동성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대학교 특수체육학과 연구진은 12주간 7~8세 남자아이 20명을 대상으로 주 2회, 50분씩 총 12주간 공 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실시 전후에 각각 주의·집중력 뇌파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을 받은 집단의 주의지수는 좌뇌가 각각 45.77점에서 52.21점으로, 우뇌는 45.67점에서 52점으로 의미 있게 증가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주의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은 그룹에선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공놀이가 주의력과 집중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신대학교가 실시한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공 운동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주간의 프로그램 실시 결과 책임성·자율성·사교성 등 9개 사회성 지표 중 평균 7개 지표가 개선됐다.

폰·조기교육에 빼긴 시간 되찾아야

조기교육이 일반화되고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공놀이의 효과는 더욱 절실하다. 아이들의 뇌를 발달시키고 인성을 길러야 하는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 사용이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두엽이 급격히 발달할 어린 시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스마트폰을 준다. 잘못 길들여진 뇌는 평생 간다. 유아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요즘엔 떼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공을 주고 함께 공놀이하는 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보다 인성교육을 위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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