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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글로벌 ICT]전자정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어떻게 기여할까?

전자정부와 논하는 ‘富’
데이터 소사이어티, 정부의 몫은 어디까지?
‘무엇을 할까’ 보다, ‘누가 더 잘 할까’ 고민하자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본 독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건가'라는 두려움 섞인 감탄을 쏟아냈다.

지시하면 따르는 컴퓨터와 기계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앞서나가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봤다. 정보화 혁명을 거치면서 경제구조와 일자리 변화, 부의 이동을 경험한 세대들은 시대가 가기 전에 또 한차례 급격한 변화를 겪는 건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IT와 미래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7월 좌담회에서는 '전자정부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나?', '나아가, 미래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발전을 이끌기 위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혜안을 찾았다.

서병조 /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김병준 / 국민대 교수


이경상 / 디지털 비즈니스연구원 단장
박종일 / 착한텔레콤 대표
류현정 / 언론인
오강탁 /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본부장

오강탁(사회자)
지난 시간에는 전자정부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파괴적인 변화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예측했다. 이 자리는 그런 여세를 몰아 제4차 산업혁명과 전자정부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마련됐다. 오늘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전자정부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과 기회에 대해 논의해 봤으면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기술과 경제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봤으면 한다. 지난 좌담회 때도 그랬지만, 주로 ICBMS을 비롯해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언급되곤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기술발달과 확산이 가져올 새로운 경제변화의 양태와 의미, 그리고 관련된 도전 이슈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눠보자.

류현정
먼저, 떠오르는 얘기가 있다. 「기계와의 경쟁」이라는 책을 번역했었는데, 그 중에서 ‘체스 후반부’의 일화다. 황제가 너무 재미있는 체스를 만들어 준 발명가에게 고마운 마음에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하자, 발명가는 체스의 첫 째 칸에 쌀 한 톨, 둘째 칸에는 쌀 두 톨, 이런 식으로 두 배씩만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 황제는 그거 밖에 원하는 게 없느냐고 했지만, 총 64칸의 체스 후반부에 갈수록 33칸부터는 40억 톨, 34칸은 80억 톨…과 같이 갈수록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이후 결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있는데, 황제가 파산했다는 것과 감당이 어려운 황제가 발명가를 죽였다는 것이다.

지금 기술의 진화 속도가 40억 톨에서 80억 톨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패러다임에 올라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기술패러다임에 따른 경제환경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전자정부에 대한 우리의 모든 구상도 ‘래디컬(radical)’하게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경상
래디컬이라는 말을 다시 논하자면,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과 일하는 방식을 파괴하면서 본질적으로 새로운 걸 다시 만들어 낸다는 관점으로 이어질 것 같다. 이 때의 핵심가치는 ‘re-imagination’이다. 다시 말해, 택시 없는 택시회사인 우버, 객실 없는 호텔회사인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개념이 부상했다. 병원도 사람을 고쳐주는 곳에서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해주는 곳, 즉, 병원에 안 오게 해주는 re-imagination이 진행되고 있다.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도 쇼핑몰로 뛰어 들면서 언제 어디서나 모든 채널에 버튼 하나로 구매와 배송이 가능한 ‘에브리웨어 바이 버튼(Everywhere Buy Button)’ 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이 파괴되어 재창조되는 시대에서 유례 없는 상상력으로 기회를 잡는 자가 미래를 잡을 거라는 패러다임이 왔다. 새로운 시대의 경제발전도 이런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좌우될 부문이다.

서병조
4차 산업혁명과 경제적 변화를 기술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봤으면 한다. 다시 말해, 기술과 경제∙사회적 변화, 그 새로운 변화를 보다 포괄적으로 직시하고 이해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먼저 얘기해보겠다. 하나는 기술이 주로 사회를 바꿔 나간다는 기술주도적인 논지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려고 기술이 발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각들을 고려할 때, 이번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변화모습과 다를 수 있다.

이전의 3차 때 정보화 혁명이라는 것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인 차이가 있느냐? 단적으로 말하자면, 차이가 없다.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소프트웨어의 한 부분이고, 결국 소프트웨어는 ICT 범주에 포함되어 우리가 논해왔던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은 분명히 기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제∙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만, 꼭 지난 혁명 때랑 다른 기술이 아니라고 해도, 지난 알파고 바둑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기술로 달라지는 사회가 오고 있다는 걸 국민 모두가 한꺼번에 공유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런 새로운 인식이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 변화의 기점이 될 거라 본다. 전자정부뿐만 아니라, 경제와 산업 전반에 있어서도 이런 변화와 인식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김병준
저는 4차 산업혁명이 공공행정과 전자정부에 어떤 변화를 시사하는지에 대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전자정부가 추구해야 할 지향가치나 목표들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전자정부는 이전의 자율성, 생산성 그리고 경제성 중심 즉, 성과중심(performance based)에서 전자정부를 통해 공공의 가치, 다시 말해 공공성과 민주성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즉, 단순히 경제적 가치의 생성을 넘어, 거시환경의 복잡하고 빠른 변화라는 전제 하에 다양한 공공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 보충하자면, 이는 UN이 전자정부의 새로운 평가 요인으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과도 연결된다.

UN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00년에 발표했던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새로운 달성목표(goals)로서 제시되었는데, 이 개념은 이미 UN 발표 이전부터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경제 환경 속에서 경제개발과 환경보존 간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논의로 진행되어 왔다.

즉, 환경보존과 더불어 사회영속성의 강화까지도 함께 논의되어야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 지속가능한 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지속가능한발전기본법’이라든지, 산업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발전기업협의회’ 등에서 이미 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이제는 경제, 환경, 사회적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전자정부의 새로운 가치를 논의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2015년에는 UN이 아젠다 2030을 통해 발표된 17가지 목표가 공론화되었는데, 이 중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글로벌 파트너십 제고’ 아젠다이다.

기술과 데이터 중심의 변화되는 사회에서 전자정부가 글로벌 공조, 협력, 국가의 테두리를 넘어 국제사회와 함께 당면 문제를 해결해 나감에 따라, 전자정부의 의미가 더 커진다 하겠다. 여기에서 당면한 과제들 중의 하나로 당연히 경제적 문제가 꼽힌다.

박종일
교수님이 말씀하신 경제적 지속가능발전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술발달이 가져오는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정보화에 대한 격차가 모바일 시대 이후 세대나 빈부 차에 따라 점점 더 커지면서 경제∙사회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양극화가 더 심화된다고 할 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성장의 열매를 나누어야 하는 참여 주체들이 줄어들면서 사회 내의 경제∙사회적 격차가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UN이 주창하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목표에서 멀어지게 한다.

정보격차라는 논의가 앞으로 다가올 경제변화나 일하는 방식, 새로운 경제 성과를 나누는 것까지 모두 연결될 수 있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데이터 없이는 경제가치를 논할 수 없다>

오강탁(사회자)
이제는 기술과 경제 사회의 공진화 관점에서 파괴적인 기술혁신이 만들고 있는 전자정부의 거시적 환경으로서 미래의 경제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전자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이경상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Jim Dator) 교수는 ‘인간은 기술을 만들어 내지만, 기술은 인간을 완성시킨다’고 하면서 미래사회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드림 소사이어티’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보화 사회의 전자정부는 국민에게 정부가 인터넷으로 기존 서비스를 얹어 주었다면, 디지털화가 완성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의 전자정부는 정부와 국민 간 연결된 ‘씽(things)’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장소, 물체, 디바이스에 내재된 IoT를 통한 지능화된 정보의 수집과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런 미래 전자정부의 환경에서는 디지털화에 따른 씽들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민간의 사례를 덧붙이자면, 정보화 사회를 대표하던 기업들인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가 가고,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시대가 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FANG이 TGIF와 다른 점은 가상과 물체가 결합되는 에코 플랫폼을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전략이 씽을 기반으로 하며, 어떻게 점점 더 지능화되는 씽을 서로 다른 서비스, 비즈니스 간에 접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있다는 점은 전자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병조
짐 데이토 교수가 말한 드림 소사이어티는 말 그대로 꿈의 사회이면서 완결되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 같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우리가 정보화 사회에서 관심을 가졌던 건 인포메이션, 정보 그 자체였다. 즉, 어떻게 정보를 취득하고, 유통하고 활용할 것이냐...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미래사회는 ‘데이터 소사이어티’다. TGIF가 FANG으로 바뀌는데 가장 중요한 동인(driver)는 데이터다. 단말기를 팔다가 플랫폼 점령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인프라나 정보보다 데이터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씀하신 씽도 데이터와 상통한다.

마찬가지로 전자정부도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고,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지능정보기술을 필두로 하는 기술, 서비스, 사업 등 다양한 부문 간 융합과 연결에 기반한 경제적 가치창출의 핵심자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는 이용자들의 편익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혁신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된다. 따라서, 향후 전자정부는 물론, 경제∙산업의 경쟁력은 정보통신의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 생성, 분석, 유통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에 인공지능의 차가운 분석을 더하고 나아가 우리가 가진 상상력과 감성을 더한다면, 데이터로 무한한 경제∙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미래가 바로 데이터 소사이어티의 모습이다.

박종일
데이터 소사이어티 개념에 동의한다. 그런데 왜 데이터를 모으고 알파고를 만들까? 이걸 생각해봤다. 매년 다음 해에 대한 트렌드 전망서를 내고 있는데, 올 해의 키워드가 실시간 수요에 따라 제공되는 온디맨드 서비스였다면, 내년에는 ‘컨시어지’다.

이 단어는 IT 업계에서 익숙하지 않지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컨시어지는 선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호텔에서 고객을 먼저 생각하듯이, 우리들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먼저 어떤 돌봄이 필요할지 생각하는 것처럼 고객 혹은 국민들 내면의 욕구를 찾아줘야 하는 것이다.

컨시어지처럼 국민의 욕구를 선제적으로 찾아주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전자정부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국민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막대한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보자. 직원 채용을 위해서 워크넷에 올리면 보통 거기서 끝나는데, 청년채용, 실버채용, 경력단절여성채용 등으로 따라오는 비용절감이나 기업운영 지원사항 등을 나한테 맞춰서 선제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에게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걸로 본다.

이경상
말씀하신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는 모으고 연결하고 즐겨야 한다. 즉, 데이터를 모으고, 만물을 연결하고, 국민과 즐겨야 한다. 이게 새로운 전자정부 환경에서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단적인 예로, 스타벅스에 가서,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사이렌 오더를 이용해봐라. 가기 전에 미리 주문하면 카페에 입장한 후에 스마트폰이랑 비콘 기술이 서로 주고받아서 별도의 진동기 없이 스마트폰으로 음료제공을 알려준다.

우리의 주민센터도 이와 유사하게 서비스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특정 장소와 국민이 가진 디바이스가 연결되서 나한테 맞춘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해 주는 것이다. 즉, 장소가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로써 각종 비용절감은 물론, 국민까지 즐겁게 하는 전자정부의 서비스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오강탁(사회자)
두 분 말씀을 들으니, 얼마 전 원장님께서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로 서비스 진화를 설명하셨던 내용이 생각난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욕구가 컴퓨터를 통해 실현되는 과정이다.

즉, 생리적 안전욕구 충족을 위한 노동 보조물로서의 컴퓨터가 나를 도와주는(Sync me)것이었다면, 인터넷과 연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급으로 사회적 존경의 욕구를 충족하는 나를 봐줘(See me)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를 보여줘(Show me)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곧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은 욕구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을 위해 나를 알아줘(Know me) 시대를 지나, 나를 대신하고 진정한 나로 존재(Be me)하도록 해 달라고 외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 진화를 가능케 하는 건 ‘나’라는 사람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이터의 힘일 것이다. 이 역시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점점 더 발전하게 될 부가가치의 미래상을 제시한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에 더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 ‘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야>

오강탁
전자정부의 거시적인 환경으로서 ‘데이터 소사이어티’가 주는 의미에 깊이 공감한다. 끝으로, 이제 전자정부가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이경상
다가오는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전자정부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전자정부는 신기술 연구개발, 창업자금 지원과 같이 직접적으로 민간기업을 육성하는 대신, 기존에 유례없던 행정서비스에 요구되는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테면, 폐드업(드론을 분해해서 페기처분하여 재사용을 하는 비즈니스), 드론 캡처가 그렇다. 드론 캡처는 정체불명의 드론이 청와대나 주요시설 주위를 돌 때, 폭탄이 탑재되었을 수도 있는 드론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실제 독일 경찰에서 매를 훈련시켜서 드론을 잡아오도록 하고 있는데, 매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총을 개조해서 그물로 드론을 잡도록 하기도 한다. 이런 새로운 행정수요를 개발해서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킨다면, 세계적인 수출도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변하는 경제환경에서 어차피 필요한 행정수요라고 하면 ‘마중물’로서 새로운 비즈니스나 서비스의 ‘트리거(Trigger)’ 역할을 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전자정부가 필요한 수요를 빠르게 개발해서 만들어줘야 한다. 즉, 쓰임새가 있는 수요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류현정
동의한다. 행정업무의 전산화 시대는 이제 끝났다. 현재 기술의 수준으로는 가능한 것들이 많지만, 상상력이 필요하다. 전자정부는 어마어마한 ‘빅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미아-제로 대한민국’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전 국가차원에서 미아를 등록하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우고, IoT, 지능형 CCTV, 바이오 인식, 빅데이터 분석 등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검색하면, 아이를 짧은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다. 이런 첨단서비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서 국제사회에 전달해보자.

<가치창출의 ‘촉진자’에서 ‘플랫폼’ 역할까지>

서병조
좋은 아이디어고 좋은 서비스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이런 서비스들을 누가 할까.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인가? 이제 행정전산화가 끝났다고 해서, 정부가 상상력을 가지고 민간이 할 일인지에 대한 구분 없이 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 언급하셨던 미아-제로 대한민국과 같은 프로젝트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는 꼭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가.

이제 정부는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서비스할 수 있는 다른 주체가 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 주체가 시민이든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상관없다. 정부의 역할은 공공재를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를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게 더 잘 서비스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일종의 플랫폼 정부와 같은 개념이다. 아까 이야기 나왔던 폐드업이나 드론 캡처 같은 사업을 관심 있는 기업이나 국민이 직접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이런 일들이 여러 주체들의 경제적 성과를 더 키울 것이다.

오강탁(사회자) :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전자정부가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에 충분하다는 의견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원장님이 말씀하신 플랫폼 정부에 있어서 정부 또는 전자정부의 몫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이경상
먼저,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국은 디지털 정부로서 공유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촉진’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공유경제에 대한 적절한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

즉, 영국정부는 수요창출자로서의 역할과 함께 규제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먼저, 공공부문의 공유경제 촉진을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출장 갈 때 우버 택시를 사용하도록 하고, 에어비앤비를 활용해 숙소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안전하게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적정한 여건을 조성하고자 전자정부 시스템인 ‘GOV.UK Verify’을 이용해, 숙박업소 운영자의 성범죄 경력, 우버 택시 운전자의 음주운전 경력 등을 사전에 조사해서 검열하는 등 사전 규제조치도 취하고 있다.

박종일
중국의 경우도 얘기해보겠다. 중국에 가면 ‘창궈’라고 하는 창업가들의 기세가 무서운데,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 순위에서도 나타나듯 일 년 전의 무수한 중국 기업들이 물갈이가 됐다.

지금도 화웨이나 샤오미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 예로, 러스왕은 제조원가보다 더 싼 스마트폰을 판매하기도 하고, 이로써 1년 만에 중국 내 5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런 신기술 기반의 혁신기업들이 붐-업 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정부가 내세운 ‘룰만 정할테니, 자유로운 경쟁을 하라’는 정책 때문이다.

꼭 필요한 규제나 제한요건을 내세울 뿐, 기업들의 시장자체를 제약하지 않고 환경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급변하는 국민이나 기업의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이들의 수요가 경제적 가치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테면, 스스로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구나 프레임워크 등을 지원하는 공공의 ‘DIY-서비스 플랫폼’ 같은 게 활성화되어야 한다.

류현정
앞에서 해외 사례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업의 예를 들어보겠다. 과거 행정전산망 통합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OS, 데이터베이스, 기존과 다른 패킷 방식 등의 대형 프로젝트로 성공했다. 그런 새로운 방식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대기업들이 참여하게 됐고, 자신들의 SI업체들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전자정부 사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탄탄하게 키우는 생태계를 조성했다기 보다는 대형 기업의 건설사 수주형태와 같이 하청관계를 통해 발전해 오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세계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추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미래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부가가치의 원천인 유∙무형의 데이터는 모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자유롭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민관의 ‘열린데이터 생태계’가 요구된다.

김병준
맞는 말씀들이다.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제도나 정책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 기업, 정부, 시민단체 등 경제사회 모든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경쟁하고 공유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레드-테이프를 줄이거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기반 정비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we-relationship)’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건 공무원들의 오픈 마인드가 필요한 일이다.

서병조
정부 내부의 역량강화도 중요하지만, 전자정부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주체로서 보다 초점을 두어야 하는 건 국민이며, 따라서 국민의 역량을 높이는 게 먼저다. SW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성과를 낼 수 있을 건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해외사례를 참조하되, 우리의 환경변화에 맞도록 어떤 걸 차별화해서 가져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오강탁(사회자)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경제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미래사회로서 데이터 소사이어티에 대한 중요성과 의미를 논해봤다. 데이터 소사이어티에서는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야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국민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신규서비스를 개발하고, 선제적인 행정수요 발굴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해외수출 등 수요창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요창출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건전하고 안전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규제자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무엇보다 전자정부는 지능화된 플랫폼 역할로서 국민, 기업, 정부, 시민단체 등 경제사회 모든 주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반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제 전자정부는 오히려 경제적 부(富)창출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을 ‘누가 더 잘 할수 까’도 생각해야 할 때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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