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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싸고 가까워 경쟁력 있다"

한인의류협 LV 실사
생산기지로 라스베이거스 낙점
공장 렌트·설비해 입주 추진

라스베이거스. 도박과 유흥으로 밤낮 없이 흥청대는 곳. 블랙잭과 포커, 슬롯머신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그 곳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이들이 있다. 그들이 손에 쥔 것은 수 십여대의 재봉틀이 전부. 여유와 낭만보다는 절박함에 내몰려 떠나 온 길이기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LA에서 20~30년 이상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한인 사업주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연말. 종업원 최저임금이 10달러, 10.50달러로 연속해 오르고 노동법 단속이 강화하면서 비즈니스 운영이 점점 버거워 지고 있었다.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여기(LA)는 (망하는 게)분명하지만 그래도 조건이 나은 타지에서 한 번 부딪쳐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LA에서 20년 넘게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필립 김 사장도 지난 12월 그렇게 해서 보따리를 꾸려, 라스베이거스로 왔다. 김 사장이 둥지를 튼 곳은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에서 차로 20분 정도 북쪽인 노스 라스베이거스(City of Las Vegas).



지난 8일 오전 LA 다운타운 LA페이스마트 주차장에 모인 한인의류협회 임원 및 사무국 직원 등 8명은 실사단을 꾸려 노스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의류 생산기지 이전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실사단 멤버들은 도메스틱(domestic) 생산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매뉴팩처로 LA에서 직접 소잉파트까지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봉제공장에 하청을 주고 있기도 했다.

출발에 앞서 협회 장영기 회장은 "더 이상 LA에서 봉제공장을 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나온 답이다. 그동안은 이리저리 재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노동당국이 한인봉제협회 사무국 수사 등 단속을 강화하면서 생산지 이전은 발등의 불이 됐다. 봉제공장들이 라이선스 문제로 잇달아 걸리면서 원청업체인 매뉴팩처들도 'AB633' 때문에 덩달아 벌금을 무는 등 고충이 컸다. 협회가 실사단을 꾸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밝혔다. 장 회장은 "내년 7월에는 미니멈 웨지가 12달러로 또 오른다.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금방이다. 엘파소든 라스베이거스든 선택은 개인에 달렸지만 봉제공장이 LA를 떠나야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승용차로 4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LA에서 한인봉제협회 회장과 이사장을 지냈고 라스베이거스에 막 창립한 '라스베이거스 한인의류협회' 회장을 맡은 필립 김 회장의 라임 어패럴 봉제공장. 노스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월넛 거리에 있는 2층 건물 중 1만3000스퀘어피트를 렌트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낮 온도가 화씨 100도를 넘었지만 활짝 열어 둔 공장 안으로 들어 서자 기온은 다소 낮아졌다. 습기가 덜한 탓에 그늘 진 곳은 참을 만 했다. 대형 선풍기 서너대가 돌고 있었고, 재봉틀을 얹은 20여 개의 작업대마다 타인종 봉제공들이 열심히 박음질을 하고 있었다. 작업해야 할 옷들이 군데군데 수북히 쌓여 있었지만 빈 작업대도 눈에 띄었다.

일행을 반갑게 맞은 김 회장은 "시작은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런대로 굴러간다. 여전히 숙련공 구하기가 어렵지만 최근엔 LA에서 일하던 타인종 직원들이 몰려 들기 시작해 훨씬 수월해 졌다"며 현지 사정을 전했다. 2층 사무실로 실사단을 안내한 김 회장은 현지에서의 사업과 삶의 일상을 하나하나 풀어놨다.

"살기는 참 좋아요. LA보다 조금 '따듯'하기는 한데, 살다 보니 별문제가 아닙디다. 짒 값이나 렌트비는 LA의 절반 이하 수준이에요. LA에서 1베드룸 렌트에 1000달러가 든다면 여기서는 500~600달러면 2베드룸 2베스룸을 구할 수 있어요. LA의 타인종 봉제공 사이에 그런 소문이 돌면서 최근 인력이 몰리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것은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거치면서 쳐다 본 주유소 가격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LA 레귤러 개스 값이 3달러 안팎인 것에 비해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는 2.30~2,40달러였다. 병물에 붙는 5센트의 CRV도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없었다.

김 회장은 "먹는 물이나 전기·고기 값 등은 LA 보다 싸다. 막 이사를 와서 공장 설비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괜히 온 게 아닌가'하며 후회도 했지만 고비를 넘기고 나니, 라스베이거스의 삶이 즐거워 진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은 LA를 찾는다고 했다. 벤 차량에 작업이 끝난 물건을 싣고 와 넘겨 주고 새 일감을 찾아 돌아간다고 했다. "13시간 이상 걸리는 엘파소에 비하면 경쟁력이 있지요. 원청업체들이 물류에 많은 신경을 쓰기도 하고요."

라스베이거스의 최저임금은 8.25달러. 엘파소보다 1달러가 높지만 종업원상해보험(워컴)이 2% 수준으로 6%대인 엘파소보다는 낮다.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없는 것까지 감안하면 엘파소와 공장운영비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게 협회 김대재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라임 어패럴에서 5~10분 거리인 프레몬트와 마이클 스트리트에 임용순, 강인회 사장이 2~3명의 파트너와 차린 봉제공장도 있었다. 임 사장은 "공장 설립 시 형광등 하나 다는데 400달러씩 했다"며 "LA에서 100여 달러면 하던 것이라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라스베이거스에는 가먼인더스트리라는 분야가 없다. LA에서는 '척'하면 다 아는 것들이 이 곳 공무원들에게는 모두가 생소한 것이라 비즈니스 라이선스 받는데도 2~3개월씩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임 사장과 파트너인 케빈 나 사장은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종업원 임금 다주고 택스 다 내면서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필립 김 회장은 "일단, 라스베이거스에는 5개 한인 공장이 있고 총 11명이 가족처럼 지낸다"며 "당장 일감이 부족하면 나누고, 직원 관리 등도 타 업체에 피해 안 가도록 잘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협회 실사단은 현지 공장 방문에 앞서 노스 라스베이거스시 관계자들과도 미팅을 했다. 시 고용개발국(EBD)과 투자유치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이코노믹 얼라이언스(Global Econonic Alliance), 직업센터인 원스톱(One Stop) 직원들은 "자바업체들이 이전을 결정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실사단은 돌아 오는 길에 공장 렌트 부지 서너곳을 둘러보고, 라스베이거스 이전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댄스복 업체 커브를 운영하는 피터 정 사장은 "당장 워컴이나 전기 값 등으로만 라스베이거스에서 30만~40만 달러는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의류협회 장 회장은 "봉제업주들은 자체 비용으로 이전하기에 자금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먼저, 협회 멤버 중 이전을 결정한 사람들이 공장을 렌트해 설비를 끝내고, 경쟁력 있는 하청단가를 보장하며 신용 있는 봉제공장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기지 이전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도박도시 라스베이거스가 한인 의류생산지로도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일까. 김문호 기자


김문호 기자 kim.moon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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