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처형하듯 조준 사격…경찰 속수무책으로 당해"
경찰관 살해 부른 흑·백 갈등
목격자 "쓰러진 경찰 확인 사살"
흑인 "차별 여전" 백인 "역차별" 불만
인식 차리 커지며 유혈 충돌 불러
7일 텍사스주 댈러스 시청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총격이 벌어지기 전까지 이곳에서는 지난 5~6일 루이지애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2명을 사살하는 사건에 항의하는 군중 1000명 가량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지역 방송이 촬영한 영상에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는 도중 갑자기 총성이 들리자 군중이 급히 흩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헬기 등을 동원해 용의자를 추적했고 폭발물 처리반도 출동해 현장을 샅샅이 수색했다.
당시 인근 호텔 발코니에서 사건을 목격한 이스마엘 데헤수스는 CNN에 "범인 중 한 명은 대용량 탄창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다. 공격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듯했다. 그는 침착하게 경찰을 한 명씩 저격하고 쓰러진 경찰의 등을 향해 서너 발을 더 쐈다. 처형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귀가 길에 사건을 목격한 마빈 페이본은 "총성이 최소 30발은 들렸다. 경찰은 총알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경찰 저격 사건의 배경엔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가 폭동을 불러 일으킨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재미 한인들도 큰 피해를 입었던 1992년 LA폭동이다. 91년 과속 단속에 걸린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관 4명에게 부당하게 심한 구타를 당했음에도 해당 경찰들이 이듬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자 분노한 흑인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주변 가게를 약탈하고 불태웠다.
20년도 더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의 총격을 받고 숨지면서 퍼거슨에선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정부는 법무부 차원의 진상 조사를 실시해 퍼거슨 경찰이 흑인에게 더 많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흑인을 상습 차별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 이후에도 경찰의 흑인 살해는 개선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찰에 의해 사망한 미국인 1134명 중 젊은 흑인 남성(15~34세) 비율은 15%에 달했다. 이들의 미국 인구 비중(2%)의 7배를 웃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년 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로부터 총격을 당한 비율은 흑인이 백인보다 2.5배 높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흑인을 더 많이 살해하는 이유는 경찰의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의 로리 프리델 교수(범죄학)는 "사람들이 상대를 총으로 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상대가 흑인이면 더 빨리 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흑인을 범죄와 연관 짓는 편견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WP 칼럼니스트 크리스틴 엠바는 "흑인이 차별 받는다고 말할 때마다 백인들은 '우린 할 만큼 했다. 흑인 대통령도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말했다.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인종 차별에 대한 백인과 흑인 간의 인식 차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은 38%가 '흑백 평등은 이미 이뤄졌다'고 응답한 반면 흑인은 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흑인 차별 못지 않게 백인의 역차별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응답한 백인은 57%에 달했다. 다수의 흑인이 자신들이 차별 받고 있다고 여기는 반면 백인들은 흑인 우대정책 때문에 자신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흑인과 백인 간 가계소득 격차가 1967년 2만 달러(2320만원)에서 2014년 2만8000달러(3250만원)으로 증가하고 학사 학위 취득율 격차도 1964년 6%포인트에서 2015년 13%포인트(백인 36% 흑인 23%)로 벌어지는 등 등 미국 사회의 흑백 격차는 커지고 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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