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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여행기]고풍스런 도시·순박한 사람들·넘실대는 낭만

시칠리아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와인 만끽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나로도 충분한 밀라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으로 유명한 베로나

봄과 가을이 되면 나는 여행을 떠난다. 청명한 하늘과 높은 산, 물가나 아름다운 도시를 찾아 대서양을 훌쩍 넘는 것이다. 이번에는 두 번에 걸쳐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등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섬 등을 여행했다.

그동안 이탈리아의 큰 도시들은 여러번 여행했지만 시칠리아는 이번이 처음 방문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비해 훨씬 가난하다고 알려진 시칠리아는 카타니아, 시라쿠사,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 체팔루, 노토, 팔레르모, 몬레알레 등의 도시가 있다. 이곳을 모두 방문했으니 시칠리아의 중요한 유적지들은 거의 방문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섬을 돌아 보니 시칠리아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도시들은 고풍스러웠고 주민들은 친절했으며 널려진 땅들은 모두 옥토로만 내게 보였다. 싸고 훌륭한 와인들이 많고 오렌지 등 시장에서 파는 과일도 깜짝 놀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9일동안 시칠리아를 돌아 보며 나와 아내는 기분좋은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시라쿠사와 카타니아의 호텔과 팔레르모의 B&B도 모두 고급스러운 곳만 골라 예약했다. 가격이 모두 저렴했기 때문인데 서비스는 최상급 대접을 받았다. 누가 시칠리아를 가난한 섬이라고 말했는가. 영어를 알아 듣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그들은 친절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장의 상인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봉골레’, ‘깔라마리’를 외치고 있었으며 호텔 직원들도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배려를 해주었다. 이탈리아에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단연 돌로미티 산군이다. 그러나 돌로미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다.

방문해야 할 곳으로는 사소룽고와 스칠리아르, 파소 지아우와 구셀라 북벽, 미주리나 호수,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파소 팔자레고, 친퀘토리, 산타 막달레나, 세체다의 오들러 산군, 마르몰라다와 페다이아 호수, 라가주오이 등이 있다. 자동차를 렌트하여 돌로미티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밀라노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감상했다. 거장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은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다. 밀라노 두오모를 보고 브레라 미술관도 방문했다. 코모 호수는 12년 전 아내와 함께 방문해 꿈같은 3일을 보낸 아름다운 곳이다. 당시는 아르제뇨라는 마을에 짐을 풀었는데 이번에는 벨라지오에 여장을 풀었다.

‘그린웨이 워크’라는 트레일은 10km에 이르는 호반 산책길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발견한 보석과도 같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제노바에서는 발비 거리와 가리발디 거리를 걷고 사보이 왕가의 왕궁을 방문했다. 베르디가 40년 단골이었다는 클라인구티 형제 카페도 찾았다. 베르디는 카페에서 프랑스식 빵인 팔스타프와 카푸치노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토리노에서는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성의(아마포)가 있는 성요한 세례자 대성당을 방문했다. 네거티브 이미지에 나타난 예수님 형상은 당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토리노에는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시네마 박물관도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1948년에 만든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이다. 성난 군중에게 멸시와 모욕을 받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어린 아들은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시르미오네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가르다 호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다. 스칼리제르 성에서 바라 보는 시르미오네는 바라 보는 방향에 따라 풍경이 모두 다르다.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기에 이곳만큼 좋은 곳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베로나는 서기 30년에 건립한 아레나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도시다. 두 사람이 사랑을 속삭이던 발코니 앞에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베네치아는 신호등도 없고 자동차도 없다. 유일한 공공 교통은 수상버스(바폴레토)와 수상 택시, 곤돌라가 있을 뿐이다. 베네치아에서는 두칼레 궁전, 종탑, 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 성당, 아카데미아 미술관, 무라노 섬 등을 찾았다.
피렌체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낭만을 선사해 주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도시다. 꽃의 도시답게 작은 상점의 문 앞도 모두 예쁜꽃으로 장식돼 있다. 이번에는 코시모 데 메디치와 도나텔로의 무덤이 있는 산 로렌초 성당을 방문했다.

로마에서는 10년 전 방문했던 바티칸 미술관을 다시 한 번 천천히 돌아 보았다. 당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바라 보며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예약으로만 방문할 수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도 찾았다. 이곳에는 베르니니의 아폴론과 디프네, 카라바지오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카노바의 승리의 비너스 등 엄청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로마에서 가까운 작은 도시 프라토도 방문했다. 마침 중국인들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프라토는 30,000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시립 미술관에서 필리포 리피의 작품들을 발견한 기쁨도 컸다. 에트나 산이 보이는 카타니아는 내가 시칠리아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다. 빈첸초 벨리니가 태어 나고 자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6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천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3세에 벨리니는 세상을 떠났다. 두오모에 있는 그의 무덤을 방문하고 그의 영혼으로 가득찬 벨리니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 보았다. 두 번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은 모두 3만장 정도. 다음 주부터 이탈리아 여행기를 시작한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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