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지향성'으로 정의한 성소수자
신체적 성별 구분 넘어 범주 넓어져
남성·여성에게 끌리지 않는 '무성'
생식기와 염색채 다른 '간성'까지
지방정부들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A. 많은 사람들이 'LGBT'라는 말을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히 동성애자가 아닌, 성소수자를 지칭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게이(Gay).바이섹슈얼(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영어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러나 최근 성소수자 범주가 넓어졌습니다. 기존 'LGBT' 외에 '퀴어(Queer).인터섹스(Intersex).에섹슈얼(Asexual)' 등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성소수자 범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러한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향상되고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관련 용어와 이와 관련된 뉴욕시 규정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성 정체성=성 정체성은 영어로 'Gender Identity'로 '자신을 어떠한 성별로 인식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성 정체성은 출생 시 갖는 성별과 일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남성 또는 여성일 수도 있고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한 성별이거나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별일 수도 있습니다.
'LGBT' 가운데 'LGB(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는 성적 지향에 따라 성소수자를 세 범주로 나눈 것입니다. 성 정체성이 남성이며 남성에게 성적.감성적으로 끌리는 동성애자는 게이라고 부르며, 성 정체성이 여성이며 여성에게 끌리는 동성애자는 레즈비언,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성적.감성적으로 끌리는 양성애자는 바이섹슈얼입니다.
'LGBT'에서 'T'는 트랜스젠더로 단순히 성전환자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출생 시 부여 받은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 정체성이 다르거나 또는 사회가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성적 규범과 다른 성적 표현을 나타내는 등 둘 중 하나의 범주에만 포함되면 트랜스젠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출생 시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는 트랜스 남성 또는 'FTM(Female To Male)'이라 불리며, 반대로 출생 시 남성이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는 트랜스 여성 또는 'MTF(Male To Female)'이라 불립니다.
트랜스젠더는 수술 등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전환한 경우도 있고 수술이 아닌 호르몬 투여 등 의료적 조치만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의료 조치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수술 또는 치료 여부만을 기준으로 트랜스젠더를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LGBTQIA'에서 'Q'는 '퀴어(queer)'의 약자인데요, 정확히는 '젠더 퀴어(Gender queer)'로 성 정체성이 계속 변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성 정체성에 궁금증을 갖고 계속 유동적으로 성별이 변한다 하여 '퀘스처닝(Questioning)'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은 남성이지만 이후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며 소위 '여성스러운' 행동이나 옷차림을 하다가도 이후에는 반대로 남성으로 인식하며 '남성스러운' 행동이나 옷차림을 하는 등 성이 유동적인 사람을 나타냅니다.
다음으로 'LGBTQIA'에서 'I'는 간성(intersex)으로, 생식기 구조 또는 염색체 등이 남성.여성을 구분짓는 일반적 정의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생식기는 남성인데 염색체는 여성의 구조를 갖고 있거나 반대로 생식기 구조는 여성인데 염색체는 남성인 사람이 간성입니다. 또 남성.여성의 생식기를 동시에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등 간성 내 스펙트럼도 다양합니다.
◆성적 지향=성 정체성 말고도 '성적 지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성적 지향은 영어로 'sexual orientation'으로 '어떠한 성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감성적으로 끌리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 정체성에 따라 성적 지향이 결정된다(예를 들어 성 정체성이 남성이라면 여성에게 끌린다)'고 생각하는데요, 항상 그렇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다르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 남성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여성에게 끌리는 이성애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트랜스 남성이라도 남성에게 끌리는 동성애 트랜스젠더일 수도 있습니다.
'LGBTQIA'에서 'A'는 '무성(asexual)'의 약자인데요, 무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 끌리지 않는 성적 지향이 없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크게 세 가지 범주가 있는데요, 성적 끌림은 없지만 감성적으로는 끌리는 유형, 성적 끌림은 있지만 성관계에 관심이 없는 유형, 성적 끌림도 감성적 끌림도 모두 없는 유형 등입니다. 또 성적 끌림과 감성적 끌림 모두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갖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뉴욕시 성소수자 호칭 규정=지난 5월 시 인권국은 성소수자 차별 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요구하는 호칭 사용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면 성차별로 최대 25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인 사람을 호칭할 때 '그' 또는 '그녀'와 같은 남녀 이분법적 대명사가 아닌 '지(ze)'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는 남녀 성 구분이 없는 3인칭 단수 대명사로 주격 대명사인 '히(he)' 또는 '쉬(she)'와 문법적 기능이 같다고 보면 됩니다.
또 남녀 소유격과 목적격 대명사인 '히스(his).힘(him)' 또는 '허(her).허스(hers)' 대신 '지'의 경우, 소유격과 목적격 상관없이 모두 '히어(hir)'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나 '히어'가 최근 생겨난 용어는 아닙니다. 그동안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여져 왔으며, '지' '히어' 대신 단수의 경우라도 모두 'they' 또는 'them'으로 호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명사뿐 아니라 '미스(Ms.)'나 '미세스(Mrs.)' 또는 '미스터(Mr.)'와 같은 타이틀 사용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출생 시 부여받은 이름과 다른 이름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게 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이 선호하는 이름을 사용해야합니다. 이를 거부할 시 성차별로 인권국에 고발돼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오레곤주에서는 전국 최초로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서류에 남성.여성 외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한(binary)' 또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non-binary)'과 같은 범주를 포함시키도록 하는 주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성중립 화장실 규정=지난달 뉴욕시의회는 모든 1인용 화장실에 '성중립' 간판을 부착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시 전역 모든 건물에 있는 1인용 화장실은 더 이상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간판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공중화장실뿐 아니라 식당.노래방 같은 업소와 교회.사무실 등에도 해당돼 올해 말까지 1인용 화장실 간판을 '성중립(Gender Neutral)' 또는 '남녀 공용(Unisex)' 등 남녀 구분이 없는 간판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1인용이 아닌 변기가 2개 이상인 화장실 간판은 성중립으로 변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욕시는 모든 화장실 또는 라커룸을 자신이 선택한 성 정체성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성 정체성에 맞게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트랜스젠더에게 법적 성별 입증 서류 제시를 요구하면 이 또한 성차별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에게 성 전환을 입증하는 의료 서류를 요구하는 것도 성차별로 처벌 대상입니다.
이조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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