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핸드볼 파울)에 무너졌다…8강도 못 간 브라질
페루 공격수 손으로 밀어 결승골
29년만에 조별리그 탈락 수모
브라질선 둥가 감독 사퇴 압력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7위인 브라질은 12일 매사추세츠주 폭스보로의 질렛 스타디움서 벌어진 페루(48위)와의 B조 예선 3차전에서 0-1로 패배했다.
승1무이던 브라질은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채 B조 3위(1승1무1패·승점 4)에 그쳤다. 페루(2승1무·7점)·에콰도르(1승2무·5점)에 밀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놓쳤다.
코파 아메리카에서 8차례나 우승한 브라질이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건 1987년 이후 무려 29년만의 참극이다.
결과적으로 '신의 손'이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30분. 페루의 안디 폴로(22)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라울 루이디아스(26·이상 우니베르시타리오)가 골대 안쪽으로 밀어넣어 결승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골대 앞 정면을 파고든 루이디아스가 날아오는 공에 오른팔을 슬쩍 갖다대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 TV 화면에 포착됐다. 브라질 선수들이 "명백한 핸드볼 파울"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이를 보지 못한 주심과 부심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페루의 득점을 인정했다.
'신의 손(hand of God)'이라는 표현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간판 공격수 디에고 마라도나(56)의 득점 해프닝에서 나왔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 출전한 마라도나는 상대 수비수가 걷어내려던 볼이 골대 정면으로 솟구치자 왼손으로 공을 건드려 득점으로 연결,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직접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라도나가 "내 머리의 일부와 신의 손 일부로 골을 넣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신의 손'이라는 말이 전 세계 축구계에 회자됐다.
FIFA는 거듭되는 국제대회 오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아직까지는 축구공의 골라인 통과(득점) 여부만을 판별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자니 인판티노(46·스위스) FIFA 회장은 지난 4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치르는 첫 대회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오심 골의 유탄은 카를로스 둥가(53)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 맞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기자들은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고 다그쳤다. 둥가 감독은 이에맞서 "사퇴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지언론은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는 '티테'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아데노르 레오나르두 바치(55) 코린티안스 감독이 유력하다"고 전하며 둥가 감독 흔들기에 나섰다.
브라질의 부진은 '예정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회 개막에 앞서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몰락을 예견했다.
이들은 "브라질이 안고 있는 위험 요인이 너무 많았다"며 "대회 직전에 수비라인 구성원을 대폭 교체한 데다 팀 내 공격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네이마르(24ㆍFC바르셀로나)가 불참해 공·수 모두 큰 구멍이 생겼다. 감독이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브라질은 이번 대회 실패를 세대교체의 계기로 삼아 본격적으로 2년뒤 러시아 월드컵 준비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송지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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