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브렉시트 가능성…추락하는 파운드화 가치
브렉시트 투표 D-9 여론 혼전
브렉시트 투표 D-9 여론 혼전
10일 온라인조사 "탈퇴 55%" 충격
가결되면 파운드화 20% 폭락할 듯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시티에서 일하는 한 금융인이 최근 한 토로다.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Brexit.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두고서다. 그는 "탈퇴할 리 없다고 여겼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탈퇴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했다.
그만이 아닐 게다. 2013년 보수당 내 브렉시트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이 상황에 처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잠도 못 자고 걱정하고 있느냐"란 질문에 "당연하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일도 있다.
영국 안팎에선 얼마 전까지 "결국엔 잔류가 이기겠지"란 기대가 있긴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 잔류 쪽에 강하게 힘을 실어준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올라간 일도 있다.
그러나 최근 탈퇴 쪽에 힘이 실리는 듯한 여론조사 발표가 나오면서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0일 발표된 ORB의 온라인 여론조사가 충격파였다.
탈퇴 쪽이 10%포인트까지 앞선다고 나와서다. 투표 의사까지 감안한 것으로 탈퇴를 지지한 의견이 55%인 반면, 잔류 쪽은 45%에 그쳤다. 최근 1년 사이 나온 조사 중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줄곧 잔류 가능성을 높게 봤던 베팅 업체들이 승률을 재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트페어는 잔류 가능성을 78%→70%로 낮췄고, 래드브로크는 브렉시트 가능성은 27%→30%로 높여 잡았다.
이처럼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졌다. 10일 여론조사 발표 이후 외환 트레이더들은 영국 파운드를 팔아 치우고 미국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의 하락폭은 하루 낙폭으론 올 2월 이후 넉 달 새에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고 미국 주가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더 시티(런던 금융시장)와 미국 월가는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파운드 가치가 20%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영국 주가는 두서너 달 새에 24% 정도 급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리스크 측정 회사인 액시오마는 "유럽 대륙의 주가도 20% 떨어지고 미국 주가도 비슷한 충격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 54%와 채권 41%로 구성된 가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충격 시험)를 해본 결과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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