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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싸도 손님이 많은 마켓

오수연/경제부 차장

주변에는 유독 '홀푸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추럴 푸드 전문 마켓으로 본다면 '트레이더스조'도 있고 '마더스마켓'도 있는데 홀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 가격도 그 중 가장 높다며 툴툴거리면서도, 이내 홀푸드를 찾는다.

실제로 LA타임스에서 비교한 가격표만 봐도 홀푸드 가격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란, 식빵, 우유는 일반 랠프스나 본스 또는 저가형 알디 마켓 등에 비해 2~3배가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홀푸드는 승승장구하며 매장을 늘려 나가고 있다.

사실 딱히 홀푸드를 가볼 생각을 안했다. 집 근처에 스프라우트와 마더스, 트레이더스조가 있어 멀리 있는 홀푸드까지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생각이 바뀌었다. 브레아에 생긴 홀푸드 마켓을 우연하게 가보고 난 후다.

사실 장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북적거리는 쇼핑객들과 비좁은 통로 이곳저곳에 놓인 상품 박스 사이로 카트를 밀어가며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한마디로 마켓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은 아니다. 그저 빨리 끝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홀푸드는 좀 다르게 다가왔다. 휴식 공간처럼 여겨졌다. 주말, 교외에서 한가롭게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 같았다. 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깨끗하게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여유롭게 장을 보며 오래 머물고 있어도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널찍하게 마련돼 있는 패티오와 카페테리아는 여느 좋은 식당을 온 듯 꾸며져 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쾌적한 공간으로 언제든지 고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말 실버레이크에 오픈한 홀푸드의 365마켓은 또 다른 면에서 만족도를 더 높여줬다. 우선 기존 홀푸드에 비해 가격대를 낮췄다. 여전히 일반 마켓에 비해서는 약간 높은 편이지만 가격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365마켓이 직원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은 고객들의 편리를 더했다. 야채를 올려 놓고 번호를 누르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해 정확한 가격이 레이블에 프린트 되어 나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할 줄 안다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다.

와인을 고르는 것도 매장 내에 배치된 스캐너와 태블릿으로 고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와인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구입가격대에 맞춰 와인을 추천해주거나 고른 와인에 대한 점수나 리뷰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은 고객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마켓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고객들은 더 건강한 식재료를 찾고 있고 좀 더 쾌적한 공간에서 마켓을 보기를 원한다. 시들시들해 있는 야채를 뒤적여 가며 장을 보기를 원하지 않고 이리저리 널려 있는 상품들 사이로 장을 보며 불쾌지수를 높이는 것도 원치 않는다.

홀푸드가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유일 것이다. 한인마켓들도 이제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가깝게 소비자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그래야 언젠가는 매주 찾는 한인마켓으로 가는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 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인마켓에서 장보는 일은 내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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