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함께하는 인생]전설의 산악인들…라인홀트 메스너
박춘기 / 미주트레킹 대표
이어서 머메리 같은 이들은 산을 단순히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나가는 등로주의에 입각한 시도를 통해 등산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등정길이 다양해지며 그들의 이름을 딴 루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유럽을 벗어나 6개 주의 최고봉으로 눈을 돌려 정상을 오르기 위한 도전은 계속되는데 그들 중에서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며 현존 세계 최고의 산악인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계 이탈리아인 라인홀트 메스너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인류 최초 14좌 등정, 무산소 등정 15회, 7차례의 신루트 개척 등 산악인으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그가 겪었던 산에 대한 상념, 경외감 등을 서적 20편으로 엮어내 후배 산악인들의 이정표가 되기도 하였다.
26세인 1970년 세계 9위 낭가파르바트(8126미터)를 최초로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 길에 조난을 당해 동행했던 동생도 사별하고 동상에 걸려 발가락 6개를 잃어버리고도 굴하지 않았다.
가셔브롬Ⅰ(8068미터)봉을 동료 하벨러와 단 둘이서 셰르파나 포터 도움 없이 북서벽 루트를 단숨에 개척해 성공해냄으로써 8000미터급 고산에서 최초로 알파인 스타일로 달성해냈다. 82년에는 한 시즌에만 칸첸중가(8586미터), 가셔브롬Ⅱ(8035미터), 브로드 피크(8047미터)등 3개의 고봉을 연속해서 등정에 성공하고, 86년 42세의 나이로 로체(8516미터)봉을 등정함으로써 16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14좌 등정의 기록을 수록했다.
이러한 그의 신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이룬 강인한 정신력의 쾌거는 인간의 위대한 모습과 승리를 볼 수 있게 한다. 참고로 한국의 엄홍길씨는 9번째 완등의 기록을 갖고 있고, 요즘은 그 이후 발견된 2좌를 포함 16좌로 회자되는데 엄씨가 최초의 기록 보유자이다.
한편 메스너를 진정한 산악인의 아버지로 추앙하는데는 그의 산에 대한 내밀한 내면의 기록과 산을 품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지닌 삶의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탐구해야 할 것은 산이 아니라 인간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오른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자연의 최고 지점에서 내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 철학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일화 하나.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14좌를 최초로 완등한 그에게 올림픽 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하자 “등반에서는 싸우는 상대도 없고, 심판도 있을 수 없다. 단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라며 수상을 거부한다.
인생 자체가 모험이던 그는 남극 탐험사상 최초로 걸어서 남극대륙 2749킬로미터를 횡단했으며, 그린란드 설원 2000킬로미터를 종단하기도 했다. 편한 삶에 안주하진 않는 그는 아마 지금은 티베트의 어느 사막지대를 또 횡, 종단하고 있을 것이다. 걸인같은 모습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으로….
사진 라인홀트 메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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