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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사랑방] "애들아, 나를 위해 사 둔 묘지는 처분하거라"

김 홍 식 / 은퇴의사·라구나우즈

우리 한국인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가면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있다. 마치 입장료나 세금 징수하듯 돈을 접수하는 장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세 과시하듯 식장에 전시되어 있는 요란한 화환들이다.

우리 부부의 장례식에는 일체 그런 것 하지 말라고 이미 유언을 해 두었는데 얼마 전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님의 글을 읽고는 생각을 바꾸었다. 미국인들도 그런 것 받기는 하지만 그것을 자기가 선정한 기부단체 같은 곳에 보내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미국 신문의 부고난들을 유심히 보니 정말 거의 전부가 그런 식이었다. 그것을 보고는 장례식뿐 아니라 결혼식 등 모든 잔치 모임에서 돈 받는 것 자체를 없앨 것이 아니라 축의금이든 부의금이든 어려운 이웃 돕기같은 보람된 일에 쓰는 기부로 돌리도록 방향 전환하는 캠페인을 편다면 한인사회의 아름다운 관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미국에 사는 우리 7남매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부모님으로부터 물질적 유산을 한 푼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아버지께서는 병원을 운영하시던 시절 돈 잘 벌 때 땅을 사 두라는 주변의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재산이란 언젠가는 형제간 싸움의 불씨가 된다는 철저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권유를 듣지 않으셨다. 대신 대학교육까지는 시켜줄 테니 더 이상은 기대 말라 선언하시고는 그렇게 실천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유언을 하셨다. 장례식에 돈 낭비 말고 한 푼이라도 남거든 형제간에 나눠가질 생각도 말고 전액 선교헌금을 하라는 유언이었다. 우리는 유언대로 7000달러를 멕시코 선교 헌금으로 보냈는데, 돈 때문에 형제간 문제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신 배려였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최근 아이들을 모이게 하고는 유언을 바꾸었다. 조의금은 가능한 한 많이 받도록 하고 대신 그것을 전액 선교나 탈북자 구출 같은, 떠나는 우리 목숨 대신해 다른 생명 구하는 용도에 쓰라고 했다. 그리고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자주 방문 못하는, 자녀에게 부담만 줄 뿐이라 늘 생각해 왔던 묘지장 대신 의료용으로 시신을 기증하거나 화장해 깨끗이 바다에 뿌리라고 했다. 대신 오래 전에 사 둔 묘지는 처분해 다른 생명 구하는 일에 사용하도록 했다.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일들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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