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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잠그고 불 끄고…SNS 괴담에 더 떨었다"

본사 인턴 UCLA 변정선씨가 체험한 급박했던 현장

사망자 소식 전해지면서 공포심 확산
'범인 문 뚫는 자동소총 무장' 소문 번져
가족들과 "사랑한다" 수시로 문자 확인


어둠과 공포 속에서 숨소리조차 죽여야 했던 2시간이었다.

1일 오전 UCLA에 있던 한인 등 재학생들은 캠퍼스 폐쇄로 오도가도 못한 채 꼼짝없이 총격사건의 인질이 됐다. 그중에는 본사 인턴사원이자 졸업반인 변정선(25)씨도 있었다. 변씨와 한인 재학생들의 증언을 묶어 당시 캠퍼스 내부 상황을 재구성했다.

"총격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즉시 대피하세요!"

변씨의 휴대전화에 경고 메시지가 뜬 건 1일 오전 9시55분쯤.

카페테리아로 향하던 변씨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켜야했다. 변씨는 "문자를 확인한 학생들은 뭘 어떻게 할지 몰라 모두 우왕좌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사이 교직원들이 나와서 건물 안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소리치면서 캠퍼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도서관 안으로 피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직원들이 문을 잠그고 소파 등의 가구를 사용해서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범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변씨는 "그러던중 사망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도서관 내부는 혼란과 공포로 휩싸였다"면서 "학생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짐을 싸기도 했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숨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교내 다른 곳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사건 현장과 가까운 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한인 재학생 이모씨는 "사망자 소식에 학생들도 비로소 무서움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면서 "학생들이 교실의 불을 껐고 문을 굳게 잠갔다. 잠겨지지 않는 문은 벨트로 문고리를 단단히 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더욱 겁에 질리게 한 것은 '소셜미디어'였다. 학생들은 침착하게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확인 괴담들이 쏟아지면서 학생들의 공포를 가중시켰다.

'범인이 모두 4명이고 아직도 공범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은신하고 있다'는 글이 떠돌기 시작했다. 변씨는 "가장 무서웠던 글은 '범인이 문을 뚫을 수 있는 고성능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이 소문은 트위터에 최초로 올라온 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씨는 "용의자들이 고성능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학생들이 크게 겁에 질렸다. 문만 걸어 잠그고 있다가 이 소문 때문에 책상으로 문을 막았다. 탄환이 문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고 전했다.

갈수록 커진 공포 속에서 학생들이 찾은 건 가족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의 가족들과 수시로 문자를 주고 받았다. 한 재학생은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범인이 들을까 무서워 문자만 해야했다"고 말했다. 트위터상에는 "사랑한다"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재학생 조나선 해그먼씨의 문자도 언론에 공개됐다. 조나선씨의 부친은 "항상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물었고, 조나선씨는 "알고 있어요. 저도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공포에서 학생들이 해방된 것은 2시간여가 흐른 오후 12시 10분쯤이다. LA경찰국이 "더이상의 위협은 없다"고 안전을 확인한 후였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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