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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교회 직원, 교인인가 근로자인가?

한인 종교계 노동환경의 현실

교회는 노동법의 사각지대
한인 교회들 잇따라 피소
일반 회사와 운영 체계 달라
노동법 규정 및 인식 부족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영향도
교회들 근무 가이드라인 필요


종교 기관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일까. 최근 한인 교회 및 기독교 대학 등을 상대로 잇따라 노동법 소송이 제기됐다. 대부분 종교 기관은 성직자를 제외하고 무보수 및 자원 봉사 등을 통해 운영되지만, 규모가 크면 운영을 위해 정식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종교 기관은 비즈니스 사업체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노동법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최근 한인 종교 기관들이 잇따라 노동법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노동법 피소는 올해 들어 남가주사랑의교회, 베데스다대학교, 베델한인교회 등 세 번째다.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대개 ▶오버타임 수당 미지급 ▶노동법 규정 위반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을 주장했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 오경석 사무국장은 "그동안 교회내 노동 문제가 외부로 터져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이미 대다수의 교회가 과중한 업무, 비현실적 임금, 빈약한 복지, 부당 해고 등 다양한 형태로 안고 있는 이슈였다"며 "섬김 또는 사역 등의 피상적인 용어로 노동을 대치하게 되면 정당한 권리가 종교적 가치와 충돌하면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 2세인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대부분 한인 교회가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그럴 뿐 고의적으로 위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 교회의 경우 직원뿐 아니라 사역자를 채용할 때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잡 디스크립션(job description)'을 명확히 하는데 한인교회는 그런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인교계의 구조적 현실과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민교회 자체가 재정적으로 열악한데다 새벽기도, 금요기도회, 주말 행사, 주일 예배 등 일반 기업체와 시간상으로 운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교회와 직원이 어느 정도 현실을 감안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는 "오늘날 교회중 노동법 기준으로만 따지면 운영이 힘들어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사회에서는 근무 외 노동을 '열정 페이'라고 비난하겠지만 현재 한인교회 구조는 현실상 개선이 어렵다. 우리 교회의 경우 채용시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는데 불가피하게 노동 시간이 늘어날 때는 어느 정도 봉사의 개념으로 여기기로 합의한다"고 전했다.

노동 규정이 미약한 현실은 때론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남가주 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박모씨는 "교회에서 직원이라는 신분은 참 애매하다. 상황에 따라 교인이 되기도, 직원이 되기도 한다"며 "일을 더 요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운운하면 정말 화가 난다. 그때는 직원이 아닌 교인이 된다. 노동 규정 등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LA지역 한 교회에서 일했던 이모씨는 "출퇴근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교회 행사가 워낙 많다 보니 새벽 또는 주말에 일을 할때가 많다"며 "그래도 교회는 세상과 달리 정직하게 운영되고 합리적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한인교회들이 일자리 창출, 비자 제공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교회 직원은 "교인 중에 갑자기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 교회가 일자리를 제공해줬다"며 "물론 노동 규정이 일반 회사에 비해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신분 문제나 생계 등을 교회를 통해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교회는 종교라는 틀 안에서 '봉사'의 개념과 사회적 직장이라는 시각에서 '노동'의 의미가 상충하는 곳이다. 이번 소송 사례 등을 통해 괴리를 줄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잘잘못을 떠나 이번 기회에 교회들이 노동 기준 등을 명확히 하고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각 교회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노동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면 교회끼리 정보도 함께 나누면서 교회 사정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교회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직원이 근무한다면 엄연한 일터이며 영리 단체가 지켜야 할 모든 노동법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조언했다.

노동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한인교계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신을 위해 교회 일을 한다고 실정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며 "정식 직원이 주말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일을 해도 최저임금과 오버타임이 적용되기 때문에 타임카드를 철저히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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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종교계, 노동환경 돌아봐야

올해 들어 노동법 소송으로 피소된 한인교회가 유독 많았습니다.

매번 관련 기사가 나갈 때마다 편집국에는 제보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만큼 종교 기관 내의 노동법 이슈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취재를 통해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상 종교 기관은 성역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양면성이 있습니다. 종교적 선행이나 행사에 대해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취재 요청이 들어오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숨어버리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때론 너무 예민한 나머지 상당히 극단적인 방어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기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객관적 자료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취재를 시작합니다. 외부의 시선을 회피하기 위해 피소 사실을 발뺌한다거나, 취재에 거짓 발언 등으로 응하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노동법 위반 여부와 시시비비는 언론이 아닌 '법원'이 가리는 겁니다. 다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현실을 돌아볼 필요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언론의 기능 중 하나입니다.

성역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무조건 덮어버리고, 숨기는 게 상책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성역이 더럽혀지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보도가 각 종교 기관의 노동 환경을 점검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고민의 계기를 마련하는 시작이 됐으면 합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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