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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에게 '감정 코치' 되어 주세요"

어린이 전두엽 발달 덜 된 탓
자신의 감정표현 능력 부족해
부모가 야단치면 말문 닫아
적절한 단어 가르쳐 줘야
자존감 낮을수록 '왕따' 당해
'왕따'시키는 아이도 마찬가지


최근 아동들(8~13세)의 자살이 늘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다. 자살 동기의 40%가 또래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이고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사이버 왕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적으로 아동들의 정신과 치료 및 상담을 하고 있는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카이저병원ㆍ이하 정)와 폴 윤 가정상담 치료사(한인가정상담소ㆍ이하 윤)를 만나보았다.

- 실제로 아동의 자살이 심각하다고 느끼나.

"(정) 얼마 전 찾아 온 7세 소녀는 주의산만증으로 왔는데 상담을 하던 중에 '그런데요. 나는 죽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물론 부모가 더 놀랐다. 정신과에서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에게 우울증이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성인의 우울증 혹은 조울증을 치료하면서 그 시작이 7~8세부터 사실상 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어린 환자에게도 우울한 지,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묻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그렇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아동 환자가 왔을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묻는다."

-아동의 자살도 성인처럼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정) 어른들처럼 아이들은 죽음이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걸 모른다. 죽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나의 어린이 환자처럼 친구들이 놀리고 같이 안 놀아줄 때, 엄마나 선생님한테 야단맞았을 때 괴롭고 화가 나서 어딘가로 벗어나고 싶다. 이럴 경우 사랑하던 할머니 또는 애완동물이 죽는 걸 보았다면 그들과 같이 되고 싶은 것이다. 현 상황에서 도피하는 방법이다. 심리적으로 자살은 '내가 싫다'는 강한 표현이다. 또래가 '바보' '겁쟁이'라 할 때 아이의 감정은 '아니야, 난 바보 아니야'하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anger)인데 아직 이성적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분노가 안으로 자신을 공격할 때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심할 경우 '바보인 너는 죽어야 해'라는 환청까지 생긴다. 자신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강해져 행동으로 터지는 것이 자살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나.

"(윤) 상담을 해보면 정말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는 부모 자신의 문제가 더 힘들어서 직면하길 꺼리는 심리를 볼 경우가 많다고 하겠다. 자녀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다음 벌어질 상황을 감당하기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애써 부정할수록 아이의 골은 깊어져 간다."

-아동 우울증의 증세는 어떤 것인가.

"(정) 성인들은 우울하면 행동이 크게 위축되지만 아이들은 반대로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 안에서 뭔가 불편하고 행복하지 못한 감정들이 커지는 데 아이들은 아직 이것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몰라 불안정한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래서 주의산만증인 아이들 중에는 우울증 혹은 조울증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 그렇지 않던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집에서 말썽이 잦아질 때 부모가 그 변화행동을 잘 알아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동 자살의 주원인이 왕따라 했고 그 중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왕따로 밝혀졌다. 왜 그런가.

"(윤) 왕따를 당하면 자신감이 낮아져 결국 우울하게 되기 쉽다. 정도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부모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초기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은 왕따를 시키기에 안전하다고 느낀다. 학교나 집에서는 야단을 맞지만 사이버는 내가 숨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왕따를 시키는 아동도 알고 보면 같은 피해자일 때가 많다. 자신도 왕따로 인해 괴로움을 받은 상처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둘 다 도움이 필요하다."

- 아시아계 아동의 자살률이 높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한인 부모님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목표를 정해 놓고 그것을 성취해야만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칭찬을 두려워한다. 혹시 자만하여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까 하는 아시아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항상 불안하고 자신감이 낮다.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부모이기에 아이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적다. 더 슬픈 사실은 목표를 달성해도 기쁘지 않다. '나의 목표가 아닌 부모의 것'이기에 공로도 내 것이 아니라 부모의 몫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자기 충족감이나 자신감이 결여된 아이에게 누군가 '너는 바보'라고 했을 때 그대로 받아들여 버리기 쉽다. 예민하고 소심한 성향도 있지만 목표지향적인 부모의 영향도 작용한다는 뜻이다."

- 부모에게 조언을 한다면.

"(정) 소아정신과에서 강조하는 것이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했을 때 '어린애가 그런 생각을 해? 나쁜 짓이야' 하면서 '나쁘다'로 판단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나쁘다고 할 때 아이들은 가장 무서워하면서 입을 다물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와 같게 생각하고 감정도 같으리라는 것은 크게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성인과 아동은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두뇌 상태가 다르다는 말이다. 부모가 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처 감정에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하여 '감정 코치'가 되어 주는 것이다. '친구들이 너를 겁쟁이라 놀릴 때 너는 무척 화가 났고 참 억울했구나' 하면서 아이가 느낀 감정에 정확한 단어를 가르쳐 주라는 것이다. 감정은 내 안에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에게 괴물이 된다. 그러나 일단 밖으로 어떤 형태를 통해 표출되었을 때는 그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더 이상 무서운 '괴물'이 아니다. 밖으로 끄집어낸 감정을 아이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맞아. 애들이 그럴 때 화가 났어. 난 바보가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억울했어' 하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에 단어를 하나씩 배우게 된다. 이것은 곧 스스로 감정조절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 되기 때문에 아이는 위안과 함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신감(자긍심)을 갖게 된다."

"(윤) 말하게 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고, 글로 쓰게 하라 는 세 가지 방법이다. 부모 눈치보지 않고 감정을 끄집어 내게 '장'을 마련해 주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장 박사님 말씀대로 '(애들이 뭐라 해도) 난 괜찮아(I am O.K.)!'가 되면 왕따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은 부모가 인내로 들어줘야만 아이에게 생길 수 있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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