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거의 적' 베트남과 손잡고 중국 견제
남중국해 분쟁 놓고 이해관계 일치
베트남, 여객기 100대 구입 화답
TPP 조기 비준 등 경제협력 강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패권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시점에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완전한 관계 정상화라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23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을 과거의 적에서 친구가 된 사이로 규정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은 군비 증강을 위해 무기 금수 전면 해제를 미국에 요구해 왔다. 미국은 2014년 해양 안보 관련 살상 무기에 한해 금수 조치를 풀었지만 인권 문제와 미 보수파의 반대 등을 고려해 전면 해제하진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로선 이번 조치를 통해 베트남을 끌어들이고 중국의 아시아 영향력을 견제해, 핵심 외교안보 전략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포석을 놓은 셈이다. 베트남으로서도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고, 러시아에 의존하는 무기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꽝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베트남 기업 간 16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는 내용도 밝혔다. 여기엔 베트남의 저가항공사인 비엣젯 항공이 보잉사로부터 여객기 737기종 100대를 113억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이 포함됐다. 기업 간의 거래지만 미국의 조치에 대한 베트남의 화답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물론,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베트남 국가지도부 '빅4'를 모두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을 두고 "베트남을 중국에서 떨어뜨려놓기 위한 '미끼(lure)'를 던졌다"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아시아 지역 재균형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오랜 적'에게 살상무기 수출 등 안보 선물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과 베트남의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에 중국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베트남이 미국의 힘을 빌려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발전을 가속화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문은 베트남의 인권문제, 식민지 역사 등을 거론하면서 "하노이(베트남)가 필리핀처럼 미국의 동맹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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