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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기자 Question] 조영남은 치졸한 사기꾼인가?

지난해 말 인터넷은 셰프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셰프들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됐다. 요리사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고, 유명 셰프가 직접 한 요리를 먹으러 간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셰프들은 자신들은 반드시 직접 요리를 해야만 하는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항변했다.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가지고 메뉴를 짜는 것이 주업무라는 것이다.

화가 조영남씨를 둘러싼 논쟁본지 5월17일자 A-2면>은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아티스트 스스로가 콘셉트만 만들었다면 제작과정은 다른 사람이 맡아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논란의 셰프들 주장과 닮았다.

조영남씨 문제는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말도 일견 타당하다. 미술계의 공장식 작업법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우리에게 친숙한 16세기의 화가 루벤스도 제자들이 그린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넣어서 판매했다. 현대에는 이른바 '개념(콘셉트)미술'이 주류를 이루게 됐고 공장식 작업법은 더욱 일반화됐다. 앤디 워홀과 제프 쿤스를 비롯한 많은 팝아트 작가들은 자신이 손도 대지 않은 그림을 자기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조씨의 '콘셉트'로 만든 작품들은, 직접 조리를 하지 않은 셰프의 음식처럼 정당하다는 것이다. 설사 그 콘셉트를 남의 손으로 구체화 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조영남의 미술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콘셉트를 샀을까, 아니면 인기스타 조영남이 직접 그린 미술품을 샀을까?

'소수의견' 등의 작품을 쓴 소설가 손아람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매를린 먼로의 초상화로 작품을 만든 앤디 워홀 혹은 소변기를 전시하며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한 마르셀 뒤샹과 조씨의 차이는 "예술창작의 핵심요소"가 무엇인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재료가 기성품(ready made)이라는 게 너무 확실해서 두 작가(워홀·뒤샹)는 그 사실을 따로 밝힐 필요도 없다는 것과 조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손씨는 이어 "조영남씨는 자신의 예술적 평판이, 타인의 기예가 자신의 것으로 오인되었을 경우에만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조씨는 사기죄로 고소를 당한 상태며 검찰의 조사에도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미학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한다면, 조영남씨 자신이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단 한가지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조영남이 직접 그리지 않았던 걸 알고도 수천만 원의 돈을 주고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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