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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선거가 있는 해에

김준혜

중국에서 요사스런 동물을 쫓는데 벌거벗은 여인을 동원하던 관습이 있던 시절 이야기다. 서양 쪽 시기로 보면 로마가 생기고 그리스에서 제1회 고대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요, 동양에선 춘추시대 시작 직전쯤 될 것이고, 문명으로 치면 철기 문화가 꽃을 피우던 그래서 전쟁과 피로 얼룩지기 바로 직전의 기원전 771년쯤이다.
 
주나라 유왕 시절, 늘 입술이 붉고 이가 희어 단순호치(丹脣皓齒)라는 말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포사라는 미인이 살았다. 그런데 이 포사가 요즘 말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지 전혀 웃음이 없어 주왕의 애를 타게 하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에 살며시 배시시 웃는 것을 유왕이 알게 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포사를 기쁘게 하기 위해 비단 찢는 소리가 궁궐에 가득했다.

전국에 비단을 세금으로 징수하여 단지 배시시 웃는 포사의 붉은 입에 흰 이를 보기 위해 취해진 절대 권력자의 취향치고는 분명 고약한 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어 싫증 났는지 나중에는 포사가 비단 찢는 소리에도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의 웃음을 닫아버려 우울한 구중궁궐의 분위기 속에서도 끔찍한 기적은 한 번 더 일어났다.

기적인 즉슨 어쩌다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가 올랐는데 그것도 무슨 가학적 쾌감인지, 허둥대는 백성들의 모습에 그만 웃어버린 포사의 미소로 주왕은 포사의 웃음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봉화를 올렸으니, 나중에는 우리가 아는 대로 견융족이 쳐들어와도 봉화는 올랐으나 모이는 군사가 없어 주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서주 시대가 끝나고 동주 시대로 접어들면서 춘추시대의 시작을 열었다.



후대에는 나라를 기울게 한 경국지색의 한 원전이 되었고, 서양과의 교역이 이루어진 후로 이 사건은 묘하게도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이야기로 거짓말의 경계를 후대에 전할 때 늘 쓰는 고전이 되어버렸다.

요사스런 동물을 쫓는 데 벌거벗은 여인들이 동원되던 관습은 후에 아편 전쟁 때까지 계속되어 영국 군대의 군함을 물리치기 위하여 청나라는 부인들이 쓰던 요강을 모아 영국 군대가 보이는 언덕에 쌓아놓고 ‘요사스러운’ 행동으로 군함을 내쫓으려 했다. 그러나 이 관습의 효험은 가소롭기 짝이 없고 그야말로 어림없는 짓으로 여지없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후 3000년의 세월이 흘러 세상은 바뀌었고 다행히도 우리는 나라의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직접 뽑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썩어도 그걸 지키려는 세력이 있듯이 막말과 코미디 같은 난센스로 세상일을 주워 삼키고 비뚤어진 관습과 재치 문답으로 선거판에서 재간둥이로 비위를 맞추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무책임하게 귀에 듣기 좋은 대로 비단을 찢고 여론의 단순호치를 훔쳐 보기 위해 낭자하게 봉화를 올리는 이가 온갖 술수와 재주를 피워 올리는 가 하면, 강한 미국을 위해 우리 모두 요강을 모아 산 위로 올라가자고 부추기는 해괴한 서커스 꾼도 있으리라.
 
마장이 안되려면 당나귀만 모인다고 했다.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이니만큼 눈을 부릅뜨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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