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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살찌는 아마존, 늘어나는 홈리스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LA한인타운 도심 곁길을 걸어본 적 있으신지. 바깥 바람을 쐬려 짬을 내 산책하는 일이 잦다. 사무실을 나서며 맞는 자연 공기는 상쾌하다. 그러나 잠시. 건물 모퉁이를 돌아 걷다보면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추한 몰골이 드러난다. 길거리에 내다버린 침대나 가구, 깨진 가전제품 등이 수개월째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쓰레기가 흩날리고,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곳곳에 악취가 풍긴다. 그야말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도시 뒷골목 풍경이다.

요새는 여기에 하나 더 늘었다. 홈리스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도를 점령하고 텐트촌을 이뤄 아예 보행이 어려울 정도다. 온갖 잡동사니 생활도구(?)들을 끌어다 놓았으니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멍한 눈빛으로 몇 시간이고 한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끝없이 중얼거리는 이, 대낮부터 불콰하게 취해 쓰러져 있는 이, 초점없는 눈동자에 반라의 차림을 하고 텐트 속을 들락거리는 여성, 악취는 진동하고. 어느 날 경찰차가 보이고 하얀 천이 바닥에 덮여 있으면 이름 모를 홈리스 한 명이 객사한 것이다.

홈리스 텐트촌 곁을 지나다보면 "이게 과연 인간의 모습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의 존엄권이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참담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먹는 건 어떻게 구하는지, 어디서 씻기나 하는 것인지, 비가 오면 잠은 어떻게 자는지, 이들의 신세를 생각해보면 집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보다도 못하지 않나 싶다.

애완동물이야 때 되면 밥 먹고, 안전한 공간에서 잠 자고,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니 그들의 형편이 홈리스보다 백번 나아 보인다.

최근 LA지역 통계만 보더라도 카운티 노숙자 수는 4만7000여 명에 달하고, LA시에는 2만8000여 명의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숫자는 1년 전에 비해 11%나 늘어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니 가히 '홈리스 전쟁'이다.

LA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 스티브 로페스는 칼럼을 통해 "지금 상황은 심각한 위기다. 행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홈리스 증가의 원인으로 저임금, 높은 주택가(렌트비), 정신질환자 방치 등을 꼽는다. 쉽게 말해 지금의 수입으로 치솟는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한계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길거리로 팽개쳐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로페스가 '홈리스 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울린 같은 날,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주가는 지난 3개월간 거의 50%가 급등해 CEO 제프 베조스의 재산이 그새 180억 달러나 불어났다는 뉴스가 나온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상거래 때문에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힘들다. 여러 매장에 나가서 구입하던 물건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결해버리니 소매업주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많은 소매업체들이 나눠가져야 할 상업의 과실을 아마존이 싹 쓸어가는 형국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그런 식이니 부의 독점이니, 부익부빈익빈이니, 양극화니 하는 우려와 원성의 목소리가 커진다. 혹 '아마존 폐쇄'를 공약으로 내거는 정치인이 나오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회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거리엔 추락한 인생들이 넘쳐나는데 아무도 아무에게 신경쓰지 않는 이 살벌하고 비극적인 공동체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한 것일까.

한껏 단장한 강아지가 주인과 함께 홈리스 곁을 잰걸음으로 지나간다. 무심한 도시의 공기가 서늘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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