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상의 보석이야기]밤·낮으로 변하는 메두사의 두 얼굴을 한 보석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고된 훈련과 몽둥이세례로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몸은 더 이상 가눌 수 없게 떡이 되어 버려 나는 신발도 벗지 못하고 그 자리에 뻗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머니는 나를 깨워 일으켜 세우시더니 2층에 있는 내방에 들어가 자라고 하셨다.눈을 뜨니 아침이었고 어머니는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고 얼마나 우셨는지 눈은 퉁퉁 부어 계셨다. 지난 밤 몸도 못 가누고 쓰러져 끙끙 신음소리를 내며 자는 내 모습을 보시고, 옷이라도 벗겨 편히 재우려고 바지를 벗기다가 궁둥이와 허벅지에 난 시퍼런 멍 자국들과 피 묻은 팬티를 보시고 그만 기절할 만큼 놀래 버리신 거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늦게 귀가하는 줄로만 아셨던 어머니는 이 일로 내가 매일 몽둥이찜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 얻어 맞고 다니는 내 모습에 분노하셔서 그길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셨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담임 선생님은 보이스카우트 대장 선생님께 이사실을 알렸고 그날로 보이스카우트 단실엔 커다란 대못이 박혔다. 그리고 나로 인해 한동안 아무도 단실에 올라갈 수 없었다. 나는 이 일로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창피하고 미안해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고,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어 내 스스로 얼굴에 주홍글씨를 쓰고 다녔다.
매일 고된 훈련과 몽둥이찜질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만 다음날이면 뭔가에 홀린 듯이 다시 찾던 단실, 허구한 날 우리를 두들겨 패던 하나님과 동창인 선배들, 그 선배들이 자기 용돈을 쪼개 사 주던 라면 한 그릇, 어느 날 졸업한 선배라도 찾아오면 먹을 수 있었던 곱빼기 짜장면, 이 모든 것들이 너무도 그리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이 모든 과정을 참고 견디어 왔건만 나 자신이 창피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학교에다 이 사실을 알린 어머니가 한없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먼저 손 내밀어 위로해 준 동기와 선배들이 있어 나는 외롭지 않았고 그래서 내 얼굴에 써 놓은 주홍 글씨도 지울 수 있었다.
어느 날 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단실을 찾아와 우리에게 해 준 말이 생각난다. 지금 여러분이 이 훈련 과정을 무사히 마친다면 후에 해병대를 가도 쉽게 군대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해병대를 안 갔다 와서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겪은 6주간의 논산 훈련소 생활은 식은 죽 먹기가 맞았다. 그리고 나의 이런 학창시절 경험은 후에 내가 세상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고, 수많은 어려움과 죽을 고비를 겪은 남미 콜롬비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35년이 지났다. 우리는 매일 카톡방에서 대화를 나눈다. 칠십이 훌쩍 넘은 선배들부터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배들까지 시대는 달랐어도 같은 학교 같은 단실에서 하나의 정신으로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하나다.
1922년 독립운동가 관산 조철호 선생님이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 중앙 중 고등학교에 세우신 대한 소년단(한국 보이스카우트), 나는 이곳의 일원이라는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보석상식 48: 밤 낮으로 변하는 메두사의 두 얼굴, 알렉산드라이트(ALEXANDRITE)
낮에는 에메랄드로 밤에는 루비로 변하는 알렉산드라이트는 그 희귀성에서 다이아몬드를 압도하며, 최상급의 알렉산드라이트는 값 또한 메길 수 없을 만큼 최고의 보석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1830년 러시아의 우랄 산맥에서 처음 발견되어 당시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의 이름을 따 알렉산드라이트로 명명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이 보석의 존재가 두각을 나타나게 된 데는 밤 낮으로 바뀌는 색의 변화뿐만 아니라 러시아 황실 군대를 상징하는 녹색과 빨간색을 띄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러시아에서 거의 채굴이 되지 않으며 대부분이 스리랑카, 동아프리카, 브라질 등에서 생산됩니다. 하지만 최상급의 알렉산드라이트는 단연 러시아산을 꼽습니다.
실질적으로 밤 낮으로 바뀌는 색의 변화는 빛이 광물에 투과될 때의 조도에 영향을 받는 것이며 또한 빛이 쏘여지는 각도에 따라 밤 낮에 상관없이 색의 변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알렉산드라이트는 진주와 문스톤과 더불어 6월의 탄생석으로 결혼 55주년 때 선물하는 보석으로 유명합니다.
HARRY KIM (K&K FINE JEWELRY) kkfinejewel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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