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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생각하라, 그래야 생명 귀한 줄 안다"

5월14일은 석가탄신일…관음사 지암 스님

무명의 상태, 빛을 밝혀야
연등을 널리 밝히는 이유

“불상 믿는 게 불교 아니다”
자기를 깨닫는 게 불교 본질

종교 역할은 선행 요구 아냐
영원한 자유와 안락 알리는 것


"평생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으며 수행했는데…찻길 옆에 사는 건 처음이요. 그런데 저 자동차 경적 소리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공부가 됩디다." LA한인타운 3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인근 관음사. 미주지역 조계종 산하 125개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절은 수년 째 주지스님 자리가 공석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은 관음사 주지로 지암스님(사진)을 파견했다.

한국 경주 불국사, 합천 해인사 등에서 40년 동안 수행한 스님이다.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드린다. 관음사에는 공양주가 없어 직접 밥을 짓기도 한다. 지암스님은 종종 사찰을 찾는 한인들과 만나 상담도 해준다. 요즘은 관음사의 불이 밝아졌다. 석가탄신일(5월14일)을 앞두고 봉축 연등이 사찰을 환히 밝히고 있어서다. 3일 지암스님을 만나 연등의 의미를 물었다.

글=장열 기자·사진=김상진기자



-부임한 지 5개월째다. 미주 한인들을 만나보니 어떤가.

"한인사회는 하나의 섬 같다.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다. 뭔가 다들 외롭게 보이더라. 대화를 해보면 자기 말을 쏟아 붓는다. 부처님 귀가 왜 큰지 아나. 중생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니까…(웃음)"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주나.

"자기 마음을 깨달아 부처가 되는 이치를 말한다. 번뇌를 끊고 열반을 증득하게 한다. '붓다(buddha)'는 본래 '깨달으신 분'이라는 뜻이다."

-불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불교는 본래 깨우침의 종교다. 즉, 부처의 가르침이 불교다. 불교는 '불상'을 믿는 게 아니다. 그걸 믿는 건 우상이다. 부처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화엄경에도 마음과 부처, 중생이 본래 차별이 없다고 했다."

-자기 마음을 깨닫는다는 건.

"마음 자리란 넓어질 땐 우주를 감싸고도 남지만, 좁아질 땐 바늘 하나 꽂을 때가 없이 옹졸해지는 게 또한 마음이다. 본래 무게도, 모양도, 정확한 이름도 없다. 그래서 나를 바로 보는 것, 무엇을 '나'라고 하는지를 똑바로 보려는 게 불교의 수행이다."

-인간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는가.

"타종교에서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피조물이 창조주가 되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불교는 부처가 되지 않으려는 게 가장 큰 죄다. 부처가 되지 않으려는 게 사이비란 말이다. 종교가 뭔가. 인간의 근본 문제를 가르쳐주고 해결해주는 것 아닌가."

-근본이 무엇인가.

"죽고 사는 것이다. 안 죽는다면 왜 종교가 필요하겠는가. 생과 사를 설명하는 것이다. '착하게 살아라…' 그게 종교가 말하는 근본일까. 아니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 걸 가르치는 게 종교는 아니다. 종교는 생사를 초월해 영원한 안락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연등은 왜 밝히나.

"스님이 되고자 '출가(出家) 할 때 '집 가(家)' 자에는 불 붙는 집(화택)의 의미가 있다. 그 불은 세상의 모든 욕망을 말한다. 거기서 나가는 게 출가다. 출가에는 4종류가 있다. 몸과 마음이 다 출가한 사람, 몸은 출가했지만 마음이 출가 못한 사람, 마음은 출가했으나 몸이 출가하지 못한 사람 그리고 둘 다 출가하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무명(無明)' 즉, 밝은 게 없는 상태다. 진리나 인생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한 어둠에서 모든 이에게 등불을 밝히는 게 초파일의 연등이다."

-밝힘이 갖는 의미는.

"불교는 '행위'를 '업'이라 한다. '무명'의 상태인 중생이 업을 지으면 곧 어리석음의 결과를 낳는다. 세상의 악업은 모두 '무명'에서 발생한다. 연꽃을 보라. 연꽃은 진흙이 있는 더러운 물에서 피어나지만 하나도 오염되지 않는 게 연꽃이다. 그 의미가 담겨 빛나는 게 연등이다. 부처님의 지혜와 생명의 등불로 무명을 밝히는 것이다."

-생명은 무엇인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생명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삶이 힘든가. 부처는 '모두가 평등하다' 했다. 내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면, 남의 생명도 귀하다. 나를 하찮게 여기면, 남도 하찮은 존재가 된다. 내가 잘나서 타인을 하대하면 그건 사실 '나'를 하대하는 것이다. 내가 잘났다면, 남도 잘났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은 본래 스님들 사이에서는 다정다감한 말이다. 중은 '사람 인(人)' 자가 셋이 모인 '무리 중'에서 비롯됐다. 절에서 스승이 늘 '중 노릇 잘하거라' '세상이 잘되려면 중 된 마음으로 살아라'라고 말하는 이유다. 사람이 무리 지어 사는 세상인데 어찌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화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사회를 어떻게 보나.

"온갖 욕망이 넘친다. 그만큼 유혹의 요소가 많아졌다. 왜 의사가 되려는가. 왜 선생이 되려하는가. 무엇을 한다는 건 그 모든 업이 결국 사람을 살리고 죽는 것과 연결된다. 삶을 살면서 무늬만 있는 건 '진짜'가 아니다. 늘 중 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진짜가 되려면.

"인간은 참 묘하다. 저 창밖에 자동차 소리를 들어봐라.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사실 인간은 이 '사바세계'에서 끊임없는 공간의 이동뿐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늙어간다는 것을 안다. 1~2년 전 사진만 봐도 늙음을 인지한다. 그러나 죽는 시간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어렴풋이 알 뿐이다. 천년만년 살 것 같은가. 늙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느껴봐라. 죽음을 안다면 생명을 더욱 귀하게 여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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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스님의 도시 적응기

지암스님의 진중한 답변이 끝났다.

순간 궁금했다. 40년간 산속에서만 수행을 해온 그의 도시생활은 어떨까.

지암스님은 “처음 미국에 와서 두 달 정도 심하게 아팠다. 아무래도 공기도 다르고, 자연에 익숙했던 몸이라 여러 가지가 안 맞았던 모양”이라고 했다.

농사를 지어 수확물로 음식을 해먹던 그는 이제는 한인마켓에서 직접 장을 본다.

외출을 할 때면 종종 씁쓸한 일도 겪는다고 했다.

지암스님은 “갑자기 김밥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큰 목소리로 ‘예수 안 믿으면 지옥가요’라고 소리친 적도 있고, ‘스님’이라고 부르기 싫어서 ‘중’이라고 하거나, 이름을 물은 뒤 ‘님’을 붙이기 싫어 ‘지암스’라고 부르는 분도 있다”고 웃었다.

그는 불교에서 출가할 때 잘 만나야 하는 3가지를 ▶스승 ▶도양(수도하는 장소)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이라 했다.

지암스님은 “이 3가지는 종교생활을 할 때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떤 종교지도자를 만나는가, 어디서 종교생활을 하는가, 누구와 함께 종교의 도를 좇는가는 매우 중요하다”며 “종교인의 행동과 태도를 보면 저 3가지가 어떤지 대략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궁금했다. 스님은 정말 ‘금육(禁肉)’을 할까.

지암스님은 “다 카더라~ 통신입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나는 안 먹는다. 하지만, 불교 최대 경전인 팔만대장경에 고기 먹는다고 지옥 보낸다는 소리는 없다”며 “그런 쩨쩨한 거 지키려고 부모 형제 버리고 출가해서 위대한 수행의 여정을 걷는 건 아니다. 대신 나는 해산물은 먹는다”고 웃었다.


글=장열 기자·사진=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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