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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르네상스를 기대합니다”

한인·아시안 셰프들, 고급 일식당 나와 한식당 차려
한식 고유의 맛 유지·고객중심 서비스 개선이 관건

까다로운 입맛과 구수한 입담으로 지난 30여년간 애틀랜타 요식업계를 쥐락펴락 해온 음식평론가 크리스티앙 라우더바크는 한식 ‘마니아’이다. 35년째 식당 평가지 ‘나이프&포크’를 발행하고 20년 이상 ‘애틀랜타 매거진’의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한식당좀 그만 다루라”는 독자 불평도 여러번 들었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는 그는 애틀랜타 한인타운 식당가의 역사와 맛의 흐름을 훤히 꿰뚫고 있다.

곧 이민생활 40년을 맞지만, 그는 영원한 ‘빠리지엔느’다. 억양과 행동에서 여전히 파리의 ‘코스모폴리탄’ 스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모든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고집하는 듯 하지만 모르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진솔한 호기심으로 눈빛이 반짝인다. 한식을 주제로 그와 대화를 나눴다.

-애틀랜타의 한식 수준을 평가한다면.
“과거 애틀랜타 한식당들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미국인을 상대로는 장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밥 먹는 내내 눈길 한번 주지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인 커뮤니티가 나름의 규모를 유지했기 때문에 한인들만을 상대로도 장사가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지 않았던 덕분에 오히려 한식 고유의 맛을 유지해왔다. 김치는 젓갈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고, 청국장도 참맛을 즐기려면 고약한 냄새를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둘루스는 ‘남부의 LA’가 됐다. 트렌디하고 세분화된 한식당과 커피숍, 빵집들이 많아져 거의 매주 찾고있다. 얼마 전까지 LA 출신 한인들 유입이 많기도 했지만, 한 세대만에 음식문화가 놀랍게 발전했다. 한식도 세련되고 훌륭해졌지만, 커피숍, 제과점도 애틀랜타 최고 수준이라고 본다.”

-애틀랜타의 다른 아시안 음식들과 한식을 비교한다면.


“한식이 고유의 맛을 유지, 발전해온 것은 애틀랜타에서 제대로 된 태국음식을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중적인 남부 입맛에 맞추려면 달고 밋밋한 그저 그런 음식이 될수 밖에 없다. 태국음식이 밋밋하면 무슨 맛인가. 중식보다도 인식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애틀랜타에는 훌륭한 중식당이 다수 있지만, 이제 사람들은 중국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중식 자체를 미국화된 그저 그런 음식으로 치부하고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일식은 일본 사람들이 운영하진 않지만 수준 높은 식당이 다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고급 일식당에서 훈련된 한인 혹은 다른 아시안 셰프들이 나와서 한식당을 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배경에 실력, 모험심을 갖춘 요리사들이 한식에 손을 대고있는만큼, 애틀랜타 시내에서도 작은 ‘한식 르네상스’가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애틀랜타 주민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뜻인지.
“젊은 사람들이 이전 세대와 달리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고 문화를 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은 진지한 탐구심보다 소셜 미디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지나가다 처음보는 곳이나 불편한 곳에 들어가보는 것보다 친구인 누가 가봤다면 몰려 가는 식이다. 식당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다. 한번 유행을 타면 순식간에 뜰 수 있지만, 관심이 식는 것도 한순간이다. 나이먹은 구세대의 괜한 걱정이길 바란다.”

-한식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통 사람들은 한식에 ‘이상한’(weird) 재료가 들어있다거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미스테리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일반적인 입맛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발효음식이 많은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독적이지만, 처음 접하면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서비스는 반드시 고객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미국 식당들처럼 웨이터가 친구인 척 수다를 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한인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친절은 보여줘야 한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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