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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의 보석 이야기]학대가 학습이 되면, 사랑으로 믿게 된다

외아들인 나는 어릴 적부터 외아들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했다. 항상 여자들에 둘러 싸여 살던 나는 왠지 외아들이라고 하면 마마보이 또는 계집애 같은 이미지가 머릿속에 상상되곤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 나의 자격지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친구들이 가끔 나를 보곤 “애, 참 이쁘게 생겼다.” 라고 하면 나는 속으로 이 아줌마 참 무식하시네, 사내아이 보고 이쁘다니 잘 생겼다라고 해야지라면서 그 아줌마를 공공의 적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어떤 아줌마가 나를 보곤 잘 생겼다고 하면 나는 그 아줌마가 김지미보다 더 이뻐 보였다. 단어 하나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외아들의 이미지를 벗고 남자로 거듭나기 위해 클럽에 가입하기로 마음먹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유도부, 검도부, 역도부도 생각해 봤지만 누군가와 몸으로 겨룬다는 것이 영 자신이 없어 나는 클럽 이름도 세련된 영어고 캠핑 같은 야외 생활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 스카우트를 찾아가게 되었다.

처음 본 2학년 선배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클럽에 대해 자상히도 설명해 주었기에 그런 선배가 무척 호감 가고 지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이라는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클럽에 가입하고 나니 선배들의 자상함은 조폭 이상으로 잔인하게 변했고 지적인 건 '개가 다 물어갔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모든 게 일 학년 단원을 모집하기 위한 사기였다는 것을 클럽에 가입하고 얼마 안 돼 알 수 있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을 배운다는 명목하에 우리는 방과 후 단실에 남아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기합과 몽둥이 세례에 할당되었다. 우리는 허구한 날 푸시업과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박고 뒷짐지고 있는 일명 ‘원산폭격’ 이란 기합을 받았는데 그 기합으로 가뜩이나 머리가 안 좋은 우리는 정말 돌 대가리로 변해 갔고 마침내 그 자세로 이삼십분은 거뜬히 잠을 청할 수 있는 득도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선배는 하나님과 동창이라는 구호 아래 선배로부터 몽둥이 세례는 일상이 되었다. 사이비 종교처럼 학대가 학습이 되다 보면 학대도 사랑으로 믿게 된다. 간혹 선배로부터 몽둥이찜질이 없는 날이면 우리는 화장실 가서 밑 안 닦고 나온 찜찜한 기분으로 집에 가야 했고 뭔가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님과 동창인 선배의 노래 한 곡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학교 앞 구멍가게로 달려가 선배가 좋아하는 음료를 사 와야 하는 벌칙을 받곤 했는데, 나날이 빨라지는 우리의 동작만큼이나 선배의 노래 솜씨 또한 일취월장하여 우리는 한 번도 미션을 완성해 본 적이 없었다.

갈수록 더해지는 훈련의 강도에 이탈하는 친구들이 생기면 우리는 어김없이 그들을 체포해서 단실로 끌고 와야 했다. 마치 교도소에서 탈옥한 탈주범을 잡듯이. 그들의 거주지는 물론 분식점, 빵집, 당구장까지 샅샅이 이잡듯이 뒤졌다. 그 와중에 우연히 길가에서 여학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어떻게 해 볼 요량으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김우중 씨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정말 많다.’

고된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고 우리는 선서식, 학교 축제인 석전 등을 무사히 치러 내며 2학년이 될 날만을 학수고대했다. 내년이면 우리도 선배들로부터 받은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새로 들어올 나의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몇 배로 베풀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다음에 계속)

보석상식 47: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블러드 다이아몬드 혹은 피의 다이아몬드는 전쟁 중인 지역(주로 아프리카)에서 생산돼 국제 협정을 어겨가며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를 지칭합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로 의심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앙골라,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콩고 민주 공화국, 짐바브웨 등이며, UN은 1998년 처음으로 전쟁자금으로 유용되는 다이아몬드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작했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산과 통제를 위해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다이아몬드 생산업자들의 노력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 남아프리카 킴벌리에선 다이아몬드 생산국들이 참가한 회의가 열렸으며 이때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소비자가 본인들이 구입한 다이아몬드가 폭력과 연관되지 않았음을 증명받아야 한다는데 동의하게 되었고, 그 후 회의에서 다이아몬드 수출과 수입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가 발의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을 높였고, 다이아몬드 유통에 있어 벌어지는 서 아프리카의 비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HARRY KIM (K&K FINE JEWELRY)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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