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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마케팅과 교회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세상 돌아가는 게 온통 마케팅이다. 특히나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팔지 못하면 망한다. 팔아야 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서비스·인지도·평가·네트워킹 등 무형의 재화도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 잘 팔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리고, 낙오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 지금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물건을 유능한 세일즈맨이 파는 경우다. 제품도 좋은 데다 세일즈맨의 탁월한 능력이 보태지니 가장 좋은 효율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의 반응이 신통찮은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할 때 세일즈맨은 힘들다. 물론 입담이 좋아 고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세일즈맨이라면 잠깐 판매 실적을 올릴 수는 있을 터지만 그게 오래가진 않는다. 제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한 세일즈맨의 '기술'에만 의존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을 것이 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다. 고객이 제품을 알아보고, 제 발로 찾아와서 사는 것이 최고다.

마케팅 얘기를 느닷없이 끄집어낸 것은 최근에 불거진 나성영락교회 당회 파동 때문이다. 당회에서 18명의 시무장로 중 14명이 담임목사의 리더십을 문제삼아 불신임 의견을 모은 탓이다. 김경진 목사가 부임한 이후 4000명 넘던 교인이 3000명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설교능력을 포함한 김 목사의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교회 이슈를 마케팅에 비유하는 것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상 기독교를 포함한 현대 종교들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면 '마케팅'의 범주를 벗어나 설명하기 어렵다. 신도를 확보하기 위해 전도하는 것도, 헌금을 독려하는 것도, 큰 교회당을 짓는 것도, 그래서 많은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설교 잘하고 신도들에게 매력적인 목사를 청빙하는 것도, 질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마케팅 원리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 없다.



나성영락교회 담임목사 불신임 논란도 따지고 보면 김 목사의 '실적'을 문제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신도 숫자가 줄어든 것을 목사의 자질 탓으로 돌릴 만한 뚜렷한 근거가 있는가. 만약에 담임목사를 교체한다면 교인 숫자가 늘어나고 교회는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가. 아마도 이 두 가지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독교인이 줄어드는 것은 나성영락교회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인이 매년 줄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개신교인 비율이 2007년 51.3%에서 2014년 46.5%로 사상 처음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기간동안 9.4%가 기독교인으로 유입됐고, 13%가 떠났다. 개신교인 평균 연령은 50세인 반면 무종교인의 평균연령은 36세였다. 한인 교회에 청년부가 없어지고 축소되는 게 보편화됐고, 어린이들을 위한 주일학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교인이 줄어들 일만 남았다.

전체적인 사정이 이러할진대 교인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목사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것보다는 기독교라는, 교회라는 '상품'이 왜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기독교인을 보고 부러워서 제 발로 교회를 찾아야 그게 진짜 '부흥'이다.

원인을 바로잡지 않고 증상만 가리는 대증요법으로는 병을 제대로 고칠 수 없다. 나성영락교회 문제가 한인교계 전체의 자성과 성숙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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