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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변화, 높은불신의 벽…여전한 긴장감

[현장 르포]볼티모어 폭동 1주년
갈등 봉합은 주민들의 각성 통한 삶의 질 개선뿐
주류언론에 비친 ‘볼티모어 폭동 1주년’

볼티모어 폭동 1주년을 맞아 주류언론들은 일제히 특집기사로 볼티모어의 지난 1년간 변화와 현재를 조명하고 있다.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26일 민주당 예비선거와 함께 볼티모어 시의 새로운 시장의 윤곽이 들어날 것이라면서, 폭동 1년 후인 현재에도 볼티모어는 살인사건 증가와 빈곤한 흑인 저소득층의 소외된 삶으로 시름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기사들은 볼티모어에 시민들 및 공무원들의 각성과 함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CNN : “볼티모어가 ‘원죄’와 마주한다”
볼티모어 시민들 중 일부는 ‘볼티모어 폭동’은 ‘봉기’(uprising)였다고 믿고 있다. 볼티모어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 날 벌어진 사태 한 가운데 섰던 많은 이들이 그 사건을 ‘폭동’이냐 ‘봉기’냐 하나로 결론짓지 못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방화가 있었고, 약탈이 있었다. 볼티모어 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사건을 완전히 매듭지을 수 있는 구심점과 리더를 찾고 있는 상태다.

지역 변호사로 볼티모어 시의 역사를 주제로 각종 서적을 출간해온 에덴 스파라코는 “볼티모어 폭동이 일어난 이후 모든 것이 정지된 채로 모든 이들이 누군가가 나서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볼티모어는 26일 열리는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의 결과로 새로운 시장을 맞게 된다. 이 선거가 볼티모어의 미래를 결정 지을 것이라는 의견이 크다. 이와 함께 5월부터 재개되는 일련의 재판으로 여섯 경찰관들의 유죄여부가 결정되면,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으로 야기된 볼티모어 사태는 어느정도 결말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로도, 재판결과로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있다. 폭동 이후 볼티모어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사상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5년에 기록된 344건의 살인사건은 시 역사상 두 번째로 높다. 살인사건의 해결 및 범인 체포율은 30%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들은 폭동 이후 경찰 순찰이 줄어들었고 치안의 공백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으로 거리의 주민들은 폭동의 결과로 볼티모어를 지배했던 마약 조직들의 역학관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폭동당시 불탔던 CVS 등 약품상에서 도난당했던 마약성 진통제 ‘펄코세트’ 등이 대거 유통되며 마약조직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볼티모어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해답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해결에 앞장서느냐에 달려 있다. 주민과 시관계자들뿐만이 아니라 메릴랜드 주전체의 정치인들과 지역사회가 볼티모어의 경제회복을 위해 나서야 한다. 볼티모어 시내의 극빈층에 몰린 흑인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하는 상태다. 불씨가 생기면 또다시 타오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볼티모어 폭동과 같은 또다른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는 위정자들의 방관과 무책임 탓일 것이다.

볼티모어 선 : “그레이 죽음 이후, 변화는 있는가?“
“볼티모어 폭동은 감정적인 분노의 표현이었나? 변화를 원한 몸부림이었나?”
볼티모어 폭동 1주년을 앞두고, 자말 브라이언트 목사는 주민들에게 26일 열리는 메릴랜드주 예비선거의 참여를 종용하며 이렇게 외쳤다.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을 둘러싼 대혼란이 펼쳐지고 1년이 지난 볼티모어. 2015년 4월27일의 그 날의 의미를 찾기위한 거대한 분석작업들이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시민운동가들은 볼티모어의 변화를 일으킬 선거 및 정치참여를 촉구하며 연일 행동하고 있다. 시장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볼티모어의 개혁과 발전을 이룰 적합자라며 외치고 있다. 그레이를 사망케 한 경찰관들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경찰국은 변화와 화합, 주민들과의 공존을 위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국은 순찰을 강화했다.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갈 길은 아직도 멀다. 하지만 분명히 진전은 있었다. 슬램가 흑인 꼬마들이 경찰관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히 이야기한다. 한 동네에서 발생한 강간사건에 수십명의 경찰관들이 일일이 지역 가정집을 탐문하며 수사에 나섰다. 폭동 이전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그레이의 죽음에 관련된 경찰관들의 재판이 다음달부터 재개되면 경찰국의 노력은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모든 지역사회가 재판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천만 다행인 것은 심각한 방화 및 약탈에 가담한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폭동 가담자들이 기소중지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과 스테파니 데루카 교수는 “기회가 있었고, 대화가 있었으며, 이제 에너지도 생겼다. 이제 볼티모어는 무언가 변화가 이뤄질 시점에 도달했다”며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했다.

한편 사회학자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지원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티모어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진학을 통해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된 저소득층 출신 흑인 젊은이들 대부분이 출신지역으로 되돌아와 지역사회를 살찌우는 선순환에 기여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결과다.

USA 투데이 : “1년 지났지만 여전한 긴장감…갈등은 진행상태”
25세 흑인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은 하나의 상징으로 우뚝섰다. 선거철을 맞아 거리에 나붙은 수많은 시장 후보들의 포스터는 담벼락 한귀퉁이를 차지한 거대한 그레이의 얼굴 벽화에 빛이 바랜다.

길거리의 아티스트들은 볼티모어 거의 모든 모퉁이 벽에 억울하게 죽은 그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어떤 것은 평화를 갈구하고, 어떤 벽화는 투쟁을 선동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떠한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레이의 마지막 모습을 근처에서 목격했다는 제임스 브라운씨(54)는 “그의 발은 부서진 상태였다. 경찰들은 관을 들쳐매듯 그레이를 들어 경찰 벤에 쑤셔넣었다”고 증언한다.

참혹했던 그의 죽음으로 얼마간의 변화는 생겼다. 이제 모든 경찰 벤에는 감시카메라가 부착됐다. 경찰측은 시민들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실시중이고 불탄 업소들은 재건되고 있다.

올 12월 퇴임을 앞둔 스테파니 로울링스-블레이크 시장은 62만1000여명의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볼티모어를 남기고 떠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장은 “우리가 폭동을 겪으며 확인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지역사회의 ‘강인한 회복력’이다. 최악의 나날들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내와 노력으로 볼티모어시는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의견에 다수의 주민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회복은 완전치 않다. 절망한 상인들과 발전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주민들은 그때처럼 탄식하고 있다. 그레이가 살았던 곳과 사정이 비슷한 도시 곳곳 슬램가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자리잡은 뚜렷한 긴장감은 여전히 깊고 쓰라리다.

볼티모어 경찰국 케빈 데이비스 국장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프레디 그레이 사건의 큰 원인은 80년대 마약전쟁 시기에 확립된 경찰의 범죄자 대응 문화와 경찰들의 슬램지역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제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데이비스 국장은 “도시의 치안은 경찰만이 아니라 학교와 시민단체, 각 공공기관의 공조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용 기자 park.sey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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