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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어린이와 함께했던 26년, "행복했다"

존 데일리 신부 마지막 미사
성삼한인천주교회와 작별

지난 10일 LA지역 성삼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송라파엘)에서는 송별 미사가 봉헌 되었다. 26년 동안 어린이 영어미사를 드려 주었던 백발의 91세 아일랜드 태생의 존 데일리 신부와의 마지막 미사였기 때문이다.

소식을 듣고 성인이 되어 떠나 있던 20~30대 젊은이들이 저마다 먼길을 찾아와 함께 했다. 이들은 데일리 신부에게 세례, '첫영성체(first communion)' 성사를 받았다. 그중에는 결혼 혼배성사와 자녀의 세례까지 받은 사람도 있다. 신부님과의 인연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주일학교 관계자인 소피아(44)씨는 "이렇게 많이 찾아와 준 것을 보니 더욱 마음이 찡하다"며 "어떤 친구는 뉴저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받고 만사를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 데일리 신부에게 갖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 마태오 청소년 부장(50)은 "1990년 당시 24세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을 때 미국본당의 주임이신 데일리 신부님을 처음 찾아가 부탁을 드렸는데 첫 마디에 '나는 아이들을 매우 좋아한다. 어려서 신앙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시며 흔쾌히 직접 영어미사를 집전하러 와 주셨고 그 후 약속을 너무도 충실히 지켜 주셨다"고 말했다.



26년 동안 이 공동체의 한인 어린이들에게 한 세례와 첫영성체 성사는 셀 수가 없다.

주일학교 박에스터(24) 디렉터는 "신부님은 그 아이들에게 한결같이 이름을 불러 주셨다. 그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부님에게 혼배미사(결혼예식)를 받았다는 30대 후반 젊은이는 "거의 20년 만에 찾아가 부탁했는데도 정확히 이름을 기억하시며 마치 아들의 결혼소식을 들은 것처럼 진정한 축복을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또 세례를 받은 이들이 첫 아이를 낳아 세례를 청할 때는 '정말 기쁜 날'이라며 아기를 받아 안아 주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편한 몸에 주일학교 피정과 빅베어에서 하는 여름캠프까지 꼭 찾아와 함께 해주었다. 강론을 마칠 때마다 "이것으로 충분하냐"고 물으면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신부님은 웃으며 "그럼 모두 다음 주일 미사에 꼭 와서 계속 하자"며 주일 미사 참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강론에서도 평소 즐겨 인용하던 "하느님은 사랑스런 우리의 아버지이시고 우리는 모두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있을 것"을 당부했다.

불편한 손과 발에 온 힘을 다해 제대 아래까지 내려와 마지막 영성체를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성체를 받아 모신 신자들은 지난 26년 동안 이 공동체에 쏟은 한 외국인 사제의 깊은 애정을 느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미사 후 송라파엘 주임신부로부터 감사패와 신자들로부터 꽃다발을 전해 받은 데일리 신부는 떨리는 음성으로 "(70세가 되면 은퇴하는데) 나는 이 공동체가 있어서 지금까지 사제로서 정말 행복한 사목을 할 수 있었다. 한인공동체에 내가 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젠 백발이 다 되었고 다리 힘도, 손의 힘도 너무도 약해졌지만 맑고 푸른 눈과 입가의 티없는 웃음은 여전하여 섭섭한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페티오로 장소를 옮겨 케이크와 음식을 나누며 기쁘면서도 슬픈 작별 파티가 있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모두 나와 신부님께 노래를 선사했고 이제는 성인이 된 20~30대 남녀들이 데일리 신부와의 추억을 서로 나누었다.

존 윤(29)씨는 "4살 유치부일 때 처음 신부님을 만났다. 어린 나에게 가톨릭이 무엇인지 아주 쉽고도 명확하게 알려주신 분"이라며 "그 후 첫영성체 할 때 처음으로 고백성사를 해야 하는 나에게 하느님은 죄에 대해 벌주시는 분이 아니라 용서와 사랑을 주기 위해 언제나 고백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심을 이해시켜 주셔서 고백성사를 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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