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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정치는 생물인가, 그렇다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원래 자연 속에서 사는 동물은 인간과 같은 '잡병'이 없다. 자연 속 동물들은 유행병이나 상위 포식자만 피한다면 대부분 정해진 수명을 살고 자연사한다. 잡병에 걸려 수명을 단축시키는 예는 거의 없다. 온갖 잡병으로 자연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동물군은 인간과 애완동물이 전부다.

그렇다면 왜 인간과 애완동물만 잡병에 시달려야 할까. 본질은 '자연에서 멀어진 인공적인 식습관과 과식'에 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자연식을 한다. 자연에 널린 그대로 섭취하고 과식을 않는다. 그러나 문명은 인간을 자연식과 소식에서 멀어지게 했다. 날것보다는 익혀 먹고, 천연 상태보다는 각종 인공첨가물을 버무려 섭취한다. 애완견의 먹이와 생활환경도 '비자연적'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이 병에 걸리고 약과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하나의 패턴이 있다. 잘못된 식습관인지도 모른 채 '비자연적'인 식습관을 계속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몸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주변에서도 건강을 챙기라는 조언이 들려온다. 별일 있으려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조금 신경 쓰인다 싶으면 약을 먹는다. '이상신호'가 일시적으로 없어지면 정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식습관은 계속된다. 어느날 갑자기 쓰러진다. 진작에 몸의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며 때늦은 후회를 한다.

큰 병은 대체로 이런 경로를 거쳐 발생한다. 몸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과 몸에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항상성(homeostasis)이 있다. 몸이 아프다가도 낫는 것은 인체의 오묘한 항상성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항상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잘못된 '인풋(input)'을 멈춰야 한다. 잘못된 식습관을 지속하면서 항상성이 발동돼 건강해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다시 말해 몸의 이상신호와 주위의 염려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된 식습관을 깨달아 고치면 항상성이 작동돼 건강을 되찾고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은 이미 정치공학을 설명하는 유명한 말이 되어 있다. 정치는 유기체와 같아서 상황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생명(또는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한국 4·13 총선에서 집권 새누리당이 충격적인 참패를 겪고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각종 경고음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지 않고 '나는 건강하다'며 허풍을 떨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신세를 진 뒤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어느 병자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세월호특위 무력화, 치졸한 유승민 밀어내기, 테러방지법 강행, 일방적인 위안부 한일합의, 개성공단 전격 폐쇄 등 집권 여당의 밀어붙이기 식 국정운영 스타일을 유권자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선거 며칠을 앞두고 탈북여성 집단귀순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또 어떤가. '국민을 졸로 보고 자기들이 조종하고 싶은대로 하는구나'하는 집단 불쾌 심리가 형성됐을 것이다. 그게 이번에 표로 분출됐다.

집권당이 중증의 상태로 나가고 있는데도 이를 감지 못한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경제 발목잡는 무능한 국회를 심판해달라" "확 변모하는 20대 국회를 기대한다"고 릴레이 희망가를 불렀다. 이런 박 대통령의 말이 '야당을 심판해달라'는 메시지였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국민은 여당을 심판했다. 중태에 빠진 새누리당의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 "아, 내내 건강할 줄 알았는데…진작에 몸에 신경 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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