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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상의 보석이야기]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 파베르제 '이스터 에그' 탄생

싸움의 기술에는 선방이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전혀 생각지 못할 때 상대방의 치명적인 급소를 먼저 치는 것이다. 내 어린 시절 나는 친구로부터 선방을 맞아 본 적이 있다. 그때 그 한방은 운동장이 침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몸소 깨우치게 해 주었다.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체구가 왜소한 같은 반 친구는 선방의 달인이었다. 나는 그 작은 아이가 왜 교실에서 캡이 된 줄 그땐 몰랐다. 싸움은 덩치와 기술로 하는 줄 알았는데 그를 보면서 싸움은 강심장으로 한다는 걸 알았다.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간결하며 임팩트 있게 야수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것이다. 내 주먹을 맞고 상대방이 어떻게 될까라는 자비 따위는 필요 없다. 그저 단 한방으로 모든 걸 끝내야 한다. 나는 그의 선방 한방에 죽다가 살아났고 그 후로 그 작은 애는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그래서 감히 복수하겠다는 생각조차 해 보지 못 했다. 아니, 그를 피해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석의 '보'자도 모르고 시작한 에메랄드 비즈니스, 나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이 계통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얻어 맞았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사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돈을 뜯겨 본적도 있고, 시세보다 싸다면 의심해 봐야 하는데 욕심에 눈이 멀어 가짜도 사봤다. 그래도 치명적인 한방이 없었기에 나는 그들의 무수한 잔매를 견뎌가며 에메랄드를 구입해서 수출까지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어릴 때 맞았던 한방의 기억이 내 무의식에서 나를 보호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 나는 여러 경로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을 받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를 콜롬비아에서 외국으로 수출하게 되면 수출한 만큼의 돈이 외국에서 콜롬비아로 은행을 통해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이때 수출한 에메랄드의 액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더 많은 돈이 콜롬비아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머니 라운드리다.

머니 라운드리의 대가는 정말로 달콤한 것이다. 특별히 에메랄드를 팔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물건을 계속 수출하면 한 달이면 몇십만 불의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지금이야 국가 간의 금융거래가 강화되 꿈도 못 꾸는 얘기지만 911 뉴욕 테러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국제 금융거래는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인간인데 이런 유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국에 IMF가 터지면서 에메랄드 수출이 어려워질 때 나 또한 이런 유혹에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현실에 닥친 시련이 너무 버거워서 잠시 내 머릿속의 악마를 밖으로 끄집어 낼까도 생각했지만 나를 이런 유혹에서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의지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에겐 돌아갈 가족이 있었다. 무엇을 하든 믿고 따라 주는 아내가 있었고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의 세 딸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식을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같이 일어나 평생을 기도해 온 우리 어머니가 계셨다.

나는 INTENTION(의도)를 믿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마음을 갖고 다가 온다면 그 마음을 굳이 말로 표현 안 해도 나에게 좋은 카르마(KARMA)로 전달될 것이고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 한다면 그 기운이 나를 자각하게 만들 거란 걸. 그래서 옛말에 '마음으로 죄짓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몸으로 짓는 죄만이 죄가 아니라 나쁜 마음 그 자체도 죄라는걸.


보석상식 44: 파베르제(FABERGE) 이스터 에그의 탄생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더 3세는 유럽 출신 부인, 황후 마리아 페오도르브나의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부활절 선물로 러시아의 보석 명장 파베르제에게 보석으로 장식된 이스터 에그를 주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뜻밖의 선물은 황후를 감동시키게 만드는데 이를 계기로 황제는 황후를 위해 연례행사로 파베르제에게 이스터 에그를 주문하게 됩니다.

알렉산더 3세 사후에도 그의 아들 니콜라스 2세는 황실의 전통으로 그의 엄마와 그의 부인에게 이스터 에그를 선물하게 되는데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황실의 전통은 멈추게 됩니다.

파베르제는 32년간 50개의 이스터 에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8개는 러시아 혁명때 행방불명되었고 남은 42개만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황후를 사랑하는 황제의 마음이 새로운 보석을 탄생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입니다.

HARRY KIM (K&K FINE JEWELRY) kkfinejewel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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