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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신화] '화산'이 쏘는 기관포

오른손엔 망치를, 왼손에는 커다란 집게를 쥐고 모루(대장간에서 무언가를 올려놓고 두들기기 위한 도구)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로마신화 속 12신 중의 한 분이신 불칸(Vulcan, Vulcanus)입니다.

그의 상징물이 암시하듯 그는 불ㆍ대장장이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와 동일시되는 인물입니다. '뒤꿈치가 약해서 슬픈 영웅' 아킬레우스가 트로이의 격전장으로 나설 때 그의 어미 테티스가 건네준 갑옷이 바로 이 불칸이 만들어 준 것이지요. 헤라가 가졌다가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하러 나설 때 빌려주었던 방패 '이지스' 또한 그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는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산에서 건축기사, 대장장이, 갑옷·이륜전차 등 병장기를 만드는 뛰어난 장인입니다. 놋쇠로 신들의 집을 지었으며, 황금으로 신들의 신발을 만들었습니다. 신들은 그 신발을 신고 공중이나 물 위를 걷고 바람처럼 원하는 대로 이동했습니다. 그가 천마 페가수스(Pegasus)의 발에 편자를 박자, 신들의 이륜차를 끌고 공중과 물 위를 질주했습니다.

이탈리아 시칠리 섬의 화산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에트나(Etna)산 아래 그의 대장간이 있다고 현지인들은 믿고 있지요. 2011년 8월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하며 또 다시 그의 성정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그가 가끔씩 심술을 부릴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그래서 그 어느 화산이라도 그의 대장간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화산(Volcano)'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다른 신과 달리 그는 유독 절름발이에 못생긴 외모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다들 잘생긴 미남으로 멋진 노래 솜씨와, 남성적인 전투력을 지녔는데 말이죠. 그가 다리를 절게 된 사연도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인데, 못생긴 외모에 질겁한 어미 헤라가 올림포스 산에서 던져 버려서 다리를 절게됐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설에는 제우스의 바람기에 화간 난 헤라가 제우스와 말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어미 헤라편을 드는 바람에 화가 난 제우스가 그를 걷어차서 렘노스 섬으로 추락, 그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됐고, 얼굴은 더 추해졌다는 것이지요. 그가 떨어진 렘노스 섬의 트라키아인들이 그를 치료해 준 보답으로 자신의 금속 세공 기술을 가르쳐 주었는데, 지금도 이 섬의 금속 세공 기술이 유명하다고 하니, 두 번째 설이 더 유력한 것으로.

그는 외모와 불구 때문에 아내가 없었는데, 올림포스 신들이 티탄족과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제우스가 티탄족을 무찌를 수 있게 해주는 자에게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삼게 해 주겠다고 해서 그는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서 제우스에게 번개를 만들어 바칩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올림포스판 '미녀와 야수'라고 할까요.

대부분의 신들이 타고난 외모와 능력,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그는 후천적으로 자력 성장한 노력형 신으로 꼽힙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의 외모보다는 불을 다루는 남성적인 능력으로 그를 평가합니다. 분당 수천 발을 발사해 공중에다 탄막을 형성, 적기를 떨어뜨리는 발칸포가 대표적인 모습이지요. 불을 뿜어대는 것처럼 보일테니, 화산이 빙의한 것일까요?. 이외에 남성용 기능성 속옷에도, 한 대학의 밴드에도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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