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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낭만여행]독일 슈투트가르트

벤츠·포르쉐 만든 공업도시…문화적 생동감도 넘쳐
돼지 뒷다리 요리 ‘학센’으로 푸짐한 점심하고
강수진 활약했던 오페라하우스에서 예술 향기를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남부에 위치해 있는 자동차 산업도시다. 125년 전통의 벤츠 본사가 있고 스포츠 자동차의 대명사 포르쉐 본사도 있다. 그것 뿐인가. 전기, 기계, 섬유, 출판, 의류, 목공예품, 가죽제품, 제지 등의 산업도 발달했다. 한마디로 독일 최고의 공업도시다. 그러나 이곳을 미국의 디트로이트로 상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척박한 공업도시로서의 이미지는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시민들의 표정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거리에는 활기가 넘쳐 흐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30개 정도의 독일 도시들을 방문했지만 이 도시만큼 활발한 도시는 보지 못했다. 도시의 시작은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남쪽 출구에서 부터 시작된다. 역을 나오면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가 왼쪽에 있고 앞으로는 쾨니히 거리가 펼쳐진다. 쾨니히는 슈투트가르트에서는 가장 활발하고 가장 번화한 거리다. 누군가 입욕제를 넣었는지 분수에서는 엄청난 거품이 쏟아지고 있었다. 장난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딸과 함께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넓은 거리에서 길거리 퍼포먼스를 펼치는 하얀 광목을 몸에 두른 남자.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며 이상한 춤을 추는데 몸에서는 리듬이 흐른다. 엄마의 재촉에도 갈 생각이 없는 빨간색 자전거를 탄 아이. 이곳이 바로 슐로스 광장이다. 주말에는 수많은 시민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는 곳이다. 광장에는 쾨니히스바우라는 이름의 쇼핑몰이 있고 앞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담요 깔고 누운 사람들과 앉아서 담소하는 시민들. 유빌로임 기념비 주위에는 행사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1846년에 제작된 30m 높이의 기념비 위에는 콘코르디아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5 m 높이, 5톤에 달하는 콘코르디아 여신상은 80만 유로를 들여 2015년에 새로 세운 것이다. 콘코르디아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화평의 여신으로 일치, 화합, 조화, 협조를 상징한다. 다른 한 쪽에는 뷔르템베르크의 공작 크리스토프 1세의 청동상이 보인다.

크리스토프 1세는 수도원을 세우고 옛 성을 개축하는 등 슈투트가르트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이다. 잔디밭 뒤로 제네바에서 인상 깊게 봤던 제트 분수가 보인다. 담소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도시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호숫가를 바라 보고 있는 건물은 강수진이 활약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하우스 건물이다. 강수진은 이곳에서 20년 이상을 활약하며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라는 명성을 얻었다. 1857년 설립된 슈투트가르트 국립 음악대학은 합창 음악, 실내악, 악기 제조 등으로 유명한 음악대학이다.

계란 모양의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면 시내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가 나온다. 학생이 아니어도 테라스로 올라 갈 수 있는데 복도에서 마주친 교수나 학생들이 하나같이 친절하다.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은 슈투트가르트 시립 회화관(입장료: 7유로)이다. 이곳의 전시관에는 야코포 아미고니가 그린 카를로 브로스키(파리넬리)가 있으며 카라치의 예수님 시신, 루벤스의 소녀와 노부인, 고갱의 어디로 가는가, 세잔의 텐트 밖의 해수욕 등의 작품이 있다.

뷔르템베르크 주립 박물관(입장료: 성인 8유로, 시니어 6유로)에도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다. 이곳에는 구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고대 시대, 로마 시대, 중세의 유리 제품 시대 등으로 나누어 놓았다. 작품 설명에는 영어나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는 없고 오직 독일어로만 적혀있다. 그 중 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빌라도에게 재판 받으시는 예수님(1625년), 뷔르템베르크 왕이 쓰던 왕관, 켈트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타원형 실버 오픈 반지, 1440에 그린 성녀 우르술라의 순교 등의 작품들이 있다.

슐로스 광장 가까운 곳에 독일 정통 레스토랑이 있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돼지 뒷다리 요리인 학센 등 독일식 점심은 푸짐하면서도 맛은 기가 막히다. 독일인들의 돼지 사랑은 한국인들의 삼겹살 사랑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학센, 슈니첼, 부어스트 등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는 물론 슈투트가르트에는 돼지 박물관까지 있을 정도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5.9유로(6달러). 레스토랑을 빠져 나와 오른쪽 광장으로 들어 서니 프리드리히 쉴러의 동상이 보인다. 조각상은 1839년에 제작된 것으로 베르텔 토르발센이 조각한 것이다. 쉴러는 마르바흐에서 태어나 바이마르와 예나에서 활약한 위인이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 사람들은 그를 같은 고향사람으로 여긴다. 마르바흐는 슈투트가르트에서 불과 35 km(22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쉴러는 슈투트가르트의 사관학교에서 공부한 후 이곳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사관학교에서 8년을 공부하며 매우 힘들어 했는데, 법학전공을 의학전공으로 바꾼 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재학시에 완성한 희곡이 바로 군도(Die Rauber)라는 작품이다. 베르디,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리스트, 차이코프스키 같은 작곡가들은 쉴러의 시와 희곡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베토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마지막 악장의 노래 ‘합창’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오, 벗들이여, 환희여!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들이여! 우리 모두 기쁨에 찬 노래를 힘껏 부르자!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으로 오솔길을 달린다. 수많은 별들이 하늘의 궤도를 나르듯 그대도 그대의 길을 달려라! 슈투트가르트에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글•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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